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일간보=김영주 기자]여론은 혹독했고, 정부는 외면했다. 인보사 이야기 이다. 아직 검증해야 할 일도 있고,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도 없지 않은 것 같은데 이미 인보사는 위험한 약으로 낙인 찍혔고, 제조사인 코오롱티슈진, 개발 및 영업·마케팅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은 몰염치한 기업으로 재단됐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회사의 존립 자체도 장담키 어려워 보인다. 환자는 몰론, 투자자, 정부 모두가 책임을 묻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기술수출 등 외국기업과의 계약문제도 걸려있다. 그야 말로 벼랑 끝에 몰린 모양세 이다.

김영주 부국장

만일 기업이 애초에 다른 성분임을 알면서도 허위 조작했거나, 바뀐 성분이 그 효능에 비해 부작용이 우려되는 수준이라면 기업이 파산해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 한이 있어도 철저히, 그리고 엄격하게 문제 삼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회사측은 일관되게 '실수는 있었으나 고의는 없었고, 제품의 안전성·유효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지적되고 있는 문제의 상당수가 지금의 기준으로 10여년전, 볼모지 상태의 개발과정에서 오는 오류를 문제 삼고 있다는 주장으로 ‘대국민 사기극’으로 모는 것은 지나치다는 항변이다. 안전성·유효성과 관련해선 20여년 개발기간동안 어느 부분에서도 문제된 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회사 측의 주장이나 호소는 그러나 그다지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는 아니다. 여론은 여전히 냉정하고, 식약처는 기업과 거리를 두고 있다. 오죽했으면 코오롱측이 서슬퍼런 검찰의 압수수색에 ‘차라리 잘됐다’고 반겼을까?

현 상황에서 인보사의 재생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당장 18일로 예정된 식약처 청문에서도 회사 측의 의견이 관철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사실 이 문제와 관련해선 식약처의 운신의 폭이 그리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허가당국으로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식약처가 압도적 여론을 거스르고 '인보사에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감내하는 것까지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오히려 이 문제의 조사 및 발표 등 일련의 과정에서 '이미 결론을 내고 짜 맞춘 듯한 흔적이 느껴진다'는 회사측의 서운함이 식약처 허가취소에 대한 절차상 문제 제기방식으로 제기된 바 있다.

회사측은 이 와중에도 미국FDA 임상3상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벼랑 끝에서 마지막 승부수로 미국FDA 임상 재개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만일 도덕성에 문제가 없고, 제품에 대한 안전성·유효성이 확인된다면, 그것이 인보사라고 해서 용서받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검찰의 압수수색도 있었고, 미국FDA에 대한 임상재개 움직임도 본격화되는 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만 기다려주는 것은 어떨까? 검찰의 판단과 미국FDA의 결론이라면 더 이상 논란이 있을 수 없지 않을까?

그동안 세상에 없던, 삶의 질 개선에 획기적인 신약으로 평가받던 인보사를 사장시키는 문제에 대해 회사를 떠나 국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손꼽히는 바이오의약산업의 앞 날을 위해서라도 이 정도 기다림은 감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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