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 약대 신주영 교수팀, 항생제와 신경발달장애 관련성 규명

생후 6개월 이내 신생아 항생제 사용 시 뇌전증 발생 위험 증가

2024-05-28     유은제 기자

[의학신문·일간보사=유은제 기자]생후 6개월 이내 신생아의 항생제 사용 시 뇌전증 발생 위험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성균관대학교(총장 유지범)는 약학대학 신주영 교수 연구팀(공동 1저자 최아형 박사, 이혜성 연구교수, 공저자 정한얼 박사)은 최근 국내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산모 및 신생아에서 항생제 사용과 어린이의 신경발달장애 발생 간의 관련성을 구명한 연구 결과 발표했다.

(왼쪽부터)신주영 교수, 최아형 박사, 이혜성 연구교수, 정한얼 박사

연구를 수행한 결과, 산모의 임신 중 항생제 사용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 언어장애, 뇌전증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생후 6개월 이내 신생아의 항생제 사용 역시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 언어장애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았으나, 뇌전증 발생 위험의 경우 약간 증가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어린이에서의 신경발달장애는 최근 전 세계적인 유병률 및 질병부담 증가로 인하여 주요 공중보건학적 쟁점으로 꼽힌다. 이는 뇌나 중추신경계의 성장이나 발달에 장애가 오는 상태를 말하며, 예후가 상당히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생제는 산모 및 어린이에서 감염과 관련된 치료를 위해 가장 흔히 사용되는 의약품이지만, 장내 미생물 군집의 불균형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장-뇌 축’ 즉, 뇌가 관장하는 중추신경계와 장이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로 인해 장내 미생물이 발달하는 태아 또는 신생아 시기 동안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이 제기된 바 있다.

연구팀은 강원대병원/강원의대 신경과 이서영 교수, 서울대병원/서울의대 정신과 권준수 교수, 일산백병원/인제의대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 고려대병원/고려의대 최영준 교수 연구진과 함께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산모-신생아 연계 건강보험청구자료를 활용하였으며, 산모와 신생아에서의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신경발달장애(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 언어장애, 뇌전증)의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산모와 신생아 코호트를 각각 구축하여 연구를 수행했다.

약 12년간(2009년-2020년) 출생한 어린이 약 400만 명을 연구 대상으로 포함하고, 임신 중 또는 생후 6개월 동안 항생제 사용 여부에 따라 산모 및 신생아의 성향점수 매칭 및 형제자매 코호트를 구축했다. 교란요인을 고려하기 위해 성향점수 매칭 코호트와 유전‧환경적 요인을 고려하기 위한 형재자매 코호트를 구축했다.

주요 연구 결과

성향점수 매칭 코호트 내에서는 산모 및 신생아의 항생제 사용이 신경발달장애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전/환경적 요인이 크다고 알려진 신경발달장애의 특징을 고려하기 위한 형제자매 코호트 연구 결과, 임신 중 산모의 항생제 사용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 언어장애, 뇌전증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후 6개월 신생아의 항생제 사용 역시 마찬가지로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 언어장애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뇌전증의 경우 1.13배 증가시킨다는 관련성을 확인했다. 특히, 생후 더 일찍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와 더 긴 기간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에서 그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신주영 교수는 “의약품 처방 및 사용에 있어서의 더욱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임신부와 신생아 인구집단을 위한 안전성 근거를 생성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연구”라며 “감염이라는 질환 자체도 산모 및 태아의 건강결과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하게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임상지침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생항생제 사용 여부에 따른 뇌전증 발생의 절대적 위험이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항생제 처방을 지양하기보다 항생제의 치료적 위험과 편익을 함께 평가돼야 한다”며 “항생제 장기 복용과 생후 초반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린이의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의해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의학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인 ‘BMJ-British Medical Journal (Impact Factor=107.7, JCR ranking 상위 2.1%)'에 5월 22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