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수가조정 필요' 강조…간호계, 간호사 배치에 '법적 강제성 부여' 촉구
복지부, 한국 의료 특성 고려한 점진적 방안 마련 강조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병원계와 간호계가 간호사 배치수준 강화에 대해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마련 및 제도 보완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간호협회가 주관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국민건강권 보장을 위한 간호의 질 향상 방안 토론회’기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패널토론에 참여한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간호인력 배치수준 향상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송재찬 부회장은 “간호사 배치수준의 향상은 간호인력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근로환경을 개선시키며, 안전사고 방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병원에서도 간호사 배치수준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인력확충, 시간제 및 야간전담 간호사 활용, 교대제 개편, 임금 인상 등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마련하여 실시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병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력공급, 인력 충원에 따른 재정 투입 방안 부재 등으로 병원의 자구책에는 한계가 존재해, 실질적으로 간호인력 배치수준 향상으로 이어지기 힘든 상황이다.

아울러 99년부터 실시된 간호등급제는 의료기관에 많은 병동 간호사를 배치하여 간호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추진되었으나, 간호사 공급확대, 지방 및 중소병원에 대한 유도 방안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채 추진되어 간호인력의 종별·지역별 양극화를 초래시켰다는 것이 병원계의 견해다.

송 부회장은 간호사 배치수준 향상이 간호등급제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근무환경 개선 및 환자안전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 △합리적 인력 추계 및 추계를 반영한 적정인력 공급 △지방 및 중소 병원 근무 유도 방안 마련 △인력에 대한 적정 보상 필요 등이 사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인력에 대한 보상에 대해 송재찬 부회장은 “입원료 수가의 경우 원가 보존률이 50% 정도로 매우 낮아 병원 입장에서는 입력을 투입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인력 투입과 3교대 등 근무특성을 고려한 적정보상이 간호사에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가현실화가 필요하며, 매년 임금인상률 등을 반영하여 수가가 조정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 마련도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호계도 의료기관 내 간호사 인력배치 수준 향상을 위한 정부의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병원간호사회의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평균 근무년수는 1년 이상에서 3년 미만이 22.3%로 가장 많으며, 이직 사유로는 업무 부적응이 17.2%로 가장 많았다. 또한 신규간호사의 경우 42.7%로 높은 이직률을 기록했다.

병원간호사회는 개선이 필요한 간호수가의 문제점으로 입원료 중 간호관리료의 낮은 비중과 함께 간호관리료 차등제가 가진 모순점을 지적했다.

현행 건강보험 수가제도에서 간호행위에 대한 보상은 거의 없는 상황이고 간호행위는 각각의 개별수가로 보상되지 않고 있다. 또한 입원서비스 대부분은 간호사가 제공하며, 간호사가 행하는 대부분의 활동이 ‘간호관리료’에 포괄되어 적용되나, 입원료 중 ‘간호관리료’는 25%에 불과하고, 일반병동 간호사 인거비의 50%도 보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간호관리료 차등제의 경우 간호사를 많이 고용해 간호등급이 올라갈수록 손실을 보는 구조로 나타났다.

박영우 병원간호사회 회장은 “간호관리료 차등제는 미신고시 2~5%의 감산만을 하고 있으며, 신고율이 낮고 기본 간호등급을 근무조별 간호사 1명당 환자 약 21~28명으로 규정하고 있어 현재 법정 인력기준을 위반하는 기관에도 입원료를 가산하는 등 제도 실효성이 미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병원간호사회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 간호사 배치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간호사 확보 정책 마련을 제언했다. 우선 간호사 배치에 대해 ‘법적 강제성’을 부여하는 보상체계의 마련을 위해 △수가개발 및 간호등급제 개선 △인력기준 준수여부 모니터링 및 미준수 기관 제재 등을 촉구했다. 또한 신규간호사 적응을 돕기위한 교육 강화 및 프로그램의 개발 운영과 적정 수준 이상의 간호사 급여 유지 등을 촉구했다.

박영우 회장은 “입원료에서 간호서비스 비용 적정성에 대한 평가와 그에 따른 간호사 급여 보상체계 개선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 간호인력 배치수준 향상 위한 ‘점진적, 단계적 과정’ 강조

복지부는 간호인력 배치수준 향상 필요성을 공감을 표하는 한편,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점진적인 향상을 강조했다.

홍승령 보건복지부 간호정책 TF 팀장은 “보건의료인력법이 최근 제정됐다. 종합계획이나 적절한 배치수준과 공급에 대한 인력계획을 수립해가는데 핵심이 간호사”라며 병원계와 간호계의 목소리에 공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정책 마련을 위해서 먼저 우리나라만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과 달리 한국은 행위별수가제이기 때문에 수가제도 내에 간호사가 하는 행위들마다 보상이 들어가 있다. 따라서 흩어져 있는 간호활동을 종합해 적정한 보상을 할 수 있는 건강보험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홍 팀장의 견해다. 좁은 국토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수도권 의료쏠림현상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홍승령 팀장은 “한편으로 인력문제는 전체 시스템의 여러 요소와 연관되다 보니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점진적 과정 마련이 중요하다”면서 “적정한 수요추계와 적정 배치 수준, 인력 양성과 공급에 대해 계획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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