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국내의 몇 안 되는 글로벌 신약 기대주 하나가 발을 헛디뎠다. 혹여 큰 부상이 아닐까 걱정스러운데 마치 싹을 자르기로 작정한 듯 일각의 손가락질이 예사롭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만신창이 인 데 ‘국민을 상대로한 사기극 아니냐’며 강력한 법적 대처의 주문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주 부국장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이 마케팅을 맡고 있는 인보사는 그 스케일부터 여느 신약과는 달랐다. ‘10년내 세계 10대 의약품 대열에 올려놓겠다’는 것이 CEO의 공언이었다. 이 정도 매출을 위해선 연간 10조 매출은 돼야 한다.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로서 한 번의 간편한 주사로 수술 없이 2년 이상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아직 미개척 분야로 꼽히는 골관절염 근본치료제(연골재생)에 가장 가까운 신약이라는 것이 그 근거였다. 통증이 멈추고 영원히 진행이 안 되거나, 약간 악화될 순 있지만 진행속도가 현저히 늦어지도록 한다면 사실상 연골재생까지는 못 미치더라도 ‘구조개선’에는 가깝다고 볼 수 있으며, 이 정도 효과를 보이고 있는 세계 유일의 치료제가 인보사라는 것. 따라서 노화와 함께 오는 가장 흔한 질환이 골관절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은 무궁무진하며 연간 글로벌 매출 10조가 불가능 하지 않다는 것이 코오롱측의 장담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장담이 허황되지 않다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잇단 성과가 증명한다. 우선 미국FDA 허가과정이 순탄했다. 지난해 7월 미국FDA 임상시료 사용 승인 획득으로 본격적인 임상3상에 돌입한 데 이어 11월 첫 환자투여가 이뤄져 2020년 상반기까지 환자투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반응도 뜨거웠다. 미국 먼디파마와 6700억원대의 일본 내 개발 및 상업화 독점권 계약, 중국 ‘China Life Medical Centre’와 2300억 수출계약 등 굵직한 성과 외에도 세계 각국에서 다수의 수출계약이 이뤄지며 글로벌 블록버스터의 길을 예약해 뒀던 것이다.

그러나 이같이 글로벌 블록버스터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인보사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코오롱측은 4월 1일 인보사 주성분 중 2액이 허가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형질전환된 동종유래 연골세포가 아닌 GP2-293세포라는 점이 확인돼 자발적 유통·판매 중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품목허가 신청 시 필요할 것으로 판단, 자발적으로 실시한 WCB(Working Cell Bank, 제조용 세포은행)에 대한 STR(Short Tandem Repeat, 유전학적 계통검사)에서 이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그 이후 3주가 채 안된 기간 인보사의 추락은 극적이다. 이곳저곳에서 두드려 맞아 만신창이가 돼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코오롱생명과학이나 코오롱티슈진 주식은 모두 반 토막 났다. ‘제품이 다른 것이 아니라 이름이 다른 것일 뿐’이라며 ‘안전성·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회사의 해명에도 시장은 냉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제품이 허가사항과 다르다는 것은 치명적 하자이며, 어떤 이유로도 이해받기 어렵다. 회사도 그 죗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회사가 잘못한 것은 또 있다. 회사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결과 때문에 다시 확인하느라 그랬다지만 결과적으로 문제 인지 후 한 달 여 만에 실질적 조치가 이뤄졌고 늑장 대응의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한 약사시민단체는 사기극으로 단정하고 검경고소를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고, 한 언론은 ‘제2의 황우석 사태’로 규정했으며, 허가당국 조차 ‘문제를 알면서 모른 채 한 것 아니냐’며 의혹제기에 가세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대국민 사기극으로 몰아가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사기극으로 보기에는 허점이 너무 많다.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라는 것을 알았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굳이 사실이 폭로될 것이 뻔한 관련 검사를 자진 실시할 이유가 있었을까?

결과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알면서 속였다기 보다는 몰라서 실수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로는 인보사가 세계 최초이고, 신약개발 역사에서 시행착오가 적지 않다는 점을 상기하면 못 이해할 바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비록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이를 대국민 사기극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다. 척박한 환경에서 힘겹게 노력하고 있는 신약개발 기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주문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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