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공개와 OSCE 체크리스트 공개에 무게 쏠릴 듯…행정소송·국회의원 면담에 촉각
의대생들, ‘국민이 신뢰하고 감동하는 시험평가기관’ 슬로건에 맞게 공정·투명성 확보 바라

[초점] 의사 국시 실기시험 불합격생들의 이유 있는 하소연? 무엇이 문제인가

2009년 도입 이후 합격·불합격 여부만을 알려준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결과 공개 방식이 지난해 법정 소송 끝에 일부 문항별 점수가 공개되는 걸로 변경된 이후 처음으로 실기점수가 공개됐다. 하지만 응시자들 중 일부는 어디에서 점수를 잃었는지 알 수 없어 합격/불합격의 기준 및 근거가 아직도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고 주장한다. 올해도 불합격자들 중 약 30명이 국시원을 상대로 단체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소송을 진행하려는 가장 큰 이유로 불합격을 떠나 국시원의 불통과 이해 못할 태도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미래 국민 건강을 책임질 젊은 의사들을 배출하는 첫 관문인 ‘의사 국시 실기시험’ 불합격자들의 하소연에 진짜 타당한 이유가 있을까. 현재 의대생들이 의문을 갖고 있는 국시원의 실기시험에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일까?

<글 싣는 순서>
① ‘SP 비전문성·CCTV 비공개’ 의사 국시 실기시험 문제없나?
② “30시간 교육받은 연기자가 3000시간 공부한 의대생을 평가?”- 단체 인터뷰
③ 앞으로 지속될 쟁점은 무엇인가? 향후 개선 방향은? ◀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제83회 의사 국가시험 실기평가에서 불합격한 의대생들이 단체 행정 소송과 국회의원 방문, 청원대 청원 등 다각도로 국시원과의 갈등을 노출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지속될 쟁점은 무엇일까.

CCTV 공개 불가, SP의 비전문성, OSCE 체크리스트 미공개, 수정엥고프 방식 합격커트라인 결정 등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둘러싼 논란은 예전과 동일한 부분도 다른 부분도 존재한다.

이 중 앞으로 불합격자들이 가장 강조할 사안은 크게 ‘OSCE 체크리스트 공개’와 ‘이의제기 후 CCTV 재확인 시스템’으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과거 불합격한 학생들이 국시원을 상대로 낸 소송은 ‘불합격처분 취소’와 ‘손해배상 청구’ 등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지난해 한차례 승소한 사례와 비슷한 형태로 국시원의 이해하지 못할 정보 미공개 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소송에 참여할 예정인 의대생 A씨는 “불합격한 상황에 처한 것만으로도 무척 힘이 들지만 그동안은 국시원 측이 실수나 오류가 늘 없었던 것처럼 간주했다”며 “불합격한 자체를 두고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 아닌 불합격한 이유와 타당성을 확인할 수 없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즉, 미래 국민의 건강을 지킬 기초의사를 배출하는 첫 관문인 의사 국시 실기시험에서 의대생들이 최소한의 직무수행 능력을 평가 받은 결과를 두고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것은 응시생의 인권이나 정당한 알권리를 침범하는 일이라는 것.

A씨는 OSCE의 경우, 생명을 구하고 살리는 일에 최대한 중요한 술기와 체크방법을 획일화하고 통일해 하나라도 놓치지 않게 모두에게 공개해 환자에게 잘 수행하도록 평가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공개되지 않은 체크리스트 때문에 국시원이 요구하는 체크리스트를 시행하지 않으면 의사가 될 수 없고, 더 어설프게 연습했더라도 운이 좋게 국시원이 갖고 있는 체크리스트대로 시행하면 의사가 되는 평가방법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대생 B씨도 “오스키(OSCE)를 입스키라고 부르는 이유는 마치 도박을 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며 “모든 체크리스트를 다 하며 되는 것이지만 주어진 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각 학교마다 선택적으로 ‘이게 맞을 거야’라는 추측으로 연습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의대생 학원 홈페이지. 이 학원에서는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내신관리, 본과선행과정, 실기시험 관리, 유급 방지법 등을 제공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제로 ‘쪽집게 수능 학원’처럼 의대생들의 국시 합격을 돕는 ‘의대생 학원’도 존재한다.

지난 2003년에 전문의가 설립한 국내 최초·유일의 의대생 학원 ‘M’은 의사국가고시 실기반(CPX) 운영부터 본과선행과정, 의대 내신관리, 필기시험 전략, 유급 방지법, 의사국가고시 재도전 사례 등의 내용을 제공한다.

의대생들 중 일부는 의과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의사국가고시에서 높은 점수로 합격하기 위해 학원을 선택하는 일도 있다는 의미이다.

소송을 준비하는 불합격생들은 OSCE든 CPX든 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실수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불합격자들이 생기는 것 자체에 대한 비판을 하려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의대생 C씨는 “의사 국시 전체 응시자의 100배가 넘는 수학능력시험에서도 문제 출제 과정이나 정답처리과정에 매해 오류가 생겨 이를 공개하고 인정해 수정·발전시켜나가는데 이보다 규모가 작은 의사 국시 실기시험에 오류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라며 “최소한의 오류가 발생했을 때 불합격한 이유와 납득할만한 이유를 공개해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결국, 의사 국시 실기시험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체계화된 이의제기 시스템과 CCTV 공개가 필요한데 국가기관인 국시원이 이를 갖추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게 소송을 진행하려는 불합격생들의 핵심 주장이다.

이들은 끝으로 “국시원의 슬로건은 ‘국민이 신뢰하고 감동하는 시험평가기관’인데 현재 국시원은 이 슬로건에 맞는 국가기관인지 의문”이라며 “과정부터 결과, 체크 방식, 이의 제기까지 깜깜이 시험인 실기평가가 얼마나 공정할 것이며 결국 한 나라의 건강을 책임질 의사들을 배출하는데 활용되고 있다면 장기적으로 국민 건강에 어떤 도움을 줄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의대생들과 국시원의 매년 반복되는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둘러싼 논란 및 갈등은 언제 없어질 수 있을까?

한편, 국시원은 지난해 10월 그동안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합격과 불합격 여부만 발표한 이유에 대해 ‘같은 시험기간에 다른 조합으로 시험이 실시되기 때문에 개별 응시자들이 응시한 항목을 공개할 경우 조합별 항목을 복원할 우려가 있어 응시자가 응시한 항목명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국시원은 이어 “의사실기시험은 동일한 공개항목이라도 다양하게 문제를 구성하고 문제구성의 난이도에 따라 합격기준점수가 다르게 결정되는 ‘수정엥고프방식’으로 동일한 항목은 물론 각 항목별로 합격기준점수가 다르게 결정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시원은 OSCE 체크리스트는 향후에도 공개하지 않은 방침이라고 밝혔다.

체크리스트가 공개될 경우에 응시자들이 체크리스트의 채점항목만을 기준으로 실기시험을 준비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시험시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 같이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두고 매년 반복되는 의대생들과 국시원의 갈등이 올해는 끝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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