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유형별 수가협상 실시 이후 최다 유형 협상 결렬
각각 2.4%, 1.6%, 1.5% 인상률 제시 받은 의협·병협·치협, "공단과 생각의 차이 컸다"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지난달 8일부터 시작된 2021년도 수가협상이 2일 오전 6시경 마무리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3개 유형이 결렬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공급자단체 수가협상단 실무진. 완쪽부터 이진호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박홍준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권태훈 대한치과의사협회 보험이사,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부회장, 윤중식 대한약사회 보험이사

지난 2008년 유형별 수가협상이 시작된 이후 3개 유형이 동시 결렬되는 경우는 없었다. 특히 공급자단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의협과 병협이 모두 협상 결렬된 점이 눈길을 끈다. 의협과 병협이 동시에 결렬된 것은 지난 2010년도 수가협상이 마지막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 강청희 단장(급여상임이사)은 1일 오후 4시부터 6개 공급자단체들과 건보공단 당산 스마트워크센터에서 2020년도 요양기관 환산지수 계약을 진행하고 2일 오전 6시 경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조산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2.9% 인상률), 대한약사회(3.3% 인상률)만이 최종 협상에 사인했으며, 공급자단체 중 나머지 절반은 결렬을 택했다. 결렬된 공급자단체는 의사협회,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로 의학신문 취재결과 각각 2.4%, 1.6%, 1.5% 인상률을 제시받았다.

이는 지난 2020년도 수가협상에서 이들 단체가 각각 제시받은 2.9%, 1.7%, 3.1%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2일 오전 3시 경 최종 협상을 마치고 나온 의협 박홍준 단장은 조기 결렬을 택했다. 지난 2019년도 수가협상 이후 3연속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행이다.

박 부회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통보를 받았고,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받았다”면서 “코로나로 힘든 회원들에 죄송한 마음뿐이며, 협상이 성사되지 못한 원인은 의료계가 내민 손을 거부한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릴레이로 이어진 최종협상 마지막까지 테이블에 앉았던 대한병원협회도 결렬을 선언했다.

최종 협상 이후 다소 지친 모습으로 나타난 송재찬 병협 부회장(사진)은 “공단과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의료계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우리와 생각의 간극을 메우기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서 “공단에서 제시한 수치에 대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의 경우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의 여파를 입은 2016년도 수가협상에서 결렬된 이후 5년만의 결렬이다.

당초 협상결과에서 보장성 강화로 인한 진료비 상승 설득이 먹혀들지 않아 실망감을 나타냈던 대한치과의사협회도 낮은 인상률을 공단으로 받아들자 결렬을 선택했다.

치협 측은 “공단 측에서 2021년도 치과분야 수가 인상률로 1.5% 인상률을 제시했지만 공단 측에서 제안한 수가인상률이 그동안 보장성 강화 정책에 희생을 감수하며 적극 협조하고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인한 경영난을 극복하고자 노력 중인 치과계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 판단해 최종결렬을 결정했다”고 결렬 이유를 설명했다.

치협 측은 수가 결정 주요 요인인 SGR 산출모형의 법과 제도 반영 원칙에 대해 ▲본인부담율 인하 ▲급여 적용 연령 추가 등이 미 반영된 점을 공단에 문제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수가협상 결과는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 최종위원회에 보고절차를 거치게 되며, 협상 결과 결렬된 의원, 병원, 치과 유형의 환산지수는 건정심에서 6월 이내에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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