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빙상 위 빛난 ‘아빠’들의 유쾌한 열정 컬링 이야기

자녀 따라 시작한 컬링, 시니어 국가대표로 세계 무대까지…협력·소통의 매력 손진석 팀장·정원석 원장 “남녀노소 즐기는 컬링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2025-06-27     정광성 기자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컬링은 우리 삶의 활력소이자 스트레스 해소의 창구입니다. 그 짜릿한 매력에 빠져보세요!”

(왼쪽부터)한양대병원 손진석 기획팀장과 연세흉부외과 정원석 원장

캐나다 뉴브런즈윅주 프레더릭턴에서 열린 2025 세계 시니어 컬링 선수권대회. 대한민국 남자 시니어 컬링 대표팀이 세계 무대 원정에 사상 첫 발을 내디딘 이 역사적인 순간의 중심에는 특별한 두 인물이 있었다.

시니어 대표팀 코치로 나선 연세흉부외과 정원석 원장과 얼터네이트(교체선수)로 활약한 한양대병원 손진석 기획팀장이다.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환자와 병원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은, 아이스링크 위에서는 돌 하나하나에 인생의 지혜와 열정을 담아내는 ‘돌멩이들’로 변신한다.

이들의 컬링 인연은 자녀들의 초등학교 컬링 교실에서 시작돼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 아빠들의 도전으로 이어졌다.

손진석 팀장은 “아이들 경기를 보고 데려다주다가 친하게 됐고, 소치 올림픽 이후 ‘우리도 한번 해보자’고 의기투합이 되서 직접 컬링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원석 원장 또한 아이들의 컬링 활동을 계기로 이들과 함께 얼음판에 발을 들였다. 이들의 스승은 2014년 소치올림픽 대표이자 현 컬링연맹 상임심판인 신미성 심판으로, 현재 이들은 서울과 의정부를 오가며 주 2~3회 꾸준히 연습하는 열정적인 컬링 동호인이다.

이들의 시니어 팀은 갓 50대가 된 선수 4명과 50대 중·후반인 손 팀장과 정 원장까지 총 6명으로 구성돼 연륜과 패기를 겸비하고 있다.

컬링이 가져온 긍정적 시너지…세계 무대 도전의 추억까지

캐나다 뉴브런즈윅주 프레더릭턴 윌리 오리 플레이스에서 개최된 세계대회에서 손진석 팀장이 스위핑을 하고 있다.(왼쪽)

컬링은 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시너지를 제공하고 있다. 손진석 팀장은 “평상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컬링을 통해 해소하고 업무에서 시너지를 얻는다”고 강조했다.

서울에 살고있는 이들은 컬링 연습장이 의정부로 멀어 회식 자리가 적다는 점도 오히려 장점이 돼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며, 온전히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고. 정 원장은 “회식을 자주 못 하니까 컬링 상금을 받아 동호인들에게 삼겹살을 사주는 소박한 재미도 있다”고 웃어 보였다.

특히 올해 4월 26일부터 5월 3일 캐나다 뉴브런즈윅주 프레더릭턴 윌리 오리 플레이스에서 개최된 세계대회 출전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정원석 원장은 “사상 첫 시니어 세계대회 원정 출전을 추진했던 일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컬링 역사에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시니어 컬링 국가대표로서 대회 참가에 주변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국가대표 선발 소식에 ‘멋있다’, ‘잘 다녀와라’는 격려가 쏟아졌고, 컬링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집에서도 청소 열심히 하냐’는 재치 있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이번 대회에서 토너먼트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3승 2패라는 인상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뉴질랜드·덴마크·스페인을 연달아 꺾으며 3승을 올렸고, 스코틀랜드와 독일에게는 패했지만, 두 경기 모두 해볼 만한 경기였다고 회상했다.

