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X 연기자 불성실 태도 보이는 경우 있어…국시원, CCTV 공개 불가 고수한다 알려져

[초점] 의사 국시 실기시험 불합격생들의 이유 있는 하소연? 무엇이 문제인가.

2009년 도입 이후 합격·불합격 여부만을 알려준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결과 공개 방식이 지난해 법정 소송 끝에 일부 문항별 점수가 공개되는 걸로 변경된 이후 처음으로 실기점수가 공개됐다. 하지만 응시자들 중 일부는 어디에서 점수를 잃었는지 알 수 없어 합/불의 기준 및 근거가 아직도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고 주장한다. 올해도 불합격자들 중 약 30명이 국시원을 상대로 단체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소송을 진행하려는 가장 큰 이유로 불합격을 떠나 국시원의 불통과 이해 못할 태도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미래 국민 건강을 책임질 젊은 의사들을 배출하는 첫 관문인 ‘의사 국시 실기시험’ 불합격자들의 하소연에 진짜 타당한 이유가 있을까. 현재 의대생들이 의문을 갖고 있는 국시원의 실기시험에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일까?

<글 싣는 순서>
① ‘SP 비전문성·CCTV 비공개’ 의사 국시 실기시험 문제없나? ◀
② “30시간 교육받은 연기자가 3000시간 공부한 의대생을 평가?”- 단체 인터뷰
③ 앞으로 지속될 쟁점은 무엇인가? 신뢰 잃은 평가가 국민 건강 책임질 수 있나

- 불합격생들, 표준화환자 비전문성 지적…2010년 법원, ‘문제 없다’ 밝힌 선례 있어
- 이의제기 가능한 국시원 차원 보완장치 없어…유일한 CCTV 조차 확인 어려워 깜깜
- OSCE 항목별 체크리스트도 공개 해야…소수점 세 자리로 합격/불합격 여부 당락

[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2018년, 법정 소송 끝에 의사 국시 실기시험의 결과 공개 방식이 상당부분 변경됐지만 여전히 실기시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의과대학 학생들과 의사 선배들로 구성된 소송단에게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단이 제기한 △표준화 환자 진료(이하 CPX) 6문항의 각 항목 △단순 수기 문제(이하 OSCE) 6문항의 각 항목 △각 항목별 합격/불합격 여부 △항목별 응시자의 점수 공개 요청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단, 법원은 ‘OSCE 문항의 항목별 체크리스트 공개’의 경우 임상수행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공개 항목에서 제외했다.

문제는 이번이 의사 국시 실기시험 점수의 첫 공개였음에도 불구하고 불합격생들과 의대생들의 의문은 오히려 증폭됐다는 부분이다.

우선 실기시험 총점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CPX항목에서 각 항목 당 평가에 임하는 ‘SP(표준화환자)’들의 비전문성과 무성의한 태도이다.

CPX 시험장에서 응시생이 표준화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모습. 밖에서 또다른 SP가 이 모습을 보고 체크한다. 사실 CPX에서 SP의 비전문성에 대한 지적은 지난 2010년에도 있었다. 당시 법원은 국시원의 손을 들어줬다.

CPX 시험은 일반인 1명이 의사 역할을 하는 응시자의 표준화환자 역할을 하고, 나머지 1명은 안에서 밖이 보이지 않는 유리방 안에서 진료에 필요한 수기를 응시자가 이행했는지를 체크한다.

즉, CPX 점수는 SP 2명의 집중력과 해당진료 내용에 대한 지식수준, 연기력, 컨디션 등에 좌우 된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을 수 있는 것.

한 의대생 A씨는 “하루에도 4~50명이 넘는 응시자를 상대하는 SP가 진료과정 중 졸거나 웃거나 다른 생각을 해서 몰입하지 못하면 그 순간부터 시험장의 분위기는 엉망이 된다”며 “실제로 SP가 웃어야 하는 상황이 아닌데 계속 웃거나 꾸벅꾸벅 졸아서 시험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응시생들도 여럿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리방 안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며 체크를 하는 또 다른 SP 또한 그 안에서 혼자 졸고 있는지, 제대로 집중해서 점수를 매기고 있는지가 의문이라는 의대생 A씨이다.

A씨는 “SP가 응시생들을 체크하지만 정작 수많은 수험생들을 상대하다가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은 SP를 체크하는 보완장치는 전혀 없다”며 “표준화환자의 뒷모습만 비추는 CCTV가 하나 있을 뿐 유리방 안에서 체크를 하는 SP를 촬영하는 CCTV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의대생 B씨도 “연기에 관심이 있다는 이유로 약 30시간의 교육만 받은 아르바이트생들이 4년 넘게 의학공부를 해온 의대생들을, 그것도 여러 명의 수험생들에게 동일한 집중도를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B씨는 SP들의 비전문성과 별개로 사람이 체크를 하는 실기 시험이기 때문에 의도 없이 SP가 졸거나 집중력이 일부 떨어지는 것까진 인정한다고 밝혔다.

단, B씨는 수험생들이 이의를 제기했을 때 CCTV나 녹취록 등 재확인을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는 의대생 A씨와 동일한 지적이다.

2018년 실기시험을 앞두고 서울연극협회에 올라온 SP 모집 게시물.

사실 SP의 비전문성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0년 의사 국시 실기시험에 불합격한 수험생 66명은 SP의 전문성에 의혹을 보이고, 국시원을 상대로 불합격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낸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채점과정에서 일부 의학적 판단이 배제될 소지는 있으나 반드시 의사의 의학적 지식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고 단기간의 교육훈련을 받은 표준화환자도 채점이 가능하다”며 원고 패소, 국시원 승소를 선고했다.

이 판결 이후 의사 국시 실기시험 불합격자들이 SP의 비전문성 외에 CCTV의 공개가 시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더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아울러 점수 공개 방식이 변경됐음에도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는 ‘OSCE 항목별 체크리스트’도 재차 지적받고 있다.

국시원 스스로가 발간한 OSCE 체크리스트 목표집에서 벗어나 정해진 범위가 아닌 이상의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인 것.

의대생 A씨는 “학생들은 국시원의 목표집에 따라 시험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 공개된 점수를 보니 소수점 세 자리 차이로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됐는데 이만큼 엄격한 시험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국시원의 체크리스트는 현재 학생들에게 주어진 전문가들이 만든 교재의 표준에서 크게 벗어나 시험을 합격한 학생도, 불합격한 학생도 납득할 수 없는 항목이 많다는 A씨의 주장이다.

그는 “체크리스트만으로 합격선을 결정하는 방식에 수많은 학생들의 운명이 걸려있는데 체크리스트가 OSCE의 범위를 벗어나 합격 항목 개수를 못 채운 학생은 아무 피드백 없이 1년을 허비해야 한다”며 “이 또한 해결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이 CCTV인데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2부 “30시간 교육받은 연기자가 3000시간 공부한 의대생을 평가?”- 집담회 형식 빌린 의대생 단체 인터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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