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에서 '호산구 수치'가 중요한 이유는?
급성악화 예측부터 치료 반응성 판단까지 핵심 바이오마커로 ‘혈중 호산구 수치’ 주목 사노피 듀피젠트 호산구 수치 높은 COPD 환자에게 새로운 임상적 혜택 제공 기대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세계 4번째 사망원인으로 지목될 만큼 질병 부담이 높은 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에서 ‘호산구 수치’가 핵심 지표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반복적인 급성악화와 비가역적인 기류제한이 특징으로 폐기능 저하를 넘어 환자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치명적인 호흡기계 질환이다. 급성악화 한 번으로 폐기능은 평균 2배 이상 빠르게 저하되고, 이후 급성악화 및 심혈관계 질환 위험 역시 현저히 높아진다.
특히 첫 중증 악화를 겪은 입원 환자의 약 49%는 3.6년 내 사망하며 두 번째 중증 악화 이후에는 후속 악화 위험이 최대 3배 증가한다.
이처럼 질환 자체의 위중도가 매우 높은 반면, 국내에서는 COPD 관리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최근 주목받는 기전이 바로 ‘제2형 염증’이다.
COPD 환자의 최대 40%에서 제2형 염증이 관찰된다는 연구들이 제시되면서, 해당 염증 아형을 가진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급성 악화 발생률, 재입원률, 폐기능 저하 속도 등에서 더 큰 임상적 위험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제2형 염증은 인터루킨-4, 인터루킨-13 등의 사이토카인에 의해 유도되는데 이는 기도 점막의 비후, 과도한 점액 분비, 폐 실질 손상으로 이어지며, 폐기종이나 섬유화, 기류제한과 같은 여러 병태생리를 동반한다.
특히 COPD 글로벌 가이드라인(GOLD)에서도 COPD 환자에서 제2형 염증은 혈중 호산구 수치 상승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질환의 중증도와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COPDGene 및 ECLIPSE와 같은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혈중 호산구 수치가 300 cells/μL 이상인 COPD 환자에서 급성 악화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GOLD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경증에서 중등도 COPD 환자 중 혈중 호산구 수치가 높은 환자일수록 1초간 강제호기량 감소폭이 더 크다는 점에서, 혈중 호산구 수치를 급성 악화를 예측할 수 있는 잠재적 바이오마커로 보고 있다.
이러한 근거를 반영해, 2024년 개정된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의 국내 진료지침은 호산구 수치를 고위험군 환자 분류를 위한 중요한 초기 평가 기준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정밀 치료의 흐름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인 생물의약품이 사노피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다. 듀피젠트는 인터루킨-4 수용체 알파를 표적으로 인터루킨-4와 인터루킨-13의 신호 전달을 선택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제2형 염증 경로를 직접 억제하는 생물의약품이다.
2025년 3월, 듀피젠트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표준 흡입요법으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는 혈중 호산구 수치가 증가된 성인 COPD환자의 추가 유지 치료 요법으로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았다. 듀피젠트는 국내에서 COPD치료를 위해 승인된 최초이자 유일한 표적 생물의약품이다.
듀피젠트의 임상적 근거는 BOREAS 및 NOTUS 두 건의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됐다. ICS+LABA+LAMA 표준 3제 흡입요법을 사용 중임에도 불구하고 COPD 악화 위험이 높은 혈중 호산구 수치 ≥300/μL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총 52주간 듀피젠트를 투여한 결과, 위약군 대비 연간 중등도-중증 급성악화율이 위약군 대비 각각 30%, 34% 감소하며 1차 유효성 평가변수를 충족했다.
기관지확장제 투여 전 1초간 강제호기량은 투여 2주차부터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으며, 12주차에는 위약군 대비 각각 160mL, 139mL, 52주차에는 153mL, 115mL 더 높게 나타나 지속적인 폐기능 개선 효과를 보였다.
삶의 질 지표에서도 유의한 개선이 확인됐다. 세인트조지 호흡기 설문 점수에서 4점 이상 개선된 환자 비율은 위약군(43.2%, 46.5%) 대비 듀피젠트 투여군에서 각각 51.5%, 51.4%로, 임상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오랫동안 흡입제에 의존해왔던 COPD 치료 전략은 이제 단순한 증상 조절을 넘어, 질환의 근본 기전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혈중 호산구 수치라는 강력한 바이오마커가 치료 방향을 재정의하고 있는 지금, 듀피젠트는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 선 대표적인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