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4세 젊은 남성 급증···보건당국, 정확한 정보 및 올바른 예방법 적극 '홍보'해야

[의학신문·일간보사=진주영 기자] 대다수 청소년들이 젊은 층에서 급증하고 있는 HIV/AIDS 관련 실태 및 감염경로 등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가족보건협회(이하 한가협, 대표 김지연)는 지난 2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제5회 디셈버퍼스트 세미나를 개최해 ‘2020 청소년 HIV/AIDS 인식 실태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월 26일부터 11월 17일까지 전국 중·고등학교 재학생 2만 2227명 대상 자기기입식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은 지역·학교·학년·성 등을 고려해 추출됐으며, 표본오차는 99%에 신뢰수준은 ±0.9% 포인트다.

설문조사 결과, HIV/AIDS 관련 감염 급증 실태·감염경로 등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가를 묻는 대부분의 항목에서 절반 이상이 ‘몰랐다’고 답했다.

국내 청소년 감염자의 대다수가 동성 간 접촉을 하는 청소년인 점을 묻는 질문에도 ‘몰랐다’는 응답이 82.3%를 차지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 중 70.1%가 HIV/AIDS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교육을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강원·제주(74.9%), 서울(74.5%), 부산·울산·경남(73.3%), 대전·충청·세종(72.0%), 경기·인천(69.9%), 대구·경북(68.5%), 광주·전라(52.1%) 순으로 교육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응답했다.

김지연 대표는 “2만여 명이 넘는 청소년 대규모 조사에서 국내 10대들이 국내 HIV 감염의 증가실태와 정확한 감염경로조차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보건당국의 홈페이지, 교육현장, 언론 등이 협조해 정확한 에이즈 정보를 적극 알려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서정숙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신규 HIV 감염 발생은 서서히 감소하는 추세이나 우리나라는 빠르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20대의 감염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더 심각한 문제는 HIV 감염경로다"고 덧붙였다.

김준명 한국에이즈예방재단 이사장도 "에이즈는 아직도 완치제가 개발되지 않고 최근에는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이 빠르게 감염되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며 "만성병으로 이해되고 치명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이제는 정부는 물론 유관단체 등이 별다른 예방과 퇴치를 위한 행사를 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 젊은 남성 압도적 ‘증가’ 추세···보건당국, 올바른 예방법 홍보해야

국가통계포럼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HIV/AIDS는 40~59세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게 측정돼있다. 또 20~34세 ‘젊은 남성’에서 압도적인 증가 추세를 보인다.

하지만 감염 후 진단까지 약 7년이 소요되는 점을 계산하면, 20~34세의 진단자는 13~27세 사이에 감염됐다고 해석된다.

전은성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연구소 교수는 “HIV 감염 시기가 빠른 탓에 일반 만성질환들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사망률이 높게 나타난다”며 “무엇보다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남녀 모두에게 HIV RNA 양이 400이 넘어야 감염이 가능한 만큼 남성이 HIV 균에 취약하지 않지만, 이러한 수치를 나타내는 것은 결국 HIV 감염이 남성과 남성 간 전파가 주 원인이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은성 교수는 “미국과 UN 등 전 세계 연구기관에서는 HIV 감염이 남성 간 성관계가 주된 원인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한국의 질병관리청에서는 이에 대해 분명히 밝히고 있지 않으며 예방법에 대해서도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성신 강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도 “에이즈 예방교육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학생들을 교육하는 일선 교육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은폐되고 가려지는 내용들이 너무 많다. 에이즈라는 질병은 완치제가 없으며, 단지 바이러스 억제제를 장기 복용하는 방법뿐이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에이즈 환자의 경우 희귀난치성 질환에 포함돼있어 진단 및 치료비 지원 등 보험 혜택이 적용되는데, 이러한 진료 지원 체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전은성 교수는 “실제 HIV 환자 입원기간이 OECD 국가 중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다른 희귀난치성 질환들과 비교해 형평성에 맞는지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정확하면서도 구체적인 정보의 공개 및 효율적인 전달이 HIV 감염을 차단할 수 있는 예방적 조치”라며 “HIV/AIDS 환자에 대한 진료지원 체계 점검 및 공정한 계획과 자유·책임·생명의 소중함이 동반된 균형 잡힌 성교육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는 한가협과 공동주관한 서정숙·성일종 국회의원 포함, 김준명 한국에이즈예방재단 이사장,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 성일종·홍석준·권영세·구자근·조명희·김승수·김기현·허은아 의원 등 다수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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