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을 새기다]파브리병

70~80% 모계 유전으로 주로 남성서 발현…검붉은 피부발진 발생 등 증상 다양 효소대체요법 · 샤페론 치료 등 활용…환자 382명 대상으로 산정특례 적용중

2025-04-29     이승덕 기자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파브리병은 알파-갈락토시다제 A 효소의 결핍으로 발생하는 리소좀저장질환 중 하나이다.

X연관 열성 형질로 유전되고 주로 남성에게 발생하며, 70~80% 정도에서 모계 유전이 확인된다. 

증상은 주로 아동기 또는 청소년기에 일찍 시작이 되거나 성인기에 서서히 발병하기도 하며, 점진적으로 신체조직과 장기에  손상을 초래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검붉은 피부발진이 배꼽주위, 서헤부, 대퇴부, 엉덩이 주위에 생기는 혈관각화종, 복통, 변비/설사, 단백뇨, 손/발가락 말단 통증, 무한증, 저한증, 청각기능감소, 이명, 각막혼탁 발생 등이 있다.

또 ‘파브리 발작(Fabry’s crisis)’이라고 불리는 극심한 급성 통증이 특징적으로, 사지와 신체의 다른부위에 일주일간 몇 분 정도씩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질병 후기에 신부전, 부정맥, 심비대, 심부전, 협심증 및 뇌졸중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질병 원인은 X염색체 장완에 위치하는 알파-갈락토시다제 A 유전자의 돌연변이의 열성 유전이다.

의료기관에서는 특징적 임상증상(사지말단부위 통증, 단백뇨, 발한 장애, 혈관각화증, 각막혼탁 등)이 있을 때 파브리병을 강하게 의심해 질병을 확인하게 된다.

진단은 △알파-갈락토시다제 A 효소 활성도 분석 △GLA 유전자 분석 △생물학적 및 생화학적 지표 등으로 이뤄지며, 그중 ‘생물학적·생화학적 지표(진단 및 치료 시 모니터링 요소)’를 소변 및 혈장의 Lyso-GL-3를 진단이나 치료 모니터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다.

또한 ‘GLA 유전자 분석’도 현재까지 150여 개 이상의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밝혀져 있는 가운데, 환자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확인할 수 있다.

파브리병 질환발생 영향부위(제공: 질병청 헬프라인)

파브리병의 치료는 △효소대체요법 △샤페론(Chaperone) 치료가 대표적이다.

‘효소대체요법’은 재조합 DNA 기술로 생산된 효소 형태, 체내 부족한 효소를 대체시키는 방법으로 여러 종류의 세포에 축적되는 당지질을 줄여줄 수 있다. 치료약물로는 Agalsidase beta(Fabrazyme, Fabagal), 또는 Agalsidase alpha (Replagal)가 있으며 2주 간격으로  정맥주사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진행된다.

‘샤페론 치료’는 체내 결핍된 알파 갈락토시다제 A 효소와 결합해 효소 활성을 복원시키고 축적된 당지질을 분해하는 기전으로 작용하며 순응변이를 가진 파브리병 환자에서 사용가능하며, 2일 간격으로 갈라폴드캡슐을 복용한다.

또한 증상에 따라 통증 예방·감소를 위해 항경련제 또는 진통제 및 저용량의 마취성 진통제를 사용하거나, 피부에 생긴 혈관각화종에 레이저를 이용해 치료하는 방법 등을 적용한다.

그외에도 신장 이상이 생긴 경우 염분과 단백질이 적게 포함된 저염·저단백식이를 시행하고, 심한 경우 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하기도 한다.

(제공: 질병청 헬프라인)

질병관리청은 파브리병과 관련한 진단 및 의료비 지원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진단지원사업은 진단된 희귀질환자(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 1314개)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 및 해석을 지원해 조기진단·치료 및 가족단위 예방관리를 통한 예후 개선이 주요 내용으로, 파브리병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지원은 유전성 희귀질환자 발견 시, 가족검사(부모·형제 3인)를 함께 지원해 가족 내 보인자 등 고위험군 선제적 선별 관리하며, 환자가 원거리 이동하지 않고 거주지에서 진단받도록 지정 의료기관 34개소(수도권 9개소, 비수도권 25개소) 중 한곳에 내원 후 해당검체를 진단검사기관에서 수거해 진단한다.

또한 희귀질환자 진료, 연구, 등록통계 사업 수행으로 권역 내 희귀질환 대응을 위해 권역별 희귀질환 전문기관 17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의료비 지원사업과 쉼터 운영도 각각 진행하고 있다. 의료비 지원사업은 저소득층 희귀질환자에 대해 의료비를 지원해 가계재정 부담 경감을 통한 삶의 질 제고 및 적기 치료를 지원하며, 희귀질환 산정특례에 등록된 저소득 건강보험 가입자(51~140%)에 대해 지원이 이뤄진다.

이들에게는 요양급여 본인부담금(산정특례 등 건보가입자 혜택 적용 후 잔여 비용)이 지원되는데, 희귀질환 산정특례로 등록돼 지원받는 파브리병 환자는 총 382명이다(2024년 기준).

쉼터의 경우 단기숙박시설 및 주간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비수도권 거주 희귀질환자들이 진료 등을 위해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의료기관 방문 시 무료 숙박을 제공한다(5개실). 주간프로그램으로는 희귀질환자·가족 건강증진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전문가 연계 심리상담 및 미술치료 등 정서적지지 프로그램 등이 이뤄진다.

한편, 파브리 국제 네트워크와 국제파브리재단, 파브리병 환자단체 등은 매년 4월을 ‘파브리병 인식의 달’로 정해 조기진단과 치료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