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VI 주도권 놓고 심장내과ㆍ흉부외과 신경전

흉부외과계 TAVI 참여 지분 확대 주장에 심장내과계 반박..“이율배반적” 지적하기도 “심장내과·흉부외과 환자 구분 없이 통합진료팀에서 치료옵션 결정 필요” 강조

2022-07-06     이재원·정광성 기자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정광성 기자] 흉부외과학회가 최근 흉부외과의사의 TAVI(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 참여 확대를 주장하고 나서자 심장내과(순환기내과) 교수들은 TAVI를 시행주체 보다는 대동맥 판막협착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을지 심장통합진료팀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맞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흉부외과에서 담당중인 대동맥 판막 협착층 환자도 심장통합진료팀에서 판단한 후 수술뿐만 아니라 필요시에는 심장내과에서 TAVI 수술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이하 흉부외과학회)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TAVI 시술 시 흉부외과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면서, 심장내과와 흉부외과의 조율과 다학제 진료 활성화를 위해 TAVI 적정성평가를 신설해 국가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적정성평가를 통해 흉부외과 전문의의 TAVI 참여를 사실상 일정 부분 의무화 하는 것을 제안한 것이다.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TAVI)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최신 치료법으로, 인공판막이 부착된 스텐트를 다리 혈관을 통해 심장까지 넣은 후 기존의 좁아진 판막을 벌리고 새 판막을 삽입하는 내과적 중재술이다. 수술 고위험군 등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 대안으로 활용되어 왔다. 국내에서는 2012년 11월 TAVI가 신의료기술로 인정되어 수술이 시행되었으며, 이후 조건부 선별급여로 급여됐다. 그간 급여확대를 주장하는 심장내과와 안전성·유효성에 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흉부외과간 의견차이가 있어왔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본인부담률 80% 선별급여에서, 수술불가능군과 고위험군(STS 점수>8%) 이상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 대해서 완전급여로 전환이 결정된 바 있다. 

흉부외과학회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TAVI가 시술이라고는 하나 사실은 외과적 영역에 가깝다고 말했다. 신성호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흉부외과 교수(흉부외과학회 TAVI 위원)는 “신의료기술로 도입돼 심장내과 주도로 TAVI를 시행하고 있으나, 사실은 외과적 수술영역에 가깝다”며 “해외는 심장내과와 흉부외과가 함께 협업중이며, 환자안전성을 고려하면 두 과가 협조해야 하나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환 흉부외과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흉부외과 과장)도 “TAVI는 심장내과뿐만 아니라 흉부외과까지 전문가들이 논의하에 안전한 방법을 공유해야 한다”며 “2015년부터 흉부외과도 의견반영이 가능하도록 했으나, 그럼에도 전문의 숫자가 많은 심장내과 위주로 시행되는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015년 6월 1일 보건복지부 TAVI 선별급여 고시에 따르면, 시술 전 병원 통합진료에 참여한 전문의 전원의 동의하에 시행되도록 했다. 심장통합진료팀은 순환기내과 전문의 2인, 흉부외과 전문의 2인,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1인, 영상의학과 전문의 1인 이상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전원 동의가 현실적으로 어려웠기에 통상적으로 심장내과에서 환자를 볼 경우 TAVI 시술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어왔다.

흉부외과학회 측의 주장은 급여확대로 시술건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비해 그간 이뤄지지 않던 통합진료팀 진료를 시행,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견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 같은 흉부외과 측의 제안에 심장내과(순환기내과) 교수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적정성평가 다학제 진료 명목하에 흉부외과 교수 참여를 일정부분 제도화하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그는 “일단 흉부외과에서 원하는대로 적정성평가를 하려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보건복지부에서 의견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해당 교수는 TAVI 수술 주체 문제 이전에 일부 병원에서 사실상 단절되고 왜곡된 심장통합진료팀들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TAVI 시술을 위해 입원한 환자는 TAVI 설명도 듣고 수술 옵션에 대한 설명도 듣는다”며 “반대로 환자가 흉부외과 진료로 가면 흉부외과에서 자발적으로 TAVI 옵션설명하고 보낸 케이스가 얼마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 대동맥 판막 협착증은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라, 수술할지 TAVI할지 약만쓰고 볼지 결정해야 한다”며 “흉부외과에서 입원한 대동맥 판막 협착증 환자도 심장내과로 필요시에는 보낼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심장내과 교수도 심장통합팀의 정상화가 아닌 TAVI 시술의 지분 요구만을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TAVI 급여 확대를 의식해서 움직이는 것이라면, 비봉합 대동맥 판막 치환술(Sutureless Aortic Valve Replacement, SAVR) 급여화된 것처럼 다른 수술의 급여화를 추가 추진해가면 되지 않느냐”며 “그동안 안전성에 의문을 표하다가 급여확대가 되고 시술건수가 늘어나니 지분을 요구하는 것은 조금은 이율배반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모든 중증 대동맥 판막 협착 환자는 결정적 치료를 정하기 전에 내과로 입원하든, 흉부외과로 가든 심장통합진료팀에서 치료법을 결정해야 한다”며 “그게 국민건강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흉부외과학회 측은 현재 TAVI 시술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이를 마치는 대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적정성 평가 필요성에 대한 연구진행을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심평원도 일단 의견을 받긴 했으나, 공식적인 제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심장내과(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 두 학회간 입장이 다른 만큼 실질적으로 TAVI 적정성평가가 쉽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TAVI가 이제 선별급여에서 벗어난 단계인데, 적정성평가에 들어가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진료과 (심장내과, 흉부외과) 간 분절된 평가에서 환자 중심의 평가를 내세우던 허혈성 심장질환 평가도 평가에 대한 반발과 학회 간 이견으로 무산됐는데, TAVI도 그만큼 어렵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