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
에이치앤컨설팅 부사장
연세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

- 이용균 에이치앤컨설팅 부사장 / 연세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 그 동안 병원컨설턴트로 국내 공공병원과 관련한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몇 년 전 지방의료원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면서 경기도 공공의료기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당시 해당 의료기관의 열악한 시설을 보면서 다소 충격을 받았다. 당시 베트남 중부지역에 있는 지방성(省) 병원을 컨설팅을 수행하였는데, 시설측면에서 베트남 성급 병원보다 열악한 수준이었다. 이 밖에 5개 시도지역에 소재한 국립정신병원을 방문하여 경영평가를 수행한 적이 있다. 당시에 정신건강과 의료진이 원래의 병원정원 20% 수준에 머물고 있었고, 최근까지도 개선되지 않고 있고 있다. 이처럼 국내 공공의료의 시설과 의료진 부족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리고 공공병원 확대에 대한 말은 무성했지만, 실제로 신설된 공공병원은 성남시가 10년간 추진하여 건립한 성남시의료원이 유일한 공공병원인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공공의료기관은 국립대학병원과 일부 특수목적병원을 제외하고는 시설, 인력, 운영 면에서 민간병원과 비교해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은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할 것 같다.

국내 공공의료와 공공병원의 취약성은 현 문정부에서 부담이 된 것 같다. 최근 복지부는 공공병원의 신축에 대한 정책을 발표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9개 지역(공공·민간병원이 없는 거창권, 영월권, 상주권, 통영권, 진주권, 동해권, 의정부권, 대전동부권, 부산서부권 등)에 지방의료원·적십자병원 등 공공병원을 신축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공공병원의 확충방안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가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이처럼 진료기능 강화가 필요한 지역사회에 공공병원 기능보강을 통해 진료시설과 응급·중증진료 기능을 확대하는 등 공공의료기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 대부분 동의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의 해당 지역사회의 의사인력 부족 등을 고려하여 향 후 10년간 의사 4,000명을 양성하고 이 중 3,000명은 ‘지역의사 특별전형’으로 선발해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는 지역의사 육성정책을 발표하였다. 이 밖에도 특정 지역에 공공의대를 신설하여 필수분야 의사인력을 양성해 공공의료기관에 배치한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번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확대정책은 소위 ‘정부 4대 의료정책’라고 불리는 ‘첩약 건강보험 사업’ ‘비대면 진료’함께 발표되어 의료계의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에서 기존 사회의 제도권 권위의식에 대한 거부감을 높은 영그룹(전공의, 전임의)에서 국시거부, 진료참여거부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의료계에서 반대의 주된 논거는 공공의대를 설립해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도, 공공의료 강화와 지역별 의료인력 공급 불균형 해소 등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 공공의대 설립방식을 의전원이 아닌 세무대학교, 경찰대학교 등 특수목적 공공대학으로 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 경우에도 특정 지역 의무 복무(10년)은 위헌 논란과 개인의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 등의 문제가 예상된다.

이번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정책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동결해 온 의과대학 정원을 적정수준으로 늘려 지역간, 의료 과목 간의 의사 수급 불균형 해소에 순기능이 예상된다. 금번 정책의 문제점은 정부의 의사인력 증원 정책과정(policy making)에서 의료계의 ‘정책소외’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사회가 디지털사회, 양방향 정보사회로 변화하면서 개방사회(open society)로 발전해 가면서 정책과정도 사랑방모형에서 이익집단의 동태적인 정책과정으로 이행되고 있다. 이제는 의료계도 이해당사자(player)들은 본인들이 소외현상을 더 이상 참지 않는 사회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의료관련 정책도 정책과정에 이해집단이나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필요조건으로 변화되었다. 현재 우리사회가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그 어느 때보다 진료진 서비스가 절실한 시점에서 발생하여 그 결과에 대해서 온 국민들의 관심사가 되었다. 금번 정부의 공공의료 확충과 의대 증원정책은 의료계의 참여를 통한 정책수립 재모색을 통해서 질 높은 공공의료 확충과 공공병원 투자개선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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