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 치료제 린파자 VS 제줄라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난소암은 자궁경부암, 유방암과 함께 여성의 삶을 위협하는 3대 여성암 중 하나이다.
다른 여성암과 달리 적절한 선별검사가 없고 대부분 환자들이 복통 및 더부룩함 등 증상이 비특이적으로 나타나다보니,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된 3기 이상 판정을 받는 난소암 환자는 70%에 달한다.
이렇게 암이 어느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비율이 높다보니 난소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64.1%로 유방암 92.3%, 자궁경부암 79.9%에 비해 저조한 상황이며 특히 4기에 진단 받은 난소암의 5년 생존율은 10%대로 매우 낮은 편이다.
반면 난소암 치료제 개발은 매우 더디게 이루어 지면서, 그동안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기존에는 구토, 탈모 등 일반 정상 세포에도 독성을 나타내는 항암화학요법만 선택할 수 있었다.
2013년이 되어서야 난소암에서 처음으로 표적 치료제가 등장했고, 이후 경구제인 PARP 억제제가 허가를 받으며 난소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PARP 최초 치료제는 아스트라제네카 린파자가 있으며 뒤이어 다케다제약 제줄라가 등장하면서 난소암 환자들에게 긴 생존 여명과 함께 완치라는 단어를 조심스럽게 꺼내들 수 있게 됐다.
◆난소암의 맞춤형 치료 시대 연 뒤 5년 이상의 장기생존 데이터까지 축적한 린파자
제줄라 PRIMA 임상 통해 난소암 1차 유지요법에서 '올커머' 환자에서 효과
최초의 PARP 저해제 린파자는 2014년 FDA와 EMA에서 승인됐다. 린파자 캡슐의 첫 허가의 기반이 된 STUDY-19 2상 임상 연구에서는 참여한 모든 환자군에서 위약 대비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65% 감소시키며 린파자 캡슐은 국내에서 BRCA 변이 난소암 환자에서만 허가를 받았지만 BRCA 변이 여부와 무관하게 임상적 유용성을 증명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BRCA 변이 집단에서 월등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는 점이었다.
BRCA변이 집단의 하위 분석 결과, 린파자 캡슐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은 11.2개월로 위약군 대비 6.9개월 길었고,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도 82% 줄어든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난소암에서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한 환자별 맞춤형 치료의 시대를 처음 열었다는 점과, 유방암, 자궁체부암, 난소암 등 주요 여성암 중 상대생존율이 가장 낮게 확인된 난소암 치료에서 위약 대비 BRCA 변이 백금 민감성 재발성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80% 이상 감소시켰다.
제줄라는 PRIMA 3상 임상연구를 통해 난소암 1차 유지요법에서 분명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를 통해 바이오마커와 관계없이 모든 환자군에서 위약과 비교하여 무진행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 뿐만 아니라 질환 진행 및 사망에 대한 위험률도 낮춰, 전체 환자군에서 유효성을 보였다.
임상 연구 결과, 제줄라는 BRCA 변이 환자군에서는 위약 대비 두배 이상 22.1개월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달성과 함께, 질환 진행 및 사망에 대한 위험률도 60% 감소시켰다.
전체 환자군에서 위약 대비 질환 진행 또는 사망 위험률을 38% 감소시켰을 뿐 아니라, BRCA 변이가 없는 환자 및 HRp 환자군에서도 질환 진행 및 사망에 대한 위험률을 각 50%, 32% 감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제줄라는 바이오마커 상관없이 효과를 확인한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1L BRCA 변이 환자에서는 허가받은 린파자와 달리 올커머로 허가 받았다.
하지만 린파자와 제줄라는 같은 듯 다른 난소암 치료제로 볼 수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린파자는 BRCA 변이 환자에 집중하고 있고 제줄라는 BRCA 변이와 같은 바이오마커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린파자정은 2차 이상에서 BRCA변이 확인 없이 사용 가능하고, 1차의 경우 BRCA 변이가 있는 환자에서는 단독요법으로 HRD 변이 환자에서는 아바스틴과 병용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들의 같은 듯 다른 차이점에 의료진들도 상이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어 당분간은 BRACA 변이 여부를 놓고 두 제품간 치열한 눈치 경쟁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김재원 교수는 “기존에는 BRCA 변이 환자에서만 유지요법을 할 수 있어 아쉬운 점이 존재했는데, 차세대 PARP 억제제인 제줄라가 출시되면서 BRCA 변이가 없는 환자들까지도 분명한 치료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교수는 “제줄라는 다양한 장점을 통해 환자들에게 폭넓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제줄라의 등장을 통해 난소암 유지요법이 더욱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병기 교수는 “제줄라는 BRCA변이 없는 환자중 고위험군에서만 미충족수요(unmet needs)를 규명했고, 저위험군 환자에서는 효과를 입증하지 않았다”며 “실제 3/4기 난소암 환자의 40-50% 정도는 저위험군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환자들에 대한 제줄라의 효과에 대한 미충족수요가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명했다.
