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기업 R&D 투자 저조, 가볍게 볼 일 아니다‘
[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우리나라가 신약개발 선진국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신약개발에 대한 시각이 이제와는 좀 더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단발성이 아닌 지속성이 담보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튼튼한 기초위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신약개발 투자에 대한 기업들의 의지를 새롭게 하고, 신약 파이프라인의 공급원인 바이오벤처에 대한 정부차원의 관심과 배려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최근의 신약개발 성과를 보면 ‘눈부시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연간 매출 1000억 원 정도의 신약은 웬만한 국내 상위권 기업이면 1~2품목 정도는 갖추고 있다. 올해 내로 연간 매출 2000억 제품 2~3개 탄생이 유력하다. 지난해 △나보타(대웅제약 1864억) △케이캡(HK이노엔 1688억) △로수젯(한미, 1603억) △카나브패밀리(보령,1509억) 등이 1500억 이상 매출을 기록했다. 나보타성장률이 32.39%, 케이캡 41.33% 등에 비춰 적어도 2개품목은 올해 2000억 매출 달성이 확실시된다.
특히 올해 주목해야 할 혁신신약, 유한양행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있다. ‘렉라자‘는 지난해 J&J의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을 조건으로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미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J&J는 렉라자 병용요법이 매년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렉라자'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등극은 시간 문제 일 뿐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허가와 더불어 대형 종합병원 랜딩을 마무리 지은 상태로 본격적인 처방이 이뤄질 전망으로 내수 판매만으로도 연내 1000억대 이상 초거대품목 등극이 유력하다.
마침 올해 초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연간 매출 1조대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탄생에 대한 희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가 그 주인공으로 지난 한 해 동안 1조2680억원의 매출을 달성, ‘대한민국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등극했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램시마에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렉라자가 가세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우리나라 위상도 크게 달라지게 된다.
이제는 지속성이 문제이다. 개인 기업의 입장에서도 단발적인 기술수출은 당장의 매출확대에는 크게 기여하지만 이듬해 실적에서는 오히려 성장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예가 많다. 따라서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및 관심은 필수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상장제약기업들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R&D투자액을 줄였다. 62곳 제약기업들이 2조609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는데 이는 2023년 보다 –1.7% 줄어든 수치이다. 매출이 저조해도 R&D 투자는 늘려온 것이 그동안의 제약기업들이다. 특히 2015년 한미약품 기술수출 대박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이상 늘려왔었다. 지난해 줄어든 수치가 크지 않다 하더라도 20년만의 '뒷걸음'을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또 다른 안 좋은 징후도 있다. 신약 파이프라인의 젖줄 역할을 해온 바이오벤처기업의 심각한 재정 문제이다. 자칫 고사 위기에 처해있다는 산업계의 분석이다. 신약개발 생태계 유지 및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5년 한미약품 기술수출 대박이 가져온 신약개발 열품 이후 10년째를 맞는 2025년 올해, 연구개발과 관련한 산업계의 화두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지속성의 확보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지금 정도의 의지를 가지고, 이 만큼 투자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신약개발 선진국 진입을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