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선구자 '임성기 정신' 되새기자!

2025-08-04     김영주 기자

[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제약바이오산업계의 시장 선진화를 가늠하는 두 가지 핵심조건이 있다. 혁신신약 개발 생태계 구축 및 유통시장 투명성 확보이다. 좋은 신약을 많이 개발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으로 개발 할 수 있는 여건이 잘 마련돼 있느냐 하는 것과 윤리경영이 얼마나 뿌리내리고 있느냐는 것이 제약 선진국과 나머지를 구분하는 척도가 되는 것이다.

김영주 부국장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부정직한 거래는 아예 발붙이지 못하는 분위기는 기본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조 단위 이상 매출실적을 올리는 글로벌 혁신 신약 몇 개쯤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개발까지는 성공했으나 혁신신약 개발에는 아직 못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기술수출을 통한 혁신신약 개발에 대한 도전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고, 실제 유한양행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는 그리 멀지 않은 기간 내에 꿈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혁신신약 제1호 등극을 예약해 놓고 있기도 하다.

또한 산업계에선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가 종종 불거지나 기업들은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각종 사례를 중심으로 규제 그물을 촘촘히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이나 윤리경영은 큰 인내를 필요로 한다. 혁신신약 한 품목 개발하는데 기간으로는 평균 10년, 연구개발비로 조 단위가 필요하다는 것이 산업계에서 회자되는 정설이다. 게다가 오랜 기간 엄청난 비용을 투자한다고 해서 성공이 담보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 FDA 임상3상까지 가 상품화를 목전에 두었다가도 엎어지는 것이 신약개발이다. 이로 인해 개발 기업은 물론, 산업계 전체가 마치 죄인인양 취급받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윤리경영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제약 영업·마케팅 담당자는 실적을 올리는 게 지상과제이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금품을 마다하는 고객은 흔치 않다. 그래서 리베이트 영업은 가장 쉽고, 확실한 영업 수단으로 꼽힌다. 산업계의 끊임없는 자정 노력에도 여전히 일각의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지고, 그 때마다 산업계는 부정의 온상으로 손가락질 받는다. 기업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놓고 점검하며 빠져나갈 구멍을 막는데 최선을 다한다. 동원 가능한 수단은 모두 동원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같은 산업계의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끊임없는 연구와 투자, 리베이트 척결을 위한 지리한 자정노력이 외부인들의 눈에는 ‘무능’과 ‘비효율’로 비칠 수 있다. ‘되지도 않는 곳에 비용과 노력을 퍼붓느니 외국 제품 도입해 파는 것이 더 남는 장사 아니냐’는 식이고, ‘마케팅이고 품질관리고 간에 인센티브나 주고하면 우리 약 더 팔아주는 게 인지상정 아니냐’는 반문이다.

간혹 산업계에 대기업 출신의 비 약업인이 주요 임원으로 발탁돼 나름 경영합리화를 꾀한답시고 휘저으며 정리해고를 위협하는 등 완장 질을 하다 결국 소득은 없는 채 분위기만 흐리고 팽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이 산업계의 애환을 알 리 없다.

신약개발의 선구자 한미약품의 임성기 회장은 생전 한 모임에서 "연구개발(R&D) 투자야말로 미래지향적 사업으로 R&D투자가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것을 보노라면 희열감의 극치를 느끼게 된다"고 했다.

그의 한미약품은 지난 2000년 국내 최초의 개량신약 '아모디핀'을 개발, ‘우리 여건에 맞는 한국형 신약’이라는 평가속에 개량신약 붐을 이끌었고, 2009년 최초의 복합신약 '아모잘탄'을 탄생시켜 ‘복약편리성 등 복합제의 차별화된 가치’를 납득시켜 복합제 개발의 유행을 선도했으며, 2015년 한 해 동안 조 단위 기술수출을 여러 차례 성공시키며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혁신신약 개발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가는데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5년 전 이맘때(2020년 8월 2일) 타계한 임성기 회장이 이래저래 생각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