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편집국장

[의학신문·일간보사=이상만 기자]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및 공공의대 설립 등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지난 2~3주에 걸쳐 집단 휴진으로 맞섰던 의료계가 정부 및 여당과의 막판 협상을 통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진료도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물론 의협의 합의안에 대해 전공의들이 사전 조율 없이 독자적으로 진행됐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서 혼선을 빚기도 했지만 일단 선 진료현장 복귀, 후 의정 합의 이행 과정을 지켜보기로 해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문제는 의협과 정부 합의에 반발해 국시 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의대생들의 거취다. 의협과 전공의단체가 의대생들이 국시 등에 불이익을 당하면 즉각 전면 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실제 내년도 의사 면허 국가고시 접수가 지난 6일로 끝났지만 의대생 86%가 시험 신청을 거부했다. 지난해 의사 국시 합격률이 95% 정도였던 것을 고려하면 내년 배출되는 신규 의사는 통상적인 연간 3000여명에 크게 못 미치는 400여 명에 그칠 수 있다. 국시 추가 접수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당장 내년에 의료 인력난이 우려된다.

인력공백이 현실화 될 경우 대학병원이 가장 큰 문제다. 응급실 인턴 등의 부족을 누군가는 떠 안아야 한다. 이들이 인턴을 마치고 전공 진료분야를 선택할 때도 문제다. 레지던트 1년차가 급감하기 때문에 인기 과로의 편중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은 자명하다. 공중보건의사 수급에도 영향이 준다. 지역 보건지소 등의 인력이 부족해 의료 서비스 수준이 더 떨어지게 되는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의정 협상과정에서 여러 차례 의대생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준만큼 더 이상 추가 응시 기회는 없다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다.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로 인해 내년에 신규 의사 배출이 줄어들어도 현재 공중보건의사나 군의관 같은 경우 필수 배치 분야를 중심으로 조정하면 문제시 될게 없다는 식이다.

만약 정부 발표대로 의사인력 수급에 큰 차질이 없다해도 의대생 피해에 따른 의사협회 및 전공의단체들의 재파업 가능성은 또 다른 문제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의사 집단행동으로 응급환자들이 응급치료를 적기에 받지 못하고, 중증환자들의 수술 등이 연기되면서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이 재발되어서는 안된다.

돌이켜 보면 이번 의대생들의 국시거부 사태는 의대정원 증원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부의 책임도 크다. 따라서 의대생들의 집단 국시거부에도 의사인력 수급에 차질이 없다며, 의대생들을 자극하는 발언은 신중치 못하다. 지금은 정부와 의료계가 다시한번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인 타협을 도모해야 할 때다.

의협과 의학계도 의대생들의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의 입장 선회를 위해서는 의대생들의 학교 복귀와 국시를 거부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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