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장 독점하려는 엘러간 방패막이로 모국 산업 방해 아닌지 의문

[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는 현 시점에서 국내 제약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조건을 가진 ‘작품’으로 꼽힌다. 빅 마켓 미국에서 독점체제를 무너뜨리며 시장 진출을 이룬 기적적 제품으로 수년 내 연간 이익만 1000억 원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고 있다. 작년 미국시장에 진출, 이제 막 비상을 위한 본격적인 날갯짓을 시작하려는 참이다. 전례 없는 성공사례로 향후 여타 제약기업의 글로벌 진출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일거수일투족이 산업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기도 하다.

김영주 기자

그러나 최근 나보타의 미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대상으로 자사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며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에 제기한 소송의 예비 판결이 오는 6일(현지시간)로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ITC는 미국에 수출된 외국상품이 미국 관련업계에 피해를 주었는지 제소를 심사, 대통령에게 권고하는 독립행정기관이다. 주로 수출국의 정부보조금을 받았거나 덤핑인 상품을 대상으로 살펴본다. 제기되는 형식은 행정소송이라지만 미국의 산업이나 미국제품과의 경쟁에 문제가 된다고 판단하면 어떤 품목이든 수출입을 금지한다. 따라서 한국의 두 기업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균주와 생산기술의 출처’를 둘러싸고 벌이는 논쟁은 어찌보면 ITC의 기능수행과는 무관하다. 더욱이 메디톡스는 향후 엘러간을 통해 미국시장에 자사 제품 이노톡스를 판매한다는 계획이지만, 엘러간은 계약 후 7년째임에도 아직 미국내 임상도 마치지 못하고 있다. 메디톡스의 원고 적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메디톡스의 ITC 소송제기에 대한 국내 제약업계의 반응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시장에서 미국 제품과 경쟁하는 유일한 토종 제품에 대한 미국 법정에서의 소송 제기는 어떤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메디톡스 측은 ITC가 대웅제약 제품의 균주가 메디톡스의 것과 같다는 판정을 내리면, 이미 미국시장에 진출한 대웅제약 나보타(미국명 주보)는 큰 타격을 입고 자사 제품인 이노톡스는 미국시장 진출이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사실상 이 소송은 엘러간이 조종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그리고 미국 보톡스 시장의 80% 가까이를 독점하고 있는 엘러간은 품질과 가격에서 경쟁력을 갖춘 ‘K-바이오’, 즉 대웅제약 나보타(미국명 주보)의 시장점유율이 확장하는 걸 막는 게 우선이다. 이를 위해 엘러간은 메디톡스를 앞장 세워 이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엘러간이 미국시장에 판매해주기로 했던 메디톡스의 이노톡스조차 판매 절차를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것도 시장 독점욕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엘러간은 미국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미국시민들에게 소송을 당해, 금전으로 합의한 바 있다.

돌이켜보면 균주도용 문제는 4년 전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를 훔친 것 같다는 주장에서 출발했다. 초기에는 ‘훔쳤다’가 아니고 ‘훔친 것 같다’ 였고, 대웅 뿐 아니라 휴젤 등 타 경쟁사도 그 대상이었다. 차츰 ‘훔친 것 같다’가 ‘훔쳤다’로 주장이 바뀌고 결국엔 대웅이 메디톡스 전직원을 통해 도용했다고 구체화시켰다. 물론 대웅제약은 펄쩍 뛰며 부인했다. 균주를 국내 토양에서 자체발견해서 적법하게 모두 신고하고, 특허기술을 개발, FDA 허가까지 받았는데 무슨 소리냐는 것이다. 또한 균주는 얼마든지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당시 상황이었는데 굳이 도용할 이유가 없었고, 거기에 자기(메디톡스)들 스스로 균주를 외국서 몰래 들여왔다고 공공연히 밝혀 놓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게 가당하냐는 반문이었다. 최근에는 소송 제기의 근거가 자사에서 메디톡스로 적을 옮긴 전 직원의 ‘훔쳤다’는 진술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이 직원을 고소했다.

다툼은 법적 분쟁으로도 이어져 국내외에서 소송 및 청원전이 펼쳐졌지만 메디톡스가 원하는 성과를 얻는 데는 실패했고 결국 미국으로 건너가 ITC 소송전을 이어오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결과적으로 메디톡스는 ‘K-바이오’ 산업의 해외진출에 찬물을 끼얹고, 외국법정에서 동족기업과 많은 비용을 써가며 다투는 일을 자초한 격이다, 그래서 남는 의문은 ‘도대체 이 소송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국내기업이 시장독점을 노리는 외국기업의 이익을 위해 대리전에 나섰다는 비난에서 메디톡스는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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