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클라이밍으로 삶을 풀어가는 간호사 이야기

일상의 고단함‧복잡한 생각 날리고, 멋진 등 근육‧미소도 얻어 고대구로병원 정세린 간호사 “정답 아닌 나만의 답 찾을 수 있어”

2024-06-20     정광성 기자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클라이밍을 하다 보면 감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문제와 마주치게 되지만, 한계까지 나를 몰아붙여 어떻게든 풀어내게 됩니다. 이처럼 삶의 어떤 힘든 일도 풀어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중입니다”

고대구로병원 80병동의 정세린 간호사<사진>는 병원에서 밝은 미소로 환자의 마음까지 간호하는 4년 차 젊은 간호사다. 이와 동시에 멋진 등 근육을 가진 ‘나이스 요정’으로 불리는 2년 차 클라이밍 매니아다. 클라이밍장에서 ‘나이스’를 외치며 주변 클라이머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기 때문이다.

‘나이스 요정’ 정세린 간호사와 클라이밍의 만남은 TV속 작은 화면을 통해 이뤄졌다. 정 간호사는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서 서채현 선수가 등반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며 “나보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근육질의 팔로 벽을 오르는 모습이 멋있어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동경심을 갖고 클라이밍의 세계에 입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클라이밍과 만남은 당시 반복되는 일상으로 지쳐있던 그에게 스트레스의 해소는 물론 삶의 균형까지 찾게 해줬다.

정세린 간호사는 “3교대와 근무 특성상 스트레스가 굉장히 많아 간호사로 일을 시작했을 때 우울증이 올 정도로 힘들었다”며 “처음에는 음주로 스트레스를 풀었지만, 클라이밍을 시작하고 업무와 삶이 분리돼 삶의 균형을 찾게 됐다. 암벽 위 문제를 집중해 풀다 보면 일상의 고단함‧복잡한 생각은 잊고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고 미소지었다. 더 밝아진 성격‧미소는 덤.

정 간호사는 현재 리드‧볼더링‧스피드 세 가지 종목의 클라이밍 중 볼더링을 즐기고 있다. 맨몸으로 4~5m 높이의 실내 암벽에서 색이 칠해진 홀더를 밟고 올라가야하는 문제를 풀어 등반하게 되는데, 몸을 한계까지 늘리거나, 구겨 접거나, 뛰거나 정답이 아닌 나만의 방법으로 풀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즐기고 있는 볼더링 종목의 경우 스타트부터 탑까지 4~5m의 암벽을 오른다”며 “등반 전 루트파인딩을 통해 몸을 어떻게 움직일지 생각하고 올라가는 편이다. 그 과정에서 한계까지 몸을 늘리거나 접고, 뛰며, 정해진 답이 아닌 나만의 방법으로 어떻게든 풀어내는 것이 클라이밍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또 클라이밍장에 모인 클라이머들과 같이 ‘다리를 조금 더 오른쪽으로 옮기면 홀드가 있다’‧‘팔을 조금 더 뻗으면 잡힌다’‧‘나이스’ 등을 외치며 등반 문제를 풀고, 종목에 따라 몸에 매단 로프를 조절해주며 함께 할 때 시너지가 생기는 소위 ‘인싸 운동’이다.

스트레스던 3교대 근무, 오히려 쾌적한 취미생활 도와

실내 암벽에서 손으로 잡을 홀더를 찾고 있는 정세린 간호사

이 같은 매력에 최근에는 연예인의 취미생활은 물론 직장인들도 클라이밍을 즐겨 직장인의 퇴근 시간인 6시 이후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지만, 정세린 간호사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3교대 근무가 오히려 쾌적한 취미생활을 돕고 있다며, 보건의료계에 클라이밍을 추천했다.

정 간호사는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인에 클라이밍을 추천 한다”며 “3교대의 특성을 이용해 클라이밍장이 붐비는 직장인 퇴근시간‧주말을 피해 평일 낮에 쾌적하게 즐기고 있다. 재미있게 등은 물론 전신의 근육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하며 등 근육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볼더링으로 시작하는 게 좋은데 짧은 손톱‧편한 운동복‧초크만 있으면 된다. 신발은 클라이밍장에서 대여가 가능하다”고 조언하며 “하지만 저는 무릎보호대와 테이핑‧개인 신발도 사용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초보자에게는 아직 개인장비 등은 필요 없다는 것.

클라이밍, 재미도 좋지만 안전하게 즐기는 것이 우선

자신만의 방법으로 실내암벽을 등반 중인 정세린 간호사

반면 정세린 간호사는 높은 곳까지 등반하는 만큼 준비운동과 더불어 추락의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부상 없이 재미있고 안전하게 즐기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다리의 상처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 간호사는 “5m 탑을 찍고 내려오는 것을 다운클라이밍이라고 하는 데 고수 중에서 그냥 뛰어내리는 경우가 있다”며 “허리‧무릎에 충격이 많이 가는데 반복하다 허리 디스크 및 십자인대가 파열 되는 경우가 있다. 잡고 올라가는 홀더가 거칠어 상처가 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초보자는 항상 조심해서 홀더를 잘 잡고 천천히 안전하게 스타트 지점까지 내려와야 하고, 꼭 준비운동이 필요하다”며 “다리를 높이 올리거나 찢는 동작이 있는 만큼 고관절은 필수로 풀어줘야 한다. 특히 부상 없이 재미있고 안전하게 즐기는 법을 터득해야한다”고 덧붙었다.

인터를 마무리하며, 앞으로의 바램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세린 간호사는 클라이밍과 동호회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정 간호사는 “대회도 많고, 보는 재미도 있는 스포츠클라이밍을 축구‧야구만큼 관심을 가지고  많이 사랑해 달라”며 “교대근무자 클라이밍 동호회와 고대구로병원 클라이밍 동호회의 회장으로서 모두 환영한다. 기회가 된다면 동호회에서도 대회를 열 것”이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