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WHO 우수규제기관목록 등재 기대 효과
참조국 지위로 협상 객관적 수단으로 활용
[의학신문·일간보사]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국장
제약바이오산업 분야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의약품의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욕구 및 소비가 증가하고 있으며,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제약바이오산업의 발전을 든든하게 지원하기 위하여 금년도부터 본격 시행하는 식약처의 허가 혁신 정책 그리고 지난 2023년 스위스·싱가포르와 함께 우리나라의 세계 최초 세계보건기구(WHO) 우수규제기관 목록(WLA) 등재에 따른 기대 효과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지난해 연초부터 식약처는 의약품허가총괄과를 의약품안전국으로 재편하고, GMP 평가기간 단축방안 마련 및 의약품 허가심사조정협의체 시범운영 등 의약품 허가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집중하였다. 또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확대 개편 그리고 신약 수수료를 재산정하고 이를 활용한 신약 허가 프로세스 마련 등 허가 혁신을 위하여 쉼 없이 달려왔다.
2025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신약 수수료 개편과 허가혁신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신약 허가의 속도·투명성·예측성을 대폭 개선하여 국내 제약산업의 신속한 제품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신약 허가심사 프로세스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신약 품목별로 회사와 허가심사자의 대면상담 또는 심사를 최대 3회인 현재 수준보다 3배 이상 증가한 10여회 실시하여 심사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회의결과 등을 문서로 안내하는 등 투명성과 명확성 기반의 지속적 소통으로 허가일정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동시에 업체에서 준비 중인 보완자료 등에 대해서는 접수 이전에 미리 검토하여 부족한 부분을 정확하게 안내하여 정해진 기간 내에 신속하게 보완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신약 허가심사 프로세스 내용
신약 허가 신청이 접수되면 제품별 전담팀을 구성하고, 허가부서 과장을 팀장으로 품질, 안전성‧유효성(임상, 비임상, 위해성관리계획(RMP)), 임상통계, 제조 및 품질관리(GMP) 평가, 임상시험 관리기준(GCP) 평가 등 분야별 전담자를 배정한다. 이후 전담팀장을 중심으로 허가심사 전체일정 조율 및 분야별 심사를 전담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신약 제조소에 대한 제조 및 품질관리(GMP) 평가 및 실태조사를 허가 접수 후 90일 이내 실시하여 허가 소요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서두에 언급된 혁신프로세스를 통하여 신약 허가신청부터 허가증 발급까지 295일 이내에 완료될 수 있도록 전문성 기반의 신속‧투명한 허가심사 시스템을 운영한다.
허가심사 기간에 295일이 소요된다는 것은 현재 평균 1년 수개월이 소요되는 국내 신약 허가 기간 대비하여 3개월 이상 단축되는 것으로, 미국 300일과 유럽 및 일본 365일 등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그리고 첨단 분야 신약 등을 전문적으로 심사하고 회사를 지원할 수 있는 전문인력 즉, 의‧약사, 박사 후 경력 3년 이상 등 전문역량을 갖춘 심사자 비율을 현재 30% 수준에서 70% 수준으로 대폭 확충한다.
식약처는 이미 WHO 우수규제기관 등재(2023년), 국제규제조화위원회(ICH) 회원국 가입(2016년),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 가입(2014년) 등 글로벌 규제리더로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전문인력 확충을 계기로 해외 규제기관과의 규제조화, 규제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등을 보완하여 글로벌 의약품 국제표준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유럽의약품청(EMA)과 의약품 공동평가 등을 통해 글로벌 심사 표준을 상호 공유하고, 중간 및 동료검토 결과를 상호 보완하는 등 허가심사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국제적 수준으로 강화하는 등 다양한 개선책을 통하여 국내 신약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WLA 등재가 갖는 의미와 함께 앞으로의 기대효과 부분이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겪은 코로나19 팬데믹의 경험은 보건 위기 상황에서 규제기관의 능력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 사례가 되었다. 더불어, 전 세계 의약품 규제기관들은 팬데믹과 같은 긴급 상황에서 서로의 규제 결정사항을 인정하거나 규제 기준을 상호적용하는 협력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 접근성을 높일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이제 각국의 규제 역량은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단순한 관리 수준을 넘어, 해당 국가 제약산업의 국제적 위상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높은 수준의 신뢰받는 규제시스템을 보유한 국가일수록 해당 국가 제약사의 수출 경쟁력과 글로벌 시장 진입이 한층 수월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우수한 규제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의약품의 품질·안전성·유효성, 그리고 품질을 보다 철저히 검증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국가에서 허가된 의약품의 품질을 보장하며 국내외 환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의약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식약처는 GBT 최고 등급 획득과 WLA 등재를 통해 의약품, 백신에 대한 우리나라의 의약품 허가 제도의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입증받았다. 먼저 지난 2022년 11월 규제시스템 글로벌 기준(GBT)에 의약품과 백신 분야 모두에서 최고 등급인 4등급을 획득하여, WLA 등재 신청 자격 취득과 동시에 우리의 높은 규제시스템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뒤이어 2023년 10월에는 WHO가 의약품 규제기관의 규제시스템과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해 그 수준이 뛰어난 규제기관을 목록화한 WHO 우수규제기관목록(WLA)에 세계 최초 3개국 중 하나로 등재되었다.
WLA에 등재되었다는 것은 참조국 제도, 즉 신뢰할 수 있는 다른 규제기관의 자료 등을 참조하여 허가 절차나 제출자료를 간소화하는 절차를 운영하는 해외 규제기관에 우리나라가 참조국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협상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다.
필리핀, 식약처 규제역량 인정
대표적인 예로, 올해 3월에 필리핀 식약청은 우수한 규제역량을 인정하여 한국 식약처를 ‘우수규제기관’으로 신규 등재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의약품이 필리핀에 품목허가신청을 하게 될 경우 법정 허가심사 기간이 기존 120~180일에서 30~45일로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또한 올해 7월에는 파라과이 국가위생감시청이 WHO의 최고 수준 성숙도를 가진 규제기관인 우리나라 식약처를 의약품 및 백신 분야의 ‘고위생감시국’ 규제기관으로 등재하였다. 이를 통해 국내 의약품 및 백신은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실태 조사 면제 등 파라과이 현지 허가‧등록 절차가 간소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WLA 등재 효과로 WHO의 국제 의약품 조달 입찰자격인 사전적격성 평가(PQ) 인증 과정에서도 간소화된 평가 절차를 적용받을 수 있다. ‘PQ를 위한 약식 평가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WLA 등재 목록을 사용할 것’이라는 WHO의 입장 발표를 통해서도 식약처의 WLA 등재가 국내 제품의 국제 의약품 조달 시장 확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나라의 의약품 규제 역량은 제약산업의 뿌리와 같다. 뿌리가 튼튼해야 나무가 성장하고 열매를 맺듯, 강력하고 신뢰받는 규제 역량은 자국 제약사의 수출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필수적이다. 식약처의 WLA 등재는 국내 제약업계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WLA 등재와 같이 국내의 우수한 규제 역량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은 글로벌 협력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식약처의 등재 경험을 해외 규제기관들과 공유함으로써 우리나라 의약품 규제의 우수성을 알려 국제 의약품 협력 네트워크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식약처는 서두에 언급한 것과 같이 앞으로도 허가심사조정협의체 운영평가 및 허가제도 품질평가 등을 통해 실질적인 허가 규제의 개선 수요를 지속 발굴‧개선하여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 지원정책을 끊임없이 추진하고, WLA 등재를 발판 삼아 해외 규제기관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 규제 네트워크와의 협력을 확대하여 의약품 안전과 품질관리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