손진석 팀장은 “스코틀랜드 주장 선수가 세계선수권 은메달 2개, 독일은 5명 모두가 은메달을 한두 번씩 땄던 팀”이라며 “아쉽지만 승리팀이 맥주를 사는 컬링 문화에 따라 기분 좋게 맥주를 얻어 마시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또한 대회가 끝난 후 타 국가 선수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귀국길에 올랐지만, 직항이 없어 다른 국가 선수들과 여러 공항에서 계속 만나게 된 상황을 전하며, 정원석 원장은 “가는 길에도 승패를 떠나 모두 하나가 되는 기분이었다”라고 다소 어색했지만, 컬링이 선사하는 국경을 초월한 유대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시니어 컬링 국가대표의 토너먼트 진출을 막아선 (왼쪽)스코틀랜드팀, (오른쪽)독일팀과의 기념촬영. 그들이 사준 맥주는 그래도 기분좋게 마셨다는 후문이다.

섬세한 조절과 팀워크, 컬링의 진정한 매력

두 사람은 컬링의 가장 큰 매력으로 ‘예측 불가능성’과 ‘역전의 묘미’를 꼽았다. 정 원장은 “다른 종목과 달리 약팀도 강팀을 이길 수 있는 변수가 있고, 마지막 샷 하나로 경기가 뒤집힐 수 있어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두 사람에 따르면 컬링은 원하는 위치에 스톤을 보내기 위해 속도와 방향을 정확히 맞추는 섬세함이 핵심인데 작은 각도 차이가 하우스에 도착했을 때 한주먹 이상 차이가 날 만큼 커지는 만큼 스킵·서드·세컨드·리드·얼터네이트·코치 등 모든 팀원의 협력이 중요하다.

손 팀장은 “스톤 하나하나 적당한 각도와 힘으로 해야 하며, 너무 과해도 부족해도 안 된다”며 “스톤을 원하는 위치에 놓기 위해서는 던지는 사람, 닦는 사람, 조정하는 사람 네 사람의 완벽한 역할 분담과 팀워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열심히 스위핑해서 닦았는데 딱 원하던 위치에 갔을 때 기분이 가장 좋다’는 손 팀장의 말처럼, 컬링은 선수들의 노력이 정확히 맞아떨어졌을 때 최고의 쾌감을 선사한다.

두려움 버리고 일단 도전!…누구나 즐길 수 있는 컬링

아울러 두 사람은 컬링 입문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두려움을 버리고 도전할 것을 적극 권했다.

정원석 원장은 “아주 완성도 높은 기술이 없더라도 어느 정도만 배우면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고, 실력 차가 많이 나는 사람들끼리도 어울려 팀을 만들어 즐길 수 있다”며 “간혹 돌 값을 물어보는 분이 있는데 선수도 돌은 안 들고다닌다. 브룸·컬링신발 정도만 본격적으로 즐길 때 사면 된다”라고 웃었다.

손진석 팀장도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운동은 아닌 멋진 운동”이라며 “컬링에 관심이 있었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라. 각 컬링장마다 강습도 잘 마련돼 있으니 트레이닝복만 입고 가서 직접 경험하고 맞는다면 즐기면 된다”라고 조언했다.

실제 컬링은 육체적으로 강한 체력을 요구하지 않아 평소 운동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쉽게 시작할 수 있으며, 비용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돌을 살 필요도 없고, 필요한 장비(브룸, 컬링 신발)도 비싸지 않아 초보자는 컬링장 내 대여 장비를 이용해 편한 복장으로 바로 강습을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 믹스더블 대표팀과 시니어 대표팀

끝나지 않을 컬링의 꿈…“코치 아닌 선수로”

끝으로 두 사람은 올해 국제대회 참여가 끝이 아닌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연습을 통해 재도전 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정 원장은 다음 대회에서는 코치가 아닌 선수로서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며 선수로서의 욕심을 보였다.

그는 “다음 대회에는 코치가 아닌 선수로서 참여하고 싶다”며 “컬링은 코치가 작전타임 1분 1번 외에는 선수에게 말할 수가 없는데 경기를 지켜보며 아쉬웠다”라고 언급했지만 이내 “사실 코치석에 앉아있었을 때 너무 추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와 더불어 손 팀장은 연습량을 꾸준히 유지하겠다는 포부를 전하기도했다. 그는 “앞으로 외국 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연습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일주일에 2~3번 정도인 연습을 꾸준히 유지해 통해 팀워크를 다지고 조금 더 준비해서 내년에도 세계대회에 도전하고 싶다”고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