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산업, 국가성장동력 기대한다
[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새로운 정부 출범 10여일이 지났을 뿐인데 이 정부의 지향점은 비교적 선명해 보인다. 새 정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능력과 실용이다. 이념이 아닌 현실을 중요시하고, 유능한 인재 등용을 통해 성과를 내는 ‘실용주의’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풀이이다. 국민들이 지도자를 잘 뽑았다는 효능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인데 ‘좋은 정부, 일 잘하는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친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새 정부 성공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우리의 현실은 초라하나, 펼쳐져 있는 시장은 무한하고, 가능성은 무궁해 잘만하면 ‘미래 먹거리’로서 제 몫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글로벌 제약시장 규모는 1조6070억달러(약 2199조원)에 달한다. 10년전(2013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성장한 수치이고, 세계 반도체 시장의 2배가 넘는 규모이다. 시장규모도 엄청나고, 성장세도 가파르다.
2023년 의약품 매출 1위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그 해 무려 250억달러(약 34조26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175개 제약기업들의 매출총액이 40조 정도였다는 점을 상기하면 그 엄청난 규모가 체감된다. 덧붙이면 2023년 기준 100억달러(13조7000억)이상 매출 제품만 10여 품목에 이른다. 글로벌 신약 3~4개면 우리나라 전체 매출에 버금가는 실적을 올릴 수 있다.
남의 일이라 여겨져 왔던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이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유한양행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렉라자‘는 지난해 J&J의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을 조건으로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미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J&J는 렉라자 병용요법이 매년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이미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부문에서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이 배출됐다.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1조2680억원)하며 ‘대한민국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등극했다.
이 뿐만 아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계는 지금까지 39개의 신약을 개발했으며,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9조원에 육박하는 기술수출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제약바이오산업이 우리나라 대표적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꼽히는 이유이다. 보수든 진보든 어떤 정권이든 산업 육성에 관심을 가져왔다.
산업계 대표단체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최근 새 정부에 R&D 정책과 관련한 핵심적인 두 가지 요구를 전달했다. 정부 R&D 정책 기조는 실질적 성과 도출을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것과 약가제도 역시 산업계의 R&D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 R&D 정책기조 재편 제안은 연구개발 정부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촉구하는데 전체 예산 가운데 불과 13.5%정도만 연구개발 기업 등 산업현장에 지원되고 있다는 현실을 상기시켰다. 또한 신약은 많은 리스크를 감내한 끝에 이뤄진 결실인 만큼 이를 충분히 감안한 약가 혜택이 주어지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이다.
산업계의 이 같은 요구는 새 정부가 추구하는 방향과 맥을 같이한다. 실용‧효율을 중시하는 정부답게 우리나라의 현재이자 미래의 먹거리 신약개발을 위해 적재적소의 연구 예산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글로벌 시장 경쟁이 불가피한 토종 신약의 능력 극대화를 위해 약가혜택 등 지원 역시 필수적이다.
그동안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육성 의지는 명확했다.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었다. 그러나 그다지 성공적이었다는 증거는 없다.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헛 힘쓴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능력과 실용을 내세우는 새로운 정부는 실질적 성과도출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산업계와 함께 고민해 미래 먹거리인 제약바이오산업이 새정부서 국가성장동력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