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에 놓인 희귀질환, 진단부터 난항”
국회토론회서 ‘저인산효소증’ 대표사례로 희귀질환 어려움 공유 조성윤 교수 “희귀질환자 진단·연구위한 데이터법 개정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최진욱 기자] 희귀질환 진단을 받지 못해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이 조명되면서, 조기 진단 필요성이 부각됐다.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희귀질환 조기진단 방안 마련 정책 토론회’(안상훈 의원 주최,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주관)에서는 이 같은 인식이 공유됐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조성윤<사진> 교수는 발제에서 대표적인 희귀질환 ‘저인산효소증’를 중점으로 희귀질환의 현황·문제점·해결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희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약 7500여 종에 달하며, 매년 약 250종의 새로운 희귀질환이 발견되고 있다. 2021년 희귀질환자는 5만 5874명, 사망자는 1854명이며, 그중 1세 미만이 34명, 1~14세는 11명 수준이다.
대표적인 희귀질환 ‘저인산효소증’은 골 무기질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의 감소로 인해 나타나는 치명적인 대사 질환으로, 조직 비특이적 알칼리성 인산분해요소를 발현하는 ALPL 유전자의 기능 소실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ALPL 돌연변이는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PL)의 활성을 저하시켜, 평생에 걸쳐 심각한 전신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1세 이전 사망률은 58%, 5세 이전 사망률은 73%에 이른다.
현재 저인산효소증은 ALP를 주입하는 효소 대체 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고, 영아 대상 연구에서 효소 대체 요법은 대조군 대비 5년 생존율이 27%에서 82%로 증가하는 유의한 개선도 확인됐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의무기록(EMR) 분석이 진단 뿐 아니라 연구 목적으로도 쉽지 않은 수준이며 급여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진단받은 환자들도 치료를 제대로 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조 교수는 “저인산효소증 환자의 생애 초기에 골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일생의 골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기 진단 및 치료는 필수적이다”며 “그러나 16.4%의 환자가 최종 진단까지 4개 이상의 병원을 다니고, 6.1%의 환자는 진단까지 10년 이상 소요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기진단을 위해 외국에서는 국가 차원의 스크리닝 프로그램이나 빅데이터를 활용해 저인산효소증 의심 환자를 굉장히 활발하게 발굴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생명윤리법이 과도하게 엄격해서 익명화된 데이터 조차 활용이 어렵다”며 “환자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면서도 희귀질환의 진단과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의료 데이터 활용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영유아 검진 조기유치소실 항목 추가 △의료기관별 ALP, Cr, Ca, P, WBC, platelet, Hb 등 혈액검사 실시 △비정상인 경우 의료진이 쉽게 알아챌 수 있는 시스템 조치 △완성된 치료제 신생아 선별검사에 포함 △의심 환자 희귀질환센터 hot line 연계 등을 구축하고, 질환의 의심없이 시스템이 환자를 찾아내도록 하는 ‘신생아 선별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환자단체와 정부 관계자들은 희귀질환 조기진단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정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김재학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희귀질환 환자들은 긴 시간 동안 확진을 받기 위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진단방랑’의 현실을 겪고 있다”며 “치료 방법이 있음에도 진단받지 못해 기회를 놓치거나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 하루빨리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박지민 사무관은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 “현재 영유아 검진에 있어서 정상적인 성장 체크와 보호자에게 일종의 육아 지침을 제공하는 목적과 수준 정도”라며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기 때문에 전문가분들과 더 많은 상의를 통해 희귀질환 조기 발견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과 김지영 과장도 “수도권 뿐 아니라 지역에 있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최소 권역별로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다학제적으로 접근해 희귀질환 정보를 환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쳬계부터 우선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