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절반, 전공의와 진료지원 인력 업무 설정 병원 자율에 부정적
국회 복지위 민주당 의원과 간호계 간담회에서 설문조사 결과 공개 56.5%가 정부 방침 비동의...국가차원 지침 필요가 98.2% "전공의 돌아와도 의료공백 완전 해소 불가...간호사와 팀 단위 진료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간호사 절반이 전공의 복귀에 맞춰 정부가 전공의와 진료지원 지원 업무 범위 설정을 병원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을 내린 것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계는 전문 간호사와 전담 간호사의 역할을 유지하면서, 전문의 및 전공의 등과 환자를 분담해 관리하는 방식의 ‘팀 기반 진료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진료지원 간호사 시범사업에서 문제없는 업무는 향후 나올 진료지원 업무 관련 하위법령에도 그대로 허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은 대한간호협회를 비롯한 간호계와 간담회를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했다.
최훈화 대한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은 '간호법 제정 이후 합법화된 전담 간호사 제도의 교육 체계 마련과 예비 간호사의 고용 불안정 해결'을 주제로 발표했다.
간호법이 시행됐지만 아직 진료지원 업무 관련 하위법령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앞두고 전공의와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각 병원 자율에 맡기겠다는 정부 방침을 전한 바 있다. 최 전문위원은 이와 관련된 간호계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 정부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가 56.5%로 과반수를 넘었다. 지금까지 현장에 맡겼을 때 현장에서 제대로 이루어지는 게 없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지침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98.2%에 달했다.
현장 업무 영역에서 간호사와 전담 간호사와 전공의의 업무 구분이 되고 있지 않다가 83.2%에 달했다. 최 전문위원은 "여기저기 부서로 팔려다닐 것 같다. 병원 필요에 의해서 자동차 부품처럼 끼워 맞춰질 것 같다라는 게 현장의 의견"이라며 "이게 우리 간호사들이 느끼는 정부 정책에 대한 결과"라고 말했다.
최 전문위원은 "이런 와중에 정부는 전담 간호사의 진료지원 업무 관련 시행규칙 개정과 교육 체계 개선 방침도 전했다"며 "핵심은 전담간호사 교육기관을 확대해 여러 교육 기관이 병렬적으로 교육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에는 단순히 ‘신고서’만 제출하면 서면 심사를 통해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에 따르면, 특히 보건복지부는 전담간호사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 의료기관장이 자체 역량을 평가하고, 최종적으로 이수증을 발급하도록 위임하는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최 전문위원은 “교육의 일관성과 질 관리, 성과 평가가 불가능하고 무엇보다 교육 대상자의 안전도 담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사·전공의 교육처럼 간호사 교육도 단일 주관 기관에서 공신력 있게 이뤄져야 하며, 대한간호협회가 50년간 간호 보수교육을 위임받아 수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주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행된 참석자 발언에서 홍정희 병원간호사회 회장은 "전공의들이 이제 돌아올 거라고 예측을 하는데, 전공의가 들어와도 공백이 해소가 되겠는가라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수련 시간이 단축될 것이다. 거기에 지금 전공의들은 수료 시간도 단축하지만 환자 수를 줄여달라라고 하는 요청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백은 줄어들 수는 있지만 여전하게 (일정부분 의료 공백이) 유지가 될 거라고 생각이 된다"고 덧붙였다.
홍 회장은 "지금 전문 간호사나 전담 간호사가 하는 업무 범위를 합리적으로 설계를 해야 되겠지만,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환자를 나눠서 보는 방식으로 앞으로는 장기적으로 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특히 정부가 전문의 중심 병원이라고 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가려면 전문의, 전문 간호사, 전담 간호사 팀 모델을 수립하고 이 모델에 대해서 팀 수가를 지원하는 방식의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며 "이 부분에 대한 시범 사업을 진행 제안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현재 간호법 내 진료지원 업무 관련 하위법령 초안에 시범사업에서 허용되는 업무범위들이 제외된 괴리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 시범사업에서는 허용되고 있고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수행되고 있는 업무들이, 복지부 시행규칙 초안에서는 ‘의사만 할 수 있는 업무’라는 이유로 대거 제외되고 있다"며 "현장에서 하고 있는 업무가 제도적으로 배제된다는 것은, 간호사의 임상 기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시범사업에서 승인된 간호사 업무는 특별한 문제 없이 현장에서 수행되고 있다면, 이를 유지하는 것이 간호사의 기여를 인정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현재 현장에서 활동 중인 전담 간호사와 전문 간호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지위와 업무 범위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불안정한 근무 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은 “간호사 인력 부족은 환자 안전과 간호 서비스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특히 진료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들은 과중한 업무 강도 속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지만 법적 제도는 이들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햤다.
이어 그는 진료 지원 간호사 제도 정비를 위해 ▲자격 기준 마련 ▲교육과정 개발 ▲교육기관 인증 및 관리 체계 구축의 3박자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간호법 제14조에 명시된 진료 지원 업무와 관련하여 대한간호협회가 교육기관 인증 및 자격증 수립을 총괄하는 법적 주체로서의 지위가 명확히 부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간호사 제도 개선과 관련한 요청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던 문제로, 결코 낯선 이슈가 아니다”라며 “이제는 국회가 책임감을 갖고 본격적인 해결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동안 대선과 정부 인사 공백 등으로 인해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과 차관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논의가 제자리걸음이 아닌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