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단축근무 신청에 ‘휴가 몰아 주기’ 등 묘수 짜내…잦은 업무 변경 따른 교육 부담은 ‘숙제’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최근 정부가 모성보호제도를 강화한 가운데, 일선 의료기관들이 근로시간 단축 신청 간호사를 어떻게 배려할지에 대해 묘수를 짜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5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일선 종합병원급 의료기관들은 근로시간 단축 확대 등 강화된 모성보호제도에 맞춰 노사간 합의를 진행 중이거나 이미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성보호제도를 담고 있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지난 10월 개정된 바 있다.

개정 시행된 법률 내용 중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 정부는 단축 후 근로시간의 상한을 주당 30시간에서 주당 35시간으로 조정하고,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근로자가 육아휴직 기간 중 사용하지 않은 기간이 있으면 그 기간을 근로시간 단축의 기간에 가산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현재 1회에 한정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분할 사용할 수 있던 부분이 횟수의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종합하면 사실상 근로시간 단축을 좀 더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개정된 법이 내포하고 있는 취지다.

실제로 스케쥴 근무로 이뤄지는 간호사 직역에서도 근로시간 단축 신청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스케쥴 근무의 특성상 단축근무 인원은 교대 근무에 투입 시 업무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론적으로라면 단축근무자는 교대 근무자가 출근하기도 전에 근무시간이 종료돼 일을 놓고 퇴근해야 한다.

때문에 단축근무 인원의 업무 배정은 해당 의료기관의 고민일 수밖에 없다.

한 대학병원 간호부장은 “예전보다 단축 근무 신청자가 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병원이 일방적으로 거부하거나 주변에서 신청을 방해하는 경우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거의 무조건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에서도 정부 방침에 따라 근무 규정을 바꾸거나 노사간 상호합의를 진행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최근 국립대병원인 경상대병원은 복무규정을 변경,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내용을 반영키로 했다.

간호사가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경우 병원에서는 허용해야 한다고 명시했으며, 만약 대체인력 채용이 불가능한 경우나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 경우 허용치 않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협의를 통해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하거나 출근 및 퇴근 시간 조정 등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아예 근로시간 단축 대신 휴가를 주는 사례도 있다. 사립대종합병원인 A병원은 노사간 합의를 통해 단축되는 근로시간을 합산해 휴가를 몰아서 주기로 했다.

특히 임신한 간호사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게 되면 임신 초기부터 약 임신 16주까지 휴직할 수 있게 돼 병원 내부에서도 호응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선 의료기관에선 어떠한 묘수를 짜낸다 하더라도 업무 변경에 따른 간호사 교육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의료기관 입장에선 간호사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업무 변경이 필연적인 만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담 교육 인력과 비용이 버겁다고 하소연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선임 간호사들이 교육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환자를 돌보면서 교육을 동시에 진행하는 상황이라 업무 변경이 잦아지면 이를 지탱하는 인력 또한 과부하가 커질 수 있다”며 정부의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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