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주도 자정 운동 ‘현명한 선택’ 8년, 얼만큼 왔나

참여 학회 확대 계속…기존 경험 59개 학회 권고안 정비도

2024-12-12     이승덕 기자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의사들이 주체적으로 해온 과잉진료 조절 캠페인 ‘현명한 선택’이 10년 가까이 활동을 계속해 온 가운데, 그간 활동을 ‘제대로 고민’해봐야할 시점이라는 인식이 공유됐다.

그동안 참여해온 개별 학회의 권고안의 최신화가 필요한 한편, 미참여 학회에 대한 새로운 활성화 방안이 절실하다는 진단이다. 

'현명한 선택 심포지움 2024' 발표 전경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최근 개최한  ‘현명한 선택 심포지움 2024’에는 이 같은 논의가 이뤄졌다.

첫 발표를 맡은 김현정 고려대보건대학원 교수(한국코크란)는 “현명한 선택의 학회 권고안 업데이트 및 참여학회 확대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2016년 의학한림원이 과잉진료 예방을 위해 도입한 현명한 선택은 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원을 시작으로 활성화가 시작됐다. 2017년 대한영상의학회, 2020년 대한내과학회를 포함한 5개 학회의 권고안 발표를 시작으로 점차 개발이 확대돼 2024년 현재 37개 학회가 참여 중이며 32개 학회가 권고안 개발을 완료했다. 

다만, 현재 대한의학회 산하 기간학회 중 대한외과학회와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현명한 선택 참여를 거부한 상태며,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대한피부과학회, 대한안과학회, 대한직업환경의학회 등도 의학한림원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의학한림원은 2024년 기준, 권고안 미개발 학회 34개에 대해 개발을 독려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등 학 제도참여 확대 및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현정 교수는 “2020년도에 권고안을 만든 기존 참여학회는 5년이 경과해 최신 업데이트의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인 임상 가이드라인도 2~3년이 최신화 주기인 점을 고려하면 보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이드라인 개발에 있어 세부학회 등의 모호한 경계의 명확화도 과제로 지목했다. 참여학회 확대를 위해 학회별 주도적인 권고안 작성이 필수적이지만, 일부 세부 학회는 독립적인 권고안 작성에 의구심이나 부정적 태도를 취하는 등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김 교수는 “향후 학회별 권고안 개발 의견조사를 진행하고 독립적 실행 여부 등으로 조사해야 한다”며 “현재 권고안 개발 및 경험이 있는 학회는 59개에 달해 제도 확산을 어떻게 해야할지 전략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병주 의학한림원 부원장은 사업 참여확대를 위한 단순 홍보를 떠나 미참여 학회들에 대한 심층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박병주 부원장은 “현명한 선택은 의사들의 신뢰를 회복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인데 참여를 하지 않는 학회가 아직 많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제는 단순 홍보나 독려가 아닌 왜 참여를 하지 않는지 심층적인 분석과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왼쪽부터)김현정 교수, 박병주 부원장, 정우경 교수

일부 현장서는 이미 체감중…불필요 의료행위 기준 필요도

현명한 선택 확산을 위한 세부 전략 및 경험에 대한 공유도 이뤄졌다. 먼저 대한영상의학회의 경험을 공유한 정우경 교수(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는 임상 적용 과정에서 겪었던 현실적인 문제점을 소개했다.

정우경 교수는 “현명한 선택 캠페인은 특정과 단독으로 수행하기 힘들었고 실제 영상검사는 여러 진료과의 상호 진료에 포함돼 있다”며 “항목 개발 시 진료과 상호 간 협의가 필요하며 각 진료과에서 제안한 항목을 모두 모아 서로 진행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2021년 6월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적용 장애요인으로 △국민홍보 활동(1순위) △의료 전문가 간 협의(2순위) △관련 공무원의 인식(3순위)으로 각각 꼽았다. 

또 건강검진 분야에서 캠페인 적용 방안에 대한 조언도 이뤄졌다. 핵심은 전문가에 의해 분석된 과학적 근거에 따른 검진의 이득와 위해를 수검자에게 정확히 알린 이후 건강검진을 권고하는 것으로 꼽았다. 

즉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건강검진 문제를 밝히고 필요하지 않거나 필요성이 불분명한 항목은 배제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영상의학회도 (현명한 선택) 확산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 장애가 있다”며 “의료전문가의 인식개선과 합의가 있어야 환자가 올바르게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종하 교수(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적정진료 실장)도 현명한 선택의 원내 적용경험 사례를 공유하며 ‘병원 환경 맞춤별 최적화’를 적용 최우선 사항으로 지목했다.

건강보험 일산병원은 12개 진료과 39개 전문의가 참여해 적정진료 리스트 28개를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캠페인 적용 리스트 및 미적용 리스트를 분류했다.

미적용의 대표적 사례는 영상의학회의 'CT 또는 조영제를 사용하는 검사 전 흡인성 폐렴을 예방하기 위해 금식을 시행하지 않는다'는 조항으로 현실적으로 적용키 어려웠다고 부연했다. 

반면 같은 영상의학회의 권고인 '복부 CT 검사 시 특별한 목적이 없는 한 조영 증강 전 검사 지연기 검사를 프로토콜에 포함하지 않는다' 등은 향후 진료 적용이 필요한 영역으로 분류했다.

유 교수는 “현명한 선택 리스트는 각 병원별로 환경에 맞게 검토 및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리스트 외에도 불필요한 진료를 최소화하는 자체적인 개발과 시행도 큰 의미가 있다”며 “이는 의료진간의 유기적인 협조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발표 후 플로어에서 발언한 이상일 울산의대 예방의학과 교수(前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임상환경에서의 캠페인 적용이 어렵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당장 적용이 가능한 최소한의 불필요 행위부터 줄여나가자”고 제언했다. 

이는 현재 국내의 경우 행위별 수가제도 하에서는 현명한 선택이 쉽지 않지만, 수가와 관계 없는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서서히 줄여 캠페인 적용이 적합한 환경을 먼저 조성하자는 의미이다.

이상일 교수는 “불필요 의료행위 감축 외에도 행위별 수가제의 영향을 덜 받는 병원부터 찾으면 사업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 가령 7개 질환군 DRG의 경우 현명한 선택 적용의 거부감을 덜 느낄 것”이라며 “향후 수기지불 제도의 변화 추이 등도 고려해 단기적, 장기적 적용 사항을 구별해 확산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