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US' 유럽심장학회 진료 지침 상향, 국내 연구 성과서 출발했다
복잡 병변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 시행 시 사용, Class 1A 등급 새 진료 지침 발표 ‘레노베이트’ 지침 개정 근거로…한주용 교수 “다수 이미징 정보로 스텐트 시술 향상”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스텐트 시술은 관상동맥질환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복잡한 관상동맥 병변을 가진 환자에게는 스텐트 시술이 쉽지 않다. 병변 특징에 맞는 고난도, 고위험 스텐트 시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는 혈관 내 영상장비를 사용하며 얻을 수 있는 장점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의학계에 있었고,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2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ESC) 2024에서 복잡 병변에 대한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PCI) 시행 시 혈관 내 초음파(IVUS) 사용을 가장 높은 권고 수준인 Class 1A 등급으로 상향하는 새로운 진료 지침이 발표되는 것에 이르렀다.
참고로 유럽심장학회 진료 지침 Class 1A 등급은 해당 치료법의 임상적 유용성을 보여주는 무작위 임상시험 또는 메타 분석으로 도출된 데이터에 대한 통상적 합의가 이뤄진 것을 의미한다.
이에 지난해 발표된 국내 연구인 레노베이트(RENOVATE-COMPLEX-PCI, 책임 연구자: 한주용) 연구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 연구는 복잡한 관상동맥 병변을 가진 환자에서 영상 유도 PCI가 혈관조영술 유도 PCI에 비해 심장 합병증 발생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결과를 증명하며, 유럽심장학회의 진료 지침 개정의 근거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을 이끈 삼성서울병원 한주용 교수<사진·순환기내과 과장>는 의학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혈관은 3차원인데 기존 혈관조영술은 2차원으로 한계가 된다. 하지만 IVUS는 가능한 많은 이미징 정보를 추출해서 이를 기반으로 스텐트 시술을 향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연구를 통해 단순 재시술을 줄이는 것이 아닌 심장사를 줄였다는 점을 입증했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레노베이트 연구는 복잡한 관상동맥 병변을 가진 총 1,63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영상 유도 PCI와 혈관조영술 유도 PCI의 임상 결과를 약 2년(중간값)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심장 질환 관련 사망, 표적 혈관 관련 심근경색, 임상적으로 유발된 표적 혈관 재개통의 합인 1차 평가 변수(Primary endpoint)에서 영상 유도 PCI 그룹의 발생률이 더 낮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전체 환자 중 심장사, 심근경색, 반복적인 스텐트 시술과 같은 결과는 혈관 내 영상장비를 사용한 시술 그룹에선 1.7%, 3.7%, 3.4% 발생했다. 조영술만으로 시술을 시행한 그룹에선 3.8%, 5.6%, 5.5%로 혈관 내 영상장비를 사용한 시술 그룹보다 발생율이 더 높았다. 특히 심장사에 대한 위험도는 혈관 내 영상장비를 사용한 시술 그룹이 53% 더 낮았다.
한주용 교수는 “써보면 좋다고 느끼는데 증거 수준을 높일지가 숙제였고, 확증적 결론에 이르지 못해 연구를 기획하게 됐다. 결국 통계상으로 입증했고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 발표에 이어 NEJM에도 성과를 게재한 바 있다”며 “유럽에 이어 미국 쪽도 시점이 문제였을 뿐 진료 지침 개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성 타파 및 비용 문제…“교육 동반 필요, 심장사 감소 가치 중요”
글로벌에서도 새로운 지침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의료 현장에서 활용의 보편화를 막는 허들은 있다. 먼저 관성적인 부분을 타파해야 한다는 것. 기존 방식을 고수하고,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시간 소모 및 합병증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정보를 해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결국 교육이 동반돼야 한다고 필요성을 언급했다.
통계적으로 경험이 없는 의사와 경험이 있는 의사 모두가 시술 성적을 개선함에 있어 도움이 됐다는 데이터도 있었고, 의사 한 명을 넘어 팀으로 움직이는 특성상 익숙해지고 숙달로 이어지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합병증 없이 많은 정보를 기반으로 성공적인 시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급여가 되지 않은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비용 문제이다. 이를 바라보며 한 교수는 “시술 성적이 좋아져서 재시술을 줄이고 재입원을 줄이면 장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통계상 3년까지는 비용 효과적인 면에서 뚜렷하지 않았지만 5년 정도가 지나면 비용이 절감되게 분석됐으며, 뭐니 뭐니 해도 심장사를 감소하는 것은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한주용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기존 복잡 병변을 넘어 모든 병변에 적용해보고 싶고, 응급상황에서 체감하고 있는 데이터를 확인해 보완해 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운전시 '네비게이션' 활용과 같아, 첨단 기술 활용 망설이지 말라"
한편 이번 연구 성과에 이르기까지 의료기기 기술 발전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향후 IVUS 분야에서 기술적 개선 및 추가를 기대하고 있는 부분을 묻자 한주용 교수는 “구불구불한 혈관의 효율적 시술을 위해 카테터 옵션의 다양성이 필요하다”라며 “또 시술 시 최적의 범위를 알려주고 연구에 필요한 리포트 작성까지 효과적으로 돕는 AI의 접목까지 다음 버전에서는 자동화가 더욱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IVUS 영상을 제공하는 것은 운전하며 ‘네비게이션’을 활용하는 것과 같다고 느낀다. 매일 출근길에서 어떨 때는 그냥 오는 것이 빠를 때도 있겠지만 새로운 길, 어려운 길에 요긴하고 각종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지 않는가”라며 “안전성은 오죽하겠는가?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망설일 필요는 절대 없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