여기에 한국로슈 아바스틴이 BRCA 변이 없는 환자에게는 급여로 처방할 수 있다는 점도 제줄라에게는 악재가 될 수 있다. 다만 아바스틴이 스테이지 IIIb, IIIc 환자 중 잔존종양크기 1센티 미만이거나 스테이지 IV 상피랑 난소암, 난관암 또는 원발성 복막암에서만 제한적으로 급여가 적용된다.
◆56개월의 무진행 생존기간 강조하는 린파자에 맞서는 제줄라는 고위험 환자에 집중
임상 시험 데이터만 놓고 보면 린파자가 제줄라보다 한 발 앞서고 있다. 린파자는 PARP 저해제 최초로 5년 추적 관찰된 연구 결과에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리얼월드 연구 데이터가 있다.
새로 진단된 BRCA 변이 진행성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SOLO-1 연구의 5년 추적 관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위약 대비 질병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67% 줄였을뿐 아니라, 5년에 가까운 무진생 생존기간을 입증한 것은 기존 항암제에서 볼 수 없었던 효과이다
치료 5년차에 린파자군의 48%가 질병 진행 없이 치료를 지속한 반면, 위약군은 해당 비율이 21%로 나타났다.
여기에 린파자 캡슐은 국내에서 진행된 리얼월드 연구를 통해 난소암 유지요법으로서 기존 임상 데이터와 일관된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린파자의 국내 리얼월드 연구는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국립암센터, 서울대병원에서 진행했다.
BRCA 변이 고도장액성 재발성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리얼월드 연구에서, 린파자 캡슐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은 14.6개월, 치료 24개월차의 무진행 생존율은 42.4%인 것으로 보고됐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김영태 교수는 “린파자는 난소암에서 처음 정밀의료의 가치를 제시한 치료제로, 유지요법을 통해 재발로 고통 받아 온 난소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끌어 올렸다는 점에 그 의미가 있다”며 “또한 PARP 저해제 중 유일하게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이 임상 연구와 진료 현장에서 동시에 입증됐다는 점이 린파자의 차별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영태 교수는 “린파자 캡슐은 리얼월드 데이터를 통해 국내 환자에 효과가 확인 되었을 뿐 아니라, SOLO-1, 2 등 주요 임상에서도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이 고루 분포돼 연구가 이뤄졌다는 이점이 있다”며 “또한 앞서 언급한 데이터 이외에도 린파자가 진료 현장에서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긍정적인 치료 사례들은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린파자의 이같은 풍부한 연구 데이터에 맞서 제줄라는 고위험군 환자에서의 치료 효과 보인 PRIMA 임상을 앞세우고 있다. 여기에 1일 1회 투약, 1차부터 4차 치료 이상 난소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유효한 치료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기존의 올라파립이나 베바시주맙 연구에서 남았던 고위험군에서의 부족한 데이터를 PRIMA 연구에서 확인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최근 출시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1차부터 4차 치료 이상 난소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유효한 치료 혜택을 강조하고 있는 것.
임상 연구 결과, 제줄라는 BRCA 변이 환자군에서는 위약 대비 두배 이상 22.1개월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달성과 함께, 질환 진행 및 사망에 대한 위험률도 60% 감소시켰다.
전체 환자군에서 위약 대비 질환 진행 또는 사망 위험률을 38% 감소시켰을 뿐 아니라, BRCA 변이가 없는 환자 및 HRp 환자군에서도 질환 진행 및 사망에 대한 위험률을 각 50%, 32% 감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에 참가한 환자 중 23.1%가 1차 종양 축소 수술 후 잔존 질환을 가지고 있는 3기 난소암이었고, 35.0%는 4기 난소암 환자였다.
