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불행한 한국 의사들 늘어난 진료량에 과로사까지 초래 토로
조속히 준법진료 정착돼 의사 희생 강요 의료체계 개선돼야

의협은 지난해 11월 울의대 앞에서 의사들의 근로시간을 정상화하고, 의료기관 내 무면허 진료행위 척결을 위한 준법진료를 선언했다.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의사가 행복해야 환자도 행복하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19일 과로사로 의사가 사망하는 의료현실을 토로하고, 의사들의 희생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체계 개선을 촉구했다.

일반적으로 생명을 살리는 직종의 경우 스스로 보람과 자부심이 크고, 전 사회적으로도 인식과 대우가 높은 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의사라는 직업은 미국, 영국, 호주 등의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가장 존경과 신뢰를 받는 분야로 손꼽힌다. 하지만 대한민국 의사들은 오히려 불행한 현실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

이는 우리나라 의사의 경우 진료량이 늘어나 과로사까지 초래하고 있는 현실에서 제대로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의협 측 지적이다.

의협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주요 수술 건수는 총 184만여 건이다. 경증질환 수술부터 심장질환, 뇌종양, 간부분절제 등 생명이 경각에 달린 중증질환 수술까지 단순 산술할 경우 하루 평균 5000건 이상의 수술이 의료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즉 하루 5000명의 환자를 죽음에서 삶으로, 고통에서 회복으로 구원하기 위해 13만 의사들이 일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요수술 통계연보에 따르면 33개 주요수술 건수는 2012년 170만9706건에서 2017년 184만989건으로 7.6% 증가한 상황이다.

더욱이 인구 고령화로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고관절치환술(24.4%), 백내장수술(5.5%), 스텐트삽입술(4.5%), 슬관절치환술(4.0%) 등의 건수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로 앞으로 인구의 고령화, 소득증가로 인한 건강에 대한 욕구 증가 등 여러 사회적 요인으로 의사의 진료량은 더욱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국민 1인당 의사에게 외래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간 17.0회로 OECD 평균(7.4회)보다 2.3배 많다는 게 의협 측 설명이다.

특히 의협은 전공의도 1주일에 최대 80시간까지로 수련시간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사실상 휴식시간 없이 24시간 대기에다 주 7일 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어 의사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과 비례해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실제로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 9일 공개한 ‘전공의 업무 강도 및 휴게시간 보장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전공의 81%가 평소 수면이 충분치 못하다고 응답해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저비용, 고효율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은 병원이 환자의 안전보다 의사의 희생을 통한 수익창출에만 몰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하지만 어떤 의사가 충분한 휴식 없이 환자의 상태에 따른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최근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과로사 및 전공의 과로사 추정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사들의 과도한 업무량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며 “국민과 환자가 안전하고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의사들이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는 근로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준법진료가 정착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협은 지난해 11월 22일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준법진료를 선언하고 준법진료를 의료계에 완전하게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준법진료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한 바 있다.

더불어 준법진료가 최대한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전공의 수련비용의 전액(대략 1조원 내외 추계)을 국고로 지원할 것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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