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원샷 치료제 외면하는 간암 급여 평가…끝없는 기다림 강요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국내 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간암 환자들은 여전히 의료 제도의 가장자리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에 곧 있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임핀지-이뮤도 병용요법의 급여 여부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이다. 이번 논의가 간암 환자들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기다림이라는 고통속에 놓여질지 주목된다.
폐암이나 유방암처럼 다양한 급여 치료제가 마련된 암종과 비교하면, 간암 환자들은 선택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치료의 문턱 앞에서 멈춰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1차 치료 옵션은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 하나뿐이다. 폐암이나 유방암에서 다양한 급여 옵션이 마련돼 있는 현실과는 크게 대비된다.
게다가 출혈 위험, 간 기능 저하 등으로 이 치료법조차 사용할 수 없는 환자가 적지 않아 일부 환자들은 치료제를 앞에 두고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가운데 임핀지-이뮤도 병용요법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HIMALAYA 임상 연구에서 5년 생존율 19.6%를 기록하며, 간암에서는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웠던 장기 생존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생존율이 낮은 간암 환자에게 ‘5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희망의 근거다.
특히 이뮤도는 첫 주기에 한 번만 투여하는 ‘원샷 치료제’다. 이후에는 임핀지만 한 달에 한 번씩 투여하면 돼 환자 편의성 측면도 높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은 여전히 급여라는 높은 장벽에 막혀 있다. 현재의 급여 평가 방식은 약제비를 주기별로 단순 비교하는 데 그친다. 하지만 이뮤도는 간암에서 단 한 번의 투여로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보인 약제다. 지속 투여가 필요한 기존 치료제와 같은 잣대로 비용을 따지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환자 삶의 질과 의료 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효과까지 고려한 합리적 평가가 필요하다. 현행 규정상 약제 특성을 고려해 분석 기간을 달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실제 논의 과정에서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미 선례도 있다.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는 단 한 번의 투여로 장기 생존 효과를 입증하며 기존 지속 투여제와 비용 비교 끝에 급여를 인정받았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서 원샷 치료제의 특수성을 인정한 사례다. 그렇다면 간암 환자에게는 왜 같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걸까.
간암 환자와 가족들은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가 비용 논리에 막혀 그림의 떡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이뮤도의 ‘원샷’ 가치를 반영한 합리적 급여 결정이 환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간암 환자의 생존권을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