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개헌 논의가 물밑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있다. 안정된 정치구조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를 잘 반영한 개헌안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헌의 내용 하나 하나가 국민들이 동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내용이어야 할 것이다.

작은 법안을 하나를 만들 때에도 낱말 하나, 토씨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자칫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단어나 문장의 의미가 뒤늦게 부정적 영향을 담은 독소 조항으로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스리슬쩍 단어 하나를 바꾸거나 착각하도록 만들어진 법문구가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사회질서를 파괴하고 윤리기준까지 훼손하는 경우가 있다.

개헌특별위원회가 2017년 1월부터 가동되어 많은 논의를 통해 개헌안의 담을 내용이 속속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준비되고 있는 내용 중 대통령의 임기나 행정부처의 변경 등의 정치적인 문제는 놓아두고, 눈에 띄게 걱정스러운 문구가 있어 올바른 개념을 국민들과 입법위원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양성평등과 성평등에 대한 문제점이다. 개헌특위 위원들이 양성평등과 성평등의 개념을 잘 모르고 입법을 하는 것 같다는 우려가 된다. 양성평등과 성평등은 다른 개념이다. 양성평등은 남여의 차별을 하지말자는 의미로 보면 되고, 성평등은 젠더 이데올로기(gender ideology)가 반영된 개념으로 매우 급진적이고 위험한 개념이다. 생물학적 성을 해체하고 자신이 자신의 성을 결정할 수 있게 하자는 뜻이다.

성평등은 자신이 때에 따라 남자가 되기도 하고, 여자가 되기도 한다. 성평등이 되면 생물학적 남녀의 성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자연히 동성애라는 개념이 없어지게 되어 합법적인 개념이 되어 버린다.

이 개념을 도입한 미국은 최근 군부대에서 자신을 여자라고 칭하는 남자들이 벌거벗고 여군들과 샤워를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군 중에 남자의 성기를 가진 군인과 같은 시설을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들은 참고 받아들여야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영국의 유치원과 스웨덴에서도 “아빠(father)”와”엄마(mother)”라는 단어의 사용이 금지되고, 스위스에서는 공식서류에 parent1, parent2를 사용한다는 소식이다. 생물학적 남녀의 구분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성적 중립(gender neutral)적 표현들로 대체되고 있다. 비슷한 뉴스가 오스트리아 정부에서도 들려온다. 생물학적 성을 해체하자는 성평등 이데올로기를 반영한 결과다. 이런 젠더이념은 급진적인 네오 막시즘과 궤를 같이하는 개념이다.

이 이데올로기가 바로 젠더주류화(gender mainstreaming)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젠더 주류화’라는 말을 잘 알지 못한다. 그 결과 최근 몇 년 동안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 정치인들과 미디어의 일부가 젠더 주류화의 재교육 프레임에 갇혀 버리고 말았다. 인류를 재교육시켜 남녀의 경계를 허물고 가정을 해체하는 것이 젠더주류화의 목적이다. 그 실천방안으로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이 헌법이나 법률, 자치단체 조례에 성평등이라는 문구를 집어넣는 작업이다.

이런 위험성을 모르고 입법위원들이 양성평등과 성평등을 혼동해서 사용한 것이라면 위험천만한 일이고, 알면서도 은근 슬쩍 집어넣은 행위라면 가정과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위험한 사상을 집어넣은 것으로 국민에 대한 암묵적 기망행위이다.

의학적으로도 생물학적 남녀의 구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남녀의 정상범위가 다르고 생의 주기에 따른 몸의 변화도 서로 다르고 호르몬의 변화도 남녀가 다르다.

남녀가 차별 없는 교육의 기회, 취업의 기회, 의사표현의 기회, 가사와 양육의 분담을 갖자는 양성평등의 개념은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발전시켜야 할 개념이다. 하지만 생물학적 성을 해체하고 가정을 해체하는 급진적인 성평등의 개념은 양성평등과 분명히 구분해서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의사평론가>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