“마약류 잔여약 관리, 정부 지원 없이 지속 어려워”
환자 안전 위해 잔여약 폐기 필요…제도 뒷받침과 보상이 관건
[의학신문·일간보사=유은제 기자]마약류 관리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환자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통한 제도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북대학교병원 약제부 권태협 약제부장<사진>은 최근 ‘병원 약제부서 관리자 역량강화교육’에서 출입기자들을 만나 ‘종합병원-문전약국 연계 의료용 마약류 수거ㆍ폐기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사업은 마약류 처방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상담을 실시하고 복용량과 잔여량을 확인한 후 병원 인근 약국과 연계해 잔량을 수거하는 것으로 지난해 의료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경북대병원이 참여했다.
권 부장은 “2024년 7월 11월까지 경북대병원과 외부 협력 약국 6곳이 참여해 환자들의 잔여약 폐기 과정을 지원했다. 약사들의 추가 업무 부담과 인세티브 부재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 5개 병원이 참여하게 됐다”며 “지난해 약 17박스였던 수거량이 올해는 50여 박스로 3배가량 증가하는 등 환자와 지역사회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올해는 약사들의 업무 부담을 고려해 상담 절차는 축소되고 환자 안내문과 설명문 배포, 에코백 제공을 통한 외부 약국 방문 유도 방식으로 바뀌었다.
현장에서 어려움은 여전히 뚜렷하다. 환자가 반납한 마약류 폐의약품은 약국 내 금고에 보관해야 하며, 분실이나 유용 발생 시 약사법상 처벌 가능성이 있어 약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권 부장은 “금고를 따로 보관하도록 하고 처벌에 대한 부담이 있겠지만 이에 대한 사전 동의를 하고 이제까지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도 사업도 예산 배정이 불투명해지면서 지속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에 권태협 약제부장은의료현장에서 마약류 잔여약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환자들이 진통제를 복용하는 과정에서 남은 약을 임의로 사용하거나 장기간 보관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이는 안전성 문제뿐 아니라 약물 오남용 요인으로 필요 없는 약은 환자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폐기하고 상황에 맞는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들이 마약류 진통제를 남기는 주요 이유는 ‘아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쓰겠다’라는 인식이 가장 많다. 경제적 이유도 작용해 ‘아직 쓸 수 있는 약을 그냥 버리라’는 권유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환자의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안내문 배포나 설득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경제적 보상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환자가 자발적으로 약을 반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부장은 “환자들이 남은 약을 활용해 임의로 복용하면 오히려 통증 조절에 실패하고 잔여약이 쌓이는 경우가 빈번하다. 의료진의 지속적 교육과 환자의 인식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통해 수거율을 높이고 약물 오·남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거된 의약품 중에서는 옥시코돈 등 돌발 통증용 마약류 진통제가 상당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가정에서 방치된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권 부장은 “폐의약품 수거와 폐기는 환자 안전과 사회적 약물 관리 차원에서 필요한 사업”이라며 “정부의 실제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사업이 안정성과 경제적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