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의심 증상 보고도 '술 깨고 오라'며 귀가 시켜 환자 사망…상고 끝에 유죄 확정
법원, "CT촬영이 가능한 상태에 이르도록 노력하였어야 한다" 의사 과실치사 지적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술에 취한 환자의 뇌출혈 의심 증상을 보고도 정밀검사를 하지 않고 귀가시켜 환자를 사망하게 만든 의사에 대해 대법원이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환자 A씨는 지난 2014년 5월 6일 새벽 4시 경 술에 취해 코피를 흘리는 증상을 보여 119 구급차에 실려 C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당시 C병원 응급실 당직의사는 의사 B씨로 2014년 5월 5일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응급실에서 근무 중이었다.

당시 A씨의 증상에 대한 간호기록지에는 6시 경 술에 취한 상태로 협조되지 않고 코피가 멈춘상태로 협조되지 않아 바이탈을 재지 못했으며, 병원진료를 보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적혀있었다. 이후 보호자에게 상태를 설명하고 귀가 시켜 술이 깬 후 내원해 검사를 받기로 하고 의사 B씨는 A씨를 귀가조치 시켰을 뿐 어떠한 처방을 하지 않았다. 퇴원 후 퇴원 당일 저녁 A씨는 두개골 외상에 의한 뇌출혈 증상으로 인해 사망하고 말았으며, A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이유로 기소되어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1심 재판에서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에 대해 A씨는 일반의사인 자신으로서는 뇌출혈 가능성을 예견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CT 촬영등의 조치가 불가능했으므로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의 과실과 피해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하면서,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 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범성이 있다고 양형부당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A씨의 주장과 달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감정서를 통해 최초 병원 내원 시 뇌 CT, MRI 촬영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다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도 감정서를 통해 “CCTV를 자세히 보면 새벽 3:30경 응급실에 다시 실려나온 환자(휠체어에 탄 상태)는 우측 팔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서 “뇌 CT를 시행했다면 바로 응급치료가 시작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판단된다”고 응급치료의 부족을 기술했다.

창원지방법원 2심 재판부는 이 같은 감정서를 참고해 A씨의 항소 청구를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의료사고에 있어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결과 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사는 환자의 구체적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하고,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하거나 그러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신속히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조치 등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어 환자 A씨가 응급실에 내원한 경위, 당시의 증상, 응급실 내에서 보인 증세와 상태를 제대로 진찰하였더라면 피해자의 두개골 골절 또는 뇌출혈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과 A씨가 당시 술에 취한 상태로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고함을 지르는 등 일반적인 주취자의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던 것을 생각할 때 B씨는 주취상태에서 CT촬영을 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뇌출혈 가능성을 의심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CT촬영이 가능한 상태에 이르도록 노력하였어야 한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아울러 CT촬영 등을 시행할 수 없는 상태에서 부득이 퇴원 조치를 하는 경우라면 보호자로 하여금 뇌출혈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피해자가 이상증세를 보이는 경우 즉시 병원치료를 받도록 해야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했던 행적을 볼 때 재판부는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사유가 없다고 판단을 내리고 B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뒤이어 진행된 상고심에서도 대법원은 원심이 업무상과실치사죄에서 업무상 주의의무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의사 B씨의 유죄를 인정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