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국가관리와 치료제 급여지원 필요하다"
"정부 안일하게 바라보는 사이 국민 비만 수준 심각" 지적 비만 전문가들, 비만법제정-비만 국가 관리 촉구...비만약 급여 해외사례 소개도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비만의 질병 인식 및 국가관리에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해외사례를 소개하며 비만치료제 급여화도 언급했다.
'비만법 제정 및 비만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지난 9일 오후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비만은 그 자체로 암, 심뇌혈관질환, 당뇨병 등 수많은 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서 WHO에서도 질환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영국, 미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국가 정책을 통해 비만 대응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진행되었던 1차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 이후 지금까지도 후속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 부처 간에도 비만에 대한 정의가 달라 국민들의 비만 관리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 사이 국내 비만 환경은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 대한비만학회의 2024 팩트시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비만 유병률은 2013년 30.6%에서 2022년 38.4%로 증가하였으며 특히 성인 남성의 경우 2022년 비만 유병률이 49.6%로서 2명 중 1명은 비만에 해당할 만큼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각종 질환의 원인인 비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할 수 있는 기본법을 마련함으로써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손실을 줄이고 국민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나타날 수 있는 비만의 문제를 국가가 체계적·제도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이준혁 을지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2021년에 이미 15조원을 초과하였으며, 이 비용은 연평균 7%씩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렇듯 비만의 사회경제적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기존에는 비만 관리를 주로 개인의 영역으로 인식해 왔다"며 "그러나 비만은 유전, 환경, 사회구조 등 다양한 요인들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특히 성별·연령별·지역별·교육수준별·소득수준별로 비만 유병률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근거가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비만이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과 공공 보건정책을 통해 종합적으로 다루어야 할 ‘건강불평등’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남가은 고려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은 사회적 비용을 양산하는 질병이며, 전문가의 진단과 평가가 동반되고 종합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60% 이상은 비만 문제를 개인의 의지로 해결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치료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며 "더욱이, 국내 보건당국은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미용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어, 비만 관리와 치료에 대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정부의 태도를 꼬집었다.
남 교수는 특히 비용으로 인한 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비만대사수술을 제외한 모든 비만 진료는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남 교수는 "이는 보건 당국이 비만을 개인적 문제나 미용적 문제로 보고 있기 때문으로, 비만 치료 분야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 비만치료제의 시장에서 조정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남 교수는 "이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많은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며 "최근 위고비 오남용 문제도 비만 치료에 있어 보건당국의 종합적 역할 부족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해외에서는 비만 예방과 관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소아비만 예방과 치료전략 개발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전반적인 비만 관리와 감소를 위한 법안을 논의 중이며, 영국은 성인과 아동의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한3대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비만 치료제에 이미 보험 급여를 적용하고 있으며, 일본의 보건당국도 비만치료제의 처방을 시장 자율에 맡기지 않고 철처히 통제하고 있다.
이어 그는 "우리 정부는 지속적으로 비만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정확한 통계와 전문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비만 예방 및 관리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법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비만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국민 건강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국회에는 '비만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비만기본법)'이 발의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