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혁명적 판결에 대한 고찰

2023-01-02     의학신문 기자
송우철
한국보건의료정책연구소 이사
<제주한국병원 흉부외과 과장,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지난 1222일 대법원은 보기 드문 혁명적 판결을 내렸다. 종례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등 재판부가 수 차례 반복해 판결한 기조를 뒤집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판결을 고찰하기에 앞서, 몇 가지 사전 지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의료법은 의사는 의료, 한의사는 한방의료를 임무로 한다고 규정할 뿐, 의료와 한방의료의 업무영역을 명확하게 법률로 정의하고 있지 않으며, 면허에 대해서도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할 뿐, 그 면허의 범위도 정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종종 한의사들은 그 경계를 넘나들어, 의료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헌재와 재판부는 의료와 한방의료 행위의 구분, 의사와 한의사의 업무영역 구분, 나아가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원리와 진단방법까지 판시하며 지난 수십년간 일관된 기조를 가지고 판결해 왔다. ,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로 정의하고, 한방의료는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로 정의했다. 이 한방의료의 정의는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유일하게 한방의료를 정의한 한의약 육성법에서 인용했다. , 의사와 한의사의 업무영역은 법 규정만으로 판단하기에 부족하여 사회적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서울고등법원 20051758 )

그런데, 이번 대법원은 이런 기조와 선례를 뒤집고 이번 사건을 상고한 한의사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언론에서 공개한 이 대법원 판결을 보면, 대법원이 법률적 판결을 했기보다는 정치적 혹은 정무적 판결을 했으며, 판결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다소 과격한 주장과 모순적 주장을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과거 헌재 등에서 내려진 판결을 뒤집는 이유로 헌재 결정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났고, 한의대에서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 교육과정이 지속적으로 보완, 강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 사용 금지는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시기는 2013년이고, 이번 대법원 사건은 2010년부터 2012년 사이에 한의사가 초음파진단기로 오진을 내린 사건이므로 대법원이 이 사건을 심리하면서 한의대에서 진단용 의료기기 교육 과정이 보완되었다고 상정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2013년 당시 헌재는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 사용 금지 결정을 하면서, 한의대의 진단용 의료기기 교육 과정의 미비를 이유로 든 바 없으므로 한의대 교육과정 강화가 허용의 이유가 될 수 없다. , 이번 대법원 사건의 경우 애초 이 사건이 형사 사건으로 비화한 계기가 3년간 무려 68회에 걸쳐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하며 침술과 한약을 처방했으나 호전이 없자 다시 병원을 찾아 자궁내막암으로 진단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대법원의 설명대로 한의사에게 진단용 의료기기 교육과정이 보완, 강화되었다면 애초 이렇게 여러 번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암을 놓쳐서도 안된다.

검찰이 해당 한의사를 기소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그 한의사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로 환자의 신체에 위해를 가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며, 1심 및 2심 재판부 역시 초음파 사용 그 자체는 위험성이 크지 않으나, 정확히 판독하지 않으면 진단과 치료 방법에 오류가 생겨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시하며, ‘초음파 진단은 영상의학과 전문의나 영상의학과 관련 이론 및 실습을 거친 의사의 업무영역이라며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은 면허외 의료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1, 2심의 판단을 오심이라며 그 근거를 한의대에서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 교육과정이 보완, 강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한 것이다.

게다가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이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위해가 생길 우려가 상당하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으나, 검찰, 하급심 재판부는 물론 의료계가 우려하는 건,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의 위해성이 아니라,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한의사가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여 오판하는 것이며, 이 우려는 이미 오진으로 치료 시기를 넘겨 해당 사건의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한 사실로 입증될 수 있다.

, 대법원은 한의사에게 초음파 진단기기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의료법의 목적인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기여할 뿐 아니라 헌법이 정한 국민의 선택권을 합리적으로 보장하는 것이고, ‘현대의 진단용 의료기기를 의사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는데, 이 역시 법률적 판결이 아니라 정무적 판결로 밖에 보기 어렵다. 당장 이번 사건에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를 잘못 사용하여 오진을 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는 커녕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3년 헌재가 한의사의 초음파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한 결정을 한 사건은 판독이 자동으로 생성되는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한 사례이었는데, 형사처벌을 받은 한의사가 이 초음파 측정기 사용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으로 처벌하는 것은 의사와 한의사를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으로 평등 원칙에 위반되며, 판독이 필요 없는 기기를 사용해 환자에게 위험성이 없는데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소송을 청구했으나, 헌재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은 그 학문적 기초가 서로 달라 학습과 임상이 전혀 다른 체계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자신이 익힌 분야에 한하여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초음파검사의 영상을 평가하는 데는 인체 및 영상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 하므로 영상의학과 의사나 초음파검사 경험이 많은 해당과의 전문의사가 시행하여야 하고, 이론적 기초와 의료기술이 다른 한의사에게 이를 허용하기 어렵다고 판시하며,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 사용 제한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 헌재는 판독이 자동으로 나오는 진단기기라 할지라도 한의사는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결정한 반면, 이번 대법원은 오진으로 환자에게 위해를 가한 행위를 했음에도 국민의 건강과 선택권을 거론하며 한의사 사용을 금지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한 것이다.

더욱이, 의료법이 의사에게 면허를 주면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건 의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수 있는 국민들에게 안전한 의료 수혜권을 주기 위함이지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기 위함이 아니다. 대법원의 맥락대로라면 승용차를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 면허로도 버스나 화물 트럭과 같은 대형차도 제한없이 운전할 수 있게 국민의 선택권을 합리적으로 보장해 줘야 한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내리면서, 이 판결이 의료법에 규정된 이원적 의료체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다라면서도, ‘의료법 등 관계법령이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동시에 진단용인 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밝히며, 이것이 새로운 판단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 법이 금지 하지 않으면 초음파 진단기는 물론 혈액 및 소변 검사는 물론 각종 영상의학 검사, 폐기능 검사, 안압측정기, 안저검사 등 안과에서 사용하는 각종 검사 기구 등을 모두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판결 결과 어떻게 될까? 한의과대학은 현대의학의 진단용 기기에 대한 강의를 끼워 넣으며 각종 궤변으로 이 기기들이 한방의료 원리와 차이가 없다고 주장할 것이며, 향후 이번 대법원의 새로운 판단 기준에 의해 합법화되어 성행하게 것이다.

대법원은 또한 친절하게도 검사료를 한의사가 당장 건보공단에 청구할 수 있지는 못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한의사가 초음파 등 검사를 통해 수가를 받으려면 우선 한의의료행위 분류를 통해 상대가치 점수를 부여 받고 급여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의의료행위 분류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임의비급여에 해당되어 비급여로도 검사비를 받을 수도 없다. 따라서 현재로는 검사 수수료를 받을 방법이 없는데 왜 한의사들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려 할까?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려는 의도로는 보기 어렵다. 의료 진단기기는 카메라나 드론처럼 호기심이나 취미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하지 않나. 한의사는 자신들도 공부해서 안다고 강변하지만, 어림없다. 그런데도 굳이 비용을 들여 현대의료기기를 구입해 사용하려는 건 환자를 유인하기 위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만일 병의원에서 각종 검사를 해 주고,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으면 이는 의료법이 금지하는 환자유인행위에 해당한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현대 의학에 대한 열등감을 갖는 것이거나 반대로 나도 할 수 있다는 지적 허영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이번 대법원은 새로운 판단 기준이라며 이를 합법화해 주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지켜왔던 의료계의 질서가 무너지고, 오진이 난무하며 환자의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다수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의 이 파괴적 혁명이 만든 카오스가 국민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지 두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