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대한민국 의사 중 전후세대(1927~1945년)부터 베이비부머세대(1946~1964년) 그리고 X세대(1965~1980년)까지 의학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에 대해 교육받은 사람이 거의 없다. 막연하게 전문직 윤리에 대해 도덕적 고상함을 유지하는 정도의 수준을 가진 상태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전문가로서 어떠한 역량을 가져야 하는지 모른 채 시쳇말로 어쩌다 공부하고 수련을 받은 후 의사가 되어 생활하고 있었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필자 역시 의과대학과 수련의 시절 ‘의료윤리’라는 말도 들어 보지 못한 채 의사가 되었다.

전문직(Profession)이지만 전문직에 대한 개념을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전문직에 대한 몇 문장 되지도 않는 정의만 알고 있었어도 자율이냐 타율이냐의 문제에 있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지 알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운 점이 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에서는 전문직을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의료 전문직은 숙달된 전문 지식과 술기를 가진 직종이다. 과학을 비롯해 여러 학문 분야 지식 또는 기술을 배우거나 행하는 일을 말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을 위한 봉사가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소명이다. 이에 속한 구성원은 윤리강령(codes of ethics)에 의해 관리되어야 하며, 전문 역량(competence), 인격적 통합성(integrity), 도덕성, 이타심 그리고 자신의 분야와 관련된 공익의 증진에 책무가 있다. 이러한 책무는 전문 직종과 사회가 사회계약을 형성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 된다. 이들은 책무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들의 지식 기반에 대한 독점권과 진료에서 상당한 자율권을 가질 수 있는 권리와 자율규제에 대한 특권을 얻는다. 전문 직종 구성원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혜택과 그들이 속한 전문 직종 그리고 사회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더 짧게 말하면 ‘전문적인 지식과 술기를 가진 특별한 직종으로 윤리강령을 가지고 자율규제를 시행하는 직종’을 말한다.

의학교육에 있어서 이런 빈 공간은 대한민국 의사들에게 큰 짐과 부담으로 다가왔다. 마치 차량 안전벨트 착용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 거부감을 보였던 국민들의 정서와 비슷했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고, 의료윤리에 대해 눈을 뜬 후 혼자만 알고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의료윤리연구회’를 만들고, 윤리 관련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의료윤리연구회 1회 강의를 해주신 전북대 김상득 교수님께서 “윤리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신 말씀이 필자에게 큰 도전을 주었다. 지적 호기심과 궁금증이 더해 감에 따라 의학 전문직업성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공부를 하고, 번역작업까지 하게 되었다.

급기야 의학 전문직업성에 대한 글까지 쓰게 되었다. 최숙희·노현재 선생님과 공동 번역한 ‘의학 전문직업성 교육’(원저:Teaching Medical Professionalism)을 기초로 10개월간 의학신문에 ‘이명진 원장의 의사바라기’ 칼럼을 써 왔다. 핵심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이 잘 전달되도록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글을 써보려고 노력했지만 전문적인 내용인지라 조금은 딱딱하고 거친 부분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40여회에 걸쳐 게재된 ‘의사바라기’는 1)의학 전문직업성의 정의와 역사 2)사회계약 3)자율규제 4)대중속에 전파하기 5)전문직업성 평생교육(CPD)이란 5개의 큰 주제로 나누어 글을 써왔다. 글을 써가며 강의를 통해 칼럼의 내용을 전달하기도 했다. 특별히 의과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의학 전문직업성에 관한 강의를 한 후 기대이상의 큰 호응을 받아 감사하고 큰 보람을 느낀다. 전문성에 있어서 일천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필자가 글을 써가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며 힘을 내어 달려왔다. 이제 글을 접으며 더 나은 글을 위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칼럼을 개재할 기회를 허락해준 의학신문사와 매주 칼럼을 정리해 준 이창우 부국장께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대한민국 모든 의사들이 굿닥터(Good Doctor)로 행복한 삶을 누렸으면 한다. 지금까지 ‘이명진원장의 의사바라기’를 사랑해주신 독자 분들의 가정과 앞날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도한다. “지식은 공유할 때 의미가 있다.”
<명이비인후과원장·의사평론가>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