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중재학회, “TAVI 급여 확대와 환자 치료결정권 부여 필요”
심장통합팀 만장일치 결정 구조로 TAVI 시술 활성화 어려워 배장환 이사 "환자들에 TAVI 시술 공지하고 치료결정권 부여해야" 할수록 손해보는 TAVI 저수가도 지적.."수가 정상화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심혈관중재학회가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TAVI)의 활성화를 위해 급여기준 확대와 치료과정에서 TAVI 시술을 택할 수 있는 환자자기결정권 부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저수가인 TAVI 시술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이사장 최동훈)은 지난 14일 신라호텔에서 동계학술대회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중증의 대동맥판막협착증이란 증상이 발생할 경우 기대여명이 3년 미만에 불과하고, 치료를 받지 않으면 1년 생존률이 50%에 불과한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전통적 치료법으로 전신마취후 가슴을 열고 체외 순환기를 삽입하고 심장을 멈추고 심장을 열어 협착된 대동맥판막을 제거하고 인조판막을 삽입하는 수술이 기본 치료법이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70대 정도의 고령에 다중 위험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아 수술의 위험이 크고, 개심술에 대한 거부감이 커서 수술을 받지 못하고 약물치료를 하다가 사망하는 환자들도 많은 질환이다.
2000년대 개흉수술을 하지 않고 대퇴동맥을 통한 중재시술로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치료할 수 있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이하 TAVI)이 소개된 이후로 TAVI는 현재 전세계적인 새로운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에 TAVI가 도입되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엄격한 규제 아래 다른 나라에 비해 진행되고 있다. 2015년 보건복지부 고시가 발효된 이후 꾸준한 임상데이터 축적과 연구를 통해 표준치료로 자리잡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으며, 조건부 선별급여 상황에서도 2021년 한해 1084건의 TAVI시술을 시행했다.
문제는 3000만원 가까운 TAVI 시술도구에 대한 비용의 80%를 본인부담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는 수술의 위험이 높아도 TAVI를 하지 못하고 수술을 해야만하는 환경이 수년간 지속되었다.
다행히 최근 일부 급여확대가 진행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2년 8월 조건부 선별급여 항목인 TAVI의 급여기준을 세분화하여 80세 이상과 수술 고위험군(수술에 의한 사망이 8% 이상으로 예상)은 본인부담 5%로 완전급여화 했다.
또한 수술연관 사망 예측률 4-8%의 중간 위험도군은 본인부담 50%의 선별급여, 그리고 수술사망 예측률 4%미만인 저위험도군은 본인부담 80%의 선별급여로 나누어 2022년 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심혈관중재학회 전문가들은 더 많은 급여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배장환 심혈관중재학회 보험이사(충북대병원 심장내과)는 “본인부담 5% 급여에 들어오면 드는 비용이 몇 백만원 정도”라며 “그러나 50퍼센트는 1600만원이 든다. 실손보험이 있거나 하지 않으면 아직도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더 중요한 것은 TAVI 시술을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렵게 만드는 현재의 심장통합팀의 치료결정 구조라고 배 이사는 지적했다.
TAVI를 보험급여로 실시하기 전에 꼭 행해야하는 조건이 있다. 심장통합진료를 대면으로 시행하여 TAVI 치료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TAVI시술 대상 환자에 대해 심장내과 2인, 흉부외과 2인, 마취통증의학과 1인, 영상의학과 1인 이상의 전문의가 모여 TAVI시술의 가능여부를 결정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언뜻 보기에 이상적인 다학제 진료처럼 보이나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배 이사의 설명이다.
먼저 환자나 보호자의 치료선택권이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학회에 따르면, 환자나 보호자는 현재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TAVI시술여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공유받고 스스로 치료방침을 결정할 권리가 절대 주어지지 않는다.
TAVI를 실시할 것인가 아니면 수술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은 심장통합진료팀에서 결정되며 이 결정 구조에 환자나 보호자의 의견은 반영이 되지 못하는 구조이다.
또한 심장통합진료에 참여한 모든 전문의의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TAVI시술이 가능하다는 점이 제일 큰 문제라고 배 이사는 말했다. 환자를 오랫동안 관찰해온 주치의조차도 자신의 지식과 판단으로 환자의 치료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
현행 제도에서 심장통진료팀의 의사중 한 명이라도 TAVI를 반대하면 환자에게 TAVI는 비급여로도 시행이 불가능하다. 심부전이나 심인성 쇼크로 인공호흡기나 에크모를 삽입해야 하는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일 지라도 만장일치의 합의 없이는 TAVI는 시행될 수 없다.
배 이사는 “환자의 상태가 매우 중하고, 전문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완전합의체의 결정을 이룬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인 경우가 많은데도, 한 명의 반대만 있어도 TAVI를 실시할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납득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심장통합진료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치료방침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TAVI시술의 가능여부만 결정하고 있는 문제점도 언급했다.
배 이사는 “현재 TAVI는 수술의 차선책이 아닌 새로운 표준치료로 증명되었는 데도 불구하고, 수술대신 TAVI가 적절한가 여부만 판단하는 후진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며 “외국의 치료 지침에서는 심장통합진료팀이 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가 아닌 중증의 심장질환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전문가의 협의체로 존재하고 환자나 보호자의 자기결정을 존중하도록 되어 있으나 우리나라의 심장통합진료 운영원칙은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흉부외과로 입원하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 환자는 심장통합진료팀에서 논의도 되지 않고, TAVI에 대한 설명도 없이 개흉수술을 하는 일이 관행인 문제가 있다고 배 이사는 언급했다.
배 이사는 TAVI 뿐만 아니라,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고 있는 모든 중증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 대해 심장통합진료가 제공되도록 해야하며, 환자가 TAVI 시술방법을 공지받고 치료에 참여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들이 TAVI라는 치료방법이 있음을 공지받고 순환기내과, 흉부외과 등의 의사들이 협의를 하여 최선의 치료방침을 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환자를 중심으로 두고 전문가답게 합의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TAVI 시술 활성화가 되지 못하는 걸림돌로 저수가 문제를 학회는 거론했다. 학회에 따르면, 2022년부터 TAVI의 보험급여가 나아졌다고 해도 모두 재료대에 대한 보상이며 시술행위에 대해서는 48만원으로 근거없는 저수가를 고수하고 있다.
심평원에서도 수술적 접근방법과 비교하여 시술시간은 72%, 업무량은 97%에 해당됨을 확인하였으나, 유사행위인 경피적 폐동맥판막삽입술의 행위수가의 1/3도 안되는 수가를 유지하고 있다.
배 교수는 “TAVI 시술전 30%정도의 환자는 TAVI 기구가 판막을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아져, 사전 풍선확장술을 하는 데 이 풍선 확장술의 행위수가가 TAVI 행위수가의 두 배가 넘지만 이 수가는 청구조차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문의가 여섯명 이상이 모이는 심장통합진료에 대한 보상조차 없을 뿐 아니라 TAVI 시술동안 수술장을 비우고 흉부외과 전문의가 발생할 수 있는합병증등에 대해 즉각적인 개흉수술이 가능하도록 대기하도록 강제하고 있음에도, 흉부외과 전문의에 대한 대기 수가 등은 아예 책정이 안 되고 있는것이 현실”이라며 “TAVI를 실시하는 의료기관은 시술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정부는 방치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