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산지수 차등 놓고 수가협상 장외전 예고...장기적 갈등유발 요소

의협-병협 환산지수 차등 원인 결렬 선언에도 정부-재정위-공단 추진 의지 강해 건정심 논의와 최종 의결 놓고 정부와 반대하는 의료계 간 줄다리기 전망 차등 인상 적용 영역 결정에 의료계 의견 반영도 미지수

2024-06-03     이재원 기자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2025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 환산지수 협상(수가협상)이 지난 1일 막을 내린 가운데, 이번 수가협상 결과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요소는 환산지수 차등이었다.

의원 유형(의사협회 협상 담당)과 병원 유형(병원협회 협상 담당)에는 1.9%, 1.6% 기본 인상률 외에 각각 0.2%, 0.1%씩 추가 환산지수 차등 인상률이 제안됐다. 그러나 이를 수용하지 않은 의협과 병협은 협상 결렬을 끝내 택했다.

건정심에서 최종 제시된 인상률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가운데, 환산지수 차등 인상률을 어느 행위유형에 적용할 지를 놓고 의료계와 정부간 수가협상 장외전이 6월 말 건정심 의결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도 수가협상(환산지수 협상) 결과, 올해 제시된 최종 밴드는 약 1조 2708억원이며, 평균 환산지수 인상률은 1.96%였다. 유형별로는 병원 1.6+0.1%, 의원 1.9+0.2%, 치과 3.2%, 한방 3.6%, 약국 2.8%, 보건기관 2.7%, 조산원 10% 인상률을 받았다.

의원 유형을 담당하는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수가협상 시작부터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환산지수 차등 적용 배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렬을 택했다. 특히 기본 인상률 외에 함께 제시된 환산지수 차등 적용 인상률 0.2%가 어느 행위 영역에 적용할지 정해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최성호 협상단장은 “불확실성을 안고 협상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고, 더 이어나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병원 유형을 담당하는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 단장인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필수의료라는 명목하에 그런 행위유형에 0.1% 차등을 둔다는 것인데, 그런 것은 상대가치 점수 조정에서 우선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산지수 협상보다는 다른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밴드 내 최다 점유율을 자랑하는 병협과 의협, 두 공급자단체들의 반발과 결렬 선언에도 재정운영위원회와 정부의 환산지수 차등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협상 직후 전체회의를 열고 부대의견으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2025년도 요양급여비용을 정할 때 환산지수 인상분 중 상당한 재정을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수술, 처치 등 원가 보상이 낮은 행위유형 조정에 활용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김남훈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도 이번 수가협상 시작부터 환산지수 차등 적용을 통한 원가보상률 조정은 필수의료 지원을 위해 국민건강보험 제2차 종합계획에 포함된 내용임을 강조하며 그에 따라 추진되는 것임을 지속 언급해 왔다.

보건복지부도 지난해에 진행된 2024년도 수가협상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부대의결 사항으로 행위 유형 보상률 조정요구가 있어 왔고, 지난해 의원유형 시범 적용이 한 차례 무산된 바, 올해에는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재정위와 공단,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목표로 의원 0.2%, 병원 0.1%의 환산지수 행위 영역별(장절별) 차등 적용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필수의료가 ‘중증, 응급, 분만, 소아진료’나 ‘지역의료’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의 생명과 삶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질환이 해당된다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특정 영역을 다른 유형들보다 더 올려주는 결정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환산지수를 분리해 적용하겠다는 정책 추진 방향은 지난 20여년 간 유지해 오던 상대가치제도의 의의를 훼손한다고 말한다. 

결국 6월 말 건정심 의결 전까지 의료계와 정부의 환산지수 차등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협회는 이번 수가협상 관련 결정이 임현택 회장의 다음 행보들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한 차례 엄포를 놓기도 했다.

환산지수 차등을 실시하느냐가 설사 어느정도 타협에 이른다해도, 어느 영역에 둘 것인가가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른다. 가장 유력하게 차등 적용이 검토되는 행위유형은 재정운영위원회의 부대의견에 나온대로 수술 등이 될 전망이다.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2024년 시행계획’에도 낮은 원가보상 유형으로 △기본진료 85.1% △수술 81.5%을 언급했다. 반대로 원가대비 높은 보상 유형으로는 검체 135.7%, 영상 117.3%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러한 차등 유형 결정에 의료계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지도 미지수다. 김남훈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수가협상 직후 브리핑에서 “수가협상 이후 진행되는 제도발전협의체에서 수가제도 개선을 어떻게 해 나갈지 논의할 것이며, 환산지수 차등화 등에 대해서도 논의해 나가겠다”고는 밝혔다. 그러나 어느 유형에 차등을 둘 지에 의료계 의견이 어떻게 반영되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건정심에서 추후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을 전하고, 명확한 답을 주지는 못했다. 결국 공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넘어가게 되는데, 건정심 구성상 의료계 위원의 비율이 적은 만큼, 의료계의 목소리가 얼마나 힘을 가질지는 불분명하다.

여기에 환산지수 세분화 및 차등과 상대가치점수 연계를 장기적으로 추진할 경우, 매년 수가협상마다 갈등과 협상 결렬의 원인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다. 올해 갈등이 내년에도 되풀이되지 말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남훈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는 “내년에도 환산지수 차등을 놓고 공급자단체와 간극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일부 인정한다”며 “최대한 제도발전협의체에서 환산지수 차등화를 포함해 원만한 수가협상이 되도록 서로 의견을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