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병원의 일상을 화폭에 담는 간호사 이야기
낙서에서 시작한 그림…스트레스 해소부터 해부지식까지 큰 도움 고대구로병원 안단테 간호사 “일상 통해, 의료진도 보통 사람이라는 것 알리고파”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취미로 시작한 그림으로 책까지 내게 돼 고마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취미로서 행복‧즐거움을 자유롭게 누리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를 즐기고 싶습니다”
고대구로병원 안단테 간호사는 병원은 물론 의료계에서 유명한 그림작가다. 하지만 본인이 가진 유명세는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가족과의 시간이 더 중요하기도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안단테 간호사<사진>은 최근 의학신문‧일간보사와 만난 자리에서 “병원에서 종이에 낙서하는 모습을 본 교수님이 ‘그림 좀 그릴 줄 아네, 요즘 논문 삽화 그리는 사람도 많은데, 시간 날 때 한번 해보는거 어때’라는 말을 듣고, 남는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는 생각에 처제가 잘 안쓰던 아이패드를 빌려서 낙서하듯 그리던 게 어느덧 취미가 됐다”고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막상 삽화를 그리기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그는 일상에서 놓치고 있던 동료 간호사‧교수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에 눈이 갔고, 이들의 일에 집중하고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그림에 담고 인스타그램에 하나, 하나 기록해 나갔다.
안 간호사는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섹시하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일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주로 그리게 됐다”며 “일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지만, 의료진들도 직장인들과 똑같이 실수하고, 웃기도 하는 보통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찍은 사진의 선을 보고 라인드로잉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안단테 간호사는 바쁜 병원 생활은 물론 집안일‧육아까지 완벽히 마친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근무가 있는 날은 정오까지 근무가 없는 날은 새벽 3시까지 취미생활을 즐기며, 2018년부터 200~300점의 그림을 그렸다.
아내의 지지…간호사 안단테에서 ‘안 작가’로
그 과정에서 안 간호사를 알게 된 윤혜진 간호사가 출판사에 자신의 쓰는 책의 삽화를 그려 줄 사람으로 그를 추천했고, 그 인연으로 삽화를 그리는 것은 물론, ‘비밀노트: 해부생리 소화기계편’라는 책까지 출판하며, ‘안 작가’라는 별명이자 또 하나의 직업을 가지게 됐다.
물론 그림을 그리는 것부터 책을 쓰겠다는 결정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그를 응원해준 아내의 전폭적인 지지가 그를 작가로 만든 것.
그는 “그림도 좋지만, 책을 쓰면 육아‧집안일 등을 비롯해 아내‧아이들에게 소홀해지고, 본업도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고민하고 있었다”며 “그때 아내가 ‘육아‧집안일 같이 해줘서 좋지만, 당신이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즐기면서 해봤으면 좋겠다. 고민하지 말고 해봐’라고 등을 떠밀어 줬다”고 회상했다.
이어 “또 처제에게 빌려쓰던 태블릿 대신 아내가 가장 좋은 태블릿과 펜을 사라고 시원하게 결제도 해주며 응원해줘 고마웠다”고 아내에게 감사를 표하던 그는 “사실 그림을 시작할 때는 육퇴까지 마치고 했으면 좋겠다는 눈치였다”고 유머 감각을 뽐내기도 했다.
“그림 그리기, 행위 자체 즐겨야”
병원에서 환자들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 간호사의 특성상 감정적인 부분을 억제하며,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크지만, 안단테 간호사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해방감을 느끼며, 이를 해소할 수 있었다. 더불어 책을 쓰며 그림을 그리고, 얻게 된 해부학적 지식은 덤. 이에 그는 주변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에게 단순히 색칠을 할 수 있는 컬러링북도 적극 권하는 편이다.
아울러 안 간호사는 그림 그리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일단 목표를 잡지 말고 그리는 행위 자체를 즐길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안 간호사는 “취미에 목표를 잡고 그리다 보면 부담감 때문에 잘 안되고, 즐거워서 하던 것이 즐겁지 않아진다”며 “자유롭게 그리는 행위를 즐기면 된다”라고 언급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표하며, 사랑꾼으로서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안단테 간호사는 “내가 흔들릴 때마다 잡아주고 지지해준 아내 덕분에 이렇게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아내‧아이들과 같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