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사회·약사회, 한의협 제제분업 중단에 '분개'…제제분업,첩약분업 등 주장
한의협, 약사회 첩약 권리 부재 지적…첩약급여화 단독 추진도 고려 시사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복지부가 올해 초 한의약 발전을 위해 한약(첩약), 한약제제 이해관계 당사자들을 모아 구성한 '한약급여화 협의체'가 최근 직역 간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리는 모양새다.

한의협 최혁용 회장은 이달 초 첩약급여화 실시 방식 및 노인정액제 손실 등을 이유로 회원 간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있다면서, 첩약급여화와 관련된 회원 의견을 모으는데 회무를 집중하기 위해 제제분업에 대한 모든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최혁용 회장의 이 같은 선언으로 한의계 내부의 내홍은 비록 잦아들고 있으나, 한약급여화 협의체 내 각 실무 분과에 참여 중인 한약사회와 약사회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한약사회는 한의협의 한약제제 분업 중단 선언이 한의약 발전을 저해하고 국민 이익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한약사회는 첩약·한약제제 모두 분업을 실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약사회 또한 비판을 더했다. 좌석훈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정부와 국민들이 바라는 전통 의약품의 현대화를 통한 한약 경쟁력 강화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하면서 “한약제제는 첩약과 달리 현대적 제조법으로 유통하나 약사, 한약사, 한의사 각 직역에서 조제 및 판매하기 때문에 분업을 통한 조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시판되는 첩약(한약)에 대해 의약품과 동일한 안전성, 유효성 검사를 실시할 것을 주장하면서, 이 부분이 개선되지 않는 한 현재의 첩약급여화 추진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 한의계, "약사회, 한약(첩약) 권리 부재, 협의체 첩약 분과도 불참" 지적

한의협 관계자는 약사회의 이 같은 반응이 다소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의협 관계자에 따르면, 약사회는 한약급여화 협의체 내의 3개 분과 중 첩약 분과에는 참여위원 선정을 거부하고 옵저버 자격으로 참가한 상태다.

한의협 관계자는 “약사회는 협의체 내 첩약 분과에 처음부터 옵저버로 들어왔다”면서 “더군다나 첩약(한약)에 대한 권리도 한약사회와 달리 없는 마당에 지적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약사회의 한약제제 분업 고수에 대해서도 한의협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의협 관계자는 “약사에게 제제에 관한 권리가 있음은 인정하나 한의약분업에 대한 파트너는 아니다”라며 “만약 한의약분업이 거론되더라도 약사법상 우리의 파트너가 될 상대는 한약사”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한약사회가 첩약분업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2008년 헌재 판결에서 첩약에 관한 분업을 하지 않는 이유가 명백히 정리됐으며, 강제의약분업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구 약사법 제21조 제7항이 한약사의 직업자유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는 “(약사회와 한약사회가) 서로의 입장을 고수한다면 두 직역단체를 떼놓고 첩약급여화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면서 “한약제제 논의는 첩약과 연결되지 않는다고 한의협은 분명히 선을 그었는데, 한약사회와 약사회가 이를 서로 연결해서 비판하고 나섰다. 판이 깨진다면 책임은 두 직역단체에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의협은 회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첩약급여화 최종안을 도출 준비 중에 있다.

한편, 이 같은 분열 조짐에도 복지부는 10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실시 및 건보적용 추진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10월로 예상한 시범사업 실시에는 이상이 없다”면서 “협의체는 궁극적으로 한약육성발전을 위한 것이며, 직역 단체 간 큰 줄기의 합의가 어려워도 세부내용 간 합의라도 거둘 수 있다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