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간담회 퍼즐 맞춰보니…‘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윤곽

필수의료인력 지역정착 제도화 · 의료이용지도 · 건보 혁신계정 등

2024-01-15     이승덕 기자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정부가 권역별로 8곳의 지역간담회를 통해 전국의 의견수렴을 나선 가운데, 각 간담회에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의 주요 내용이 확인됐다.

필수지역의료 권역별 간담회 사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울산, 부산, 수도권, 광주 간담회)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6일 울산을 시작으로 제주(7일), 부산(13일), 충남·경남(15일), 광주(18일), 대구·경북(21일), 수도권(27일) 지역 관계들과 간담회를 진행했으며, 지난 4일 강원지역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했다.

정부는 필수·지역의료 혁신을 위한 지역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준비중인 정책패키지 중 일부 내용을 새롭게 공개하기도 했는데, ‘필수의료 인력의 지역 양성 및 안착’을 위한 지원방안이 주요 내용이며, 이에 대한 건보재정 투입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복지부 정호원 대변인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은 상호 연동돼 있다”며 “필수의료패키지를 뒷받침하는 안이 종합계획 발표안에 있어 준비중으로 발표시기를 논의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22일 이들 권역별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제시된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대해 정리했다.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 올해 하반기부터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도입해 선정 권역에 3년간 최대 50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한다.

구체적으로 △중증·응급 심뇌혈관 진료 △지역의료균형(암, 취약지 인력 공동 운영) △포괄의료서비스(노인성 질환·재활, 모자보건 등) 중 한 분야를 지방자치단체와 권역 책임의료기관이 선택해 사업계획을 마련하면 건강보험에서 이를 지원한다. 

권역 내 의료기관들이 서로 협력해 각자의 역할과 기능에 맞게 진료할수록 더 많이 보상받는 혁신적 보상체계를 선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단기대책뿐만 아니라 보상체계의 근본적 개선을 통해 고위험, 고난도, 시급성, 대기비용 등 필수의료의 특성이 수가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의료행위의 상대가치 산정 기준을 개편한다. 

이와 함께 5~7년인 상대가치 조정 주기를 1~2년으로 대폭 축소해 진료과목 및 분야별 보상 불균형을 신속히 시정하는 등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상체계로 바꿔나갈 계획이며, 시급한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건강보험 투자 확대를 우선 추진하되, 향후 재정당국과 협의해 지역 필수의료 인력 및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재정투자 방안도 마련한다. 

◆건강보험 혁신계정 신설= 건강보험 재정 내에 ‘혁신계정’을 신설해 업무강도와 소모되는 자원 대비 저평가된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 집중 투자 기전을 마련한다.

혁신계정을 통해 행위별 수가제도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관 단위 사후보상 등을 통해 중증·필수의료 인프라, 협력 진료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한다.

◆지역·필수의료 인력 근무여건 개선= 전공의가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의료 현장 상황을 고려해 병원계와 협의하면서 전공의 연속 근무시간을 현실화한다. 이를 일부 수련병원에 시범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수련교과과정을 임상역량 중심으로 개선하고, 인턴제도를 실효성 있게 운영되도록 방안을 검토하며, 양질의 교육훈련이 가능하도록 모든 국립대병원을 대상으로 권역 임상교육센터를 확대한다.

주기적으로 전공의 근무상화아과 수련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객관적 근거를 축적해 나가는 한편, 전공의 정책 거버넌스인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전공위 위원 참여 확대해 체감도를 높인다.

또한 양질의 교육과 수련과정을 거친 의사들이 지역에 머물러 필수의료에 기여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 현재 부산대와 동아대 의대는 입학생 선발부터 출신 지역 여부를 고려하는 ‘지역인재 전형’을 통해 신입생 중 80% 이상을 지역 출신으로 선발하고 있는데, 의견을 청취한 후 제도화한다고 시사한 것이다.

◆공유형 필수의료인력 운영체계 도입= 의사가 의료기관의 경계를 넘어 환자가 있는 의료현장에서 진료할 수 있는 환자 중심의 ‘공유형 인력 운영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를 위해 의사의 다기관 진료에 따른 보상체계 및 지불방식 개선, 관리책임 명확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공유형 진료체계 선도모델로 △분만진료 협력모형(지역 분만 의원 + 고위험 분만시설을 갖춘 종합병원) △중증진료 공백지역 파견 모형(국립대 병원 등 권역 책임의료기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전문의 주체) △개원 전문의 모형(병원이 개원 전문의를 초빙해 인력 공백 발생 분야 진료 지원) 등 쌍방향 인력 운용 구조를 활성화한다.

◆지역 병원 육성 지원= 국립대병원들이 필수의료의 구심점이 되도록 중증질환 진료, 연구, 인력 양성의 중심기관으로 육성한다. 이를 위해 △교수 정원 확대 △혁신적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한 진료-연구 선순환 △시설·장비 첨단화를 추진한다.

사립대병원도 국립대병원과 협력해 지역의 중증진료를 함께 책임질 수 있도록 재정적, 제도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진료-연구-교육 분야별로 국립대와 사립대병원 간 협력 모델을 다양화한다.

지역 우수 중소병원을 키우고 필수의료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혁신적 중소병원 육성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고난도, 복합적 질환을 지닌 중증환자는 큰 규모 병원에서, 경증과 회복기 환자는 거주 생활권에 있는 중소병원에서 치료받도록 한다.

더불어 심뇌혈관, 알코올, 분만 등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전문병원들이 지역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지정·평가기준을 대폭 개편한다. 

◆의료이용 지도 제작= 촘촘한 지역의료 정책 수립을 위해 ‘(가칭)지역의료지도’를 개발한다.

복지부가 실제 의료이용과 인프라 실태, 지역완결적 의료충족률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지역의료지도를 만들고, 이를 지역정책수가 등 각종 정책의 근거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재 시·도 등의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의료정책을 수립하고 있는데, 수도권 내에서도 경기 북부와 강화 등 일부 지역은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의료 격차가 심각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첫걸음으로서 준비하는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