또한 66.7%는 이미 선행화학요법을 받은 경험이 있고, 30.5%의 환자는 1차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서 부분 반응을 보인 환자였다.
제줄라는 치료 경과가 좋지 않은 환자들에서도 분명한 효과를 보여준 것으로 진단이 늦어 대부분 3~4기에 발견되는 난소암 특성을 고려했을 때, 국내 환자들에서 더욱 효과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제줄라는 국내 유일 1일 1회, 환자 특성에 맞춘 개별맞춤형 용량으로 투약 가능도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긴 반감기를 통해 투여횟수를 타 약제 대비 감소시켰기 때문에, 기존 치료제 대비 복약 편의성과 순응도를 개선했다.
환자의 몸무게와 혈소판수치 등에 따라 시작 용량을 각각 설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개별화된 용량 투여를 한다 해도 약제 유효성이 감소되지 않는다.
즉, 안전성 프로파일 측면에서 환자 체중 및 혈소판수치에 따른 환자 개별 맞춤형 용량을 통해 유효성 감소에 대한 우려 없이 혈액학적 이상반응 관리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제줄라는 1일 1회 3년간 복용해야 하는 반면, 린파자정은 하루 2회 복용이지만 2년 복용하도록 임상연구가 디자인되어 두 치료제 복용을 놓고 환자들간 선호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제줄라는 NOVA, QUADRA 임상 연구 등을 통해 1차 이외에도 2~4차 난소암 환자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NOVA 임상 연구를 통해 재발성 난소암 환자의 2차 유지요법에서 gBRCA 변이 환자에서 위약 대비 약 4배 긴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을 확인하면서 질환 진행 또는 사망 위험률을 74% 감소시킨 것을 확인했다.
또한 제줄라는 QUADRA 임상 연구를 통해 3차 이상 항암화학요법을 투여받은 재발성 난소암 HRd 환자에서 24 %의 객관적반응률을 확인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김재원 교수는 “제줄라는 고위험군 환자에서도 분명한 치료 효과를 입증한 약제로, 저위험 환자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초기 질환 진행 위험률이 높은 환자에서도 확신을 갖고 처방할 수 있는 약제”라고 밝혔다.
◆린파자- 제줄라 글로벌 주요 가이드라인에서 우선 권고돼
이처럼 린파자, 제줄라 모두 난소암 환자들에게 각기 자신의 장점을 가지고 치료 효과를 나타내면서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가이드 라인에서도 우선 권고되는 등 우수한 치료 효과를 뽐내고 있다.
린파자는 BRCA 변이 난소암 환자에 높은 치료 효과와 장기 생존의 가능성을 보여줘 SOLO-1 데이터를 기반으로 올해 7월 공개된 ESMO 최신 가이드라인에서 BRCA 변이 난소암 1차 유지요법에 ESMO-MCBS 4점으로 강력 권고됐다. 이는 난소암 1차 유지요법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같은 가이드라인에서 제줄라의 1차 유지유법은 3점을 받았다.
제줄라도 미국종합암네트워크에서 난소암 1차 치료에서 베바시주맙을 사용하지 않은 환자라면 BRCA 변이 여부와 관계없이 제줄라를 사용할 수 있으며, 특히 BRCA 변이가 없는 환자에서는 PARP 억제제 중 지금까지는 유일하게 제줄라만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 린파자, 제줄라 모두 1차 급여 9부 능선을 넘은 만큼 이들간 치열한 경쟁은 진행형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같은 경쟁은 환자들에게 보다 좋은 치료 효과와 의료진들에게는 다양한 치료 무기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의학부 신진경 이사는 “SOLO1 study 결과로 나온 56개월의 무진행생존기간 중간값은 난소암 1차치료 환자들에게 2년의 복용기간만으로도 완치에 대한 가능성을 줄 수 있어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결과"라며 “PARP억제제의 선구자로, 앞으로도 더 많은 환자들에게 린파자만의 임상적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다케다제약 항암제사업부 김정헌 총괄은 “제줄라는 최초로 BRCA 변이와 관계없이 사용 가능한 PARP 억제제로, 그동안 미충족 수요가 컸던 국내 난소암 환자에게 혁신적인 치료제를 제공하고 있고 특히 더 많은 치료 혜택을 위해 약제 접근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짧은 시간 내 국내 PARP 억제제 시장도 리딩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국내 난소암 환자분들께 필수적인 약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