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줄폐업 위기, 돌봄 참여 보장돼야

2025-08-18     이상만 기자
이상만 편집국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지난 수십년간 의료·요양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한국 노인의료의 한축을 담당해왔던 전국 1300여 개의 요양병원들이 최근 급변하는 의료환경 변화 속에서 설자리를 잃고 집단 폐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내년 3월27일 통합돌봄 사업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 정부에서 노인의료 복지정책으로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통합 돌봄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시·군·구가 중심이 돼 돌봄 지원을 통합·연계해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이 본격화되면 요양병원 입원 대상은 중증환자 중심으로 제한되고, 경증환자는 시설내지 재택 돌봄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현재의 기능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요양병원들은 그동안 일당정액제의 저수가 체계에서 근근히 버텨왔다. 최근들어 서는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매년 50곳에서 100곳씩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내년 통합돌봄 사업이 본격화되면 적어도 30% 이상의 경증 환자들이 빠져 나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당수 요양병원들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증가하는 노인의료 수요 및 높은 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노인케어를 시설에서 재택으로 전환하는 통합돌봄 사업은 매우 시급한 국가적 과제임은 분명하다. 실제 우리나라 보다 20년 정도 앞서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일본의 경우도 급증하는 노인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0만개가 넘던 요양병상을 2004년부터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해 15만개로 대폭 감축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 시설을 강제 퇴출시키기 보다는 각 지자체가 주도하는 지역포괄케어센터로 통합해 재가서비스로 기능을 하도록 전환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 의료시스템과 상이한 면이 없진 않지만 통합돌봄 시범사업 과정에서부터 의료와 요양은 물론 돌봄에서의 역할이 기대되는 요양병원이 완전 배제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방문 진료를 의원과 지역 의료원만이 할 수 있도록 제한했는데, 이로 인해 요양병원이 줄폐업의 위기로 내몰리는 상황에 처했다.

무엇보다 통합돌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에 위치한 다양한 자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전국 요양병원의 경우 잘 갖춰진 인프라를 활용해 퇴원후 방문진료 등의 돌봄 역할이 기대되는데 시범사업에서 배제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일각에선 재택의료를 통한 환자 유치행위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입원 적정성을 심사하는 통합판정 도구를 통해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다행히도 최근들어 정부에서는 통합돌봄에 요양병원의 참여 방안을 검토중임을 시사 했는데 아직 가시적인 조치가 없다는 점에서 현장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이젠 정부에서도 요양병원의 통합돌봄 사업 참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이재명 정부에서 공약한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사업도 기대와 달리 요양병원들에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정부는 2030년부터 현 요양병원의 1/3 수준인 500곳에서만 제한적(중증환자 대상)으로 간병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인데 이럴 경우 간병지원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다수 요양병원들은 또 다른 위기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쟁사회에서 자격 미달의 기관에 대해서는 제재도 필요하겠지만 집단으로 폐업의 위기로 내 몰리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지금 요양병원들에 필요한 것은 생존권 확보를 위한 탈출구다. 미래 의료변화에 대비한 기능 재설정이 필요하다. 

전국 요양병원들이 통합돌봄 사업에 참여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일본의 사례 처럼 병동제 중심의 의료복합체 활용, 간병지원 사업 대상 확대, 대학병원에서 축소되고 있는 호스피스 병동의 요양병원 활용, 중증환자 의료서비스 질 제고를 위한 수가 보전책 등을 놓고 정책 당국은 현장과의 긴밀한 소통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