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진료 차질 서울까지…한계 온다

정부 ‘응급실 운영 파행 일부 불과’…의료계 ‘상황 예의주시해야’ 의료계 일각 ‘의료붕괴 멀지 않았다’ 평가

2024-08-22     정광성 기자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의정갈등으로 전공의들이 현장을 빠져나가며 생긴 업무 과부하로 지방부터 시작된 응급실 진료 차질이 서울까지 번진 가운데 이는 의료 붕괴의 전조 증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 한림대강남성심병원도 응급실 진료에 일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의학회 관계자에 따르면 강남성심병원 응급실은 전공의가 빠져나간 뒤 전문의 6명이 근무를 서다 최근 한 명이 근무를 그만두게 됐고, 한 명이 추가로 사직할 예정으로, 서울 소재의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도 차질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충북대병원은 번갈아 당직을 서던 응급실 전담 전문의 총 10명(응급의학과 전문의 6명‧소아청소년과 전문의4명) 중 2명이 휴직‧병가를 내며, 기존처럼 번갈아 당직을 설 수 없어, 응급실을 24시간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8월 14일 오후 2시부터 15일 오전 8시 30분까지 응급실 진료를 일시 중단했다.

이와 더불어 세종충남대병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이달부터 응급실 진료를 축소하기로 결정했으며, 지난달에는 순천향대천안병원이 응급의학과 전문의 8명 중 4명이 사직해 응급의료센터 운영을 축소하고, 강원도 속초의료원도 응급실 전담의 5명 중 2명이 퇴사해 일주일간 응급실 문을 닫은 바 있다.

이같이 지방에서 시작된 응급실 진료 차질이 서울에서도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는 일부 사례에 불과하고 곧 정상화할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계 집단행동의 영향으로 일부 응급의료기관에서 일시적으로 진료 제한이 발생했으나 이는 일부 기관(응급의료기관 총 408개소 중 5개소, 1.2%)에 해당하며, 응급실 완전 마비가 아닌 일부 기능 축소에 해당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인식에 의료현장에서는 통계가 아닌 현장에 있는 진실을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역대학병원의 A교수는 “정부 통계는 맞지만, 응급의료기관 운영이 어려운 지방은 한 곳만 무너지더라도 큰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응급의학회, 응급의료 현안 개선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이에 응급의학회는 지난 21일 응급의료분야 현안 개선을 위한 학회차원의 특별위원회를 긴급 구성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응급의료 서비스 24시간 제공의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급성심정지 환자 발생 시 119구급대를 즉시 수용해 전문 처치를 할 수 있는 병원을 조사‧공개해 응급의료의 붕괴를 막겠다는 것.

이와 더불어 △시행 중인 응급의료관련 한시적 수가의 제도화‧상시화 △응급의학과 전공의‧전임의 수련보조수당 지급 등 응급의료체계 유지를 위한 실질적 대책도 정부에 촉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는 응급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붕괴의 조짐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전문의들의 피로와 환자의 누적으로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

수도권 대학병원의 B교수는 “지금까지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전문의들이 버텨왔지만 중증질환자들이 누적되기 시작해서 환자가 진료를 보지 못하고 떠돌기 시작했다”며 “표면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시기가 멀지 않은 것 같다”며 “나도 수술을 할 수가 없어서 외래를 내년 초까지 닫아뒀다. 결국 현장에 있는 의료진과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추석연휴 기간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최근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여 고비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