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봉 교수, “정부 경도인지장애보다 당장 치료 필요 중증 뇌전증 환자 지원해야”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약물 난치성 중증 뇌전증 환자 A씨는 제대로 된 수술을 받기 위해 일본으로 뇌자도 검사를 받으러 갈 예정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뇌전증 발생부위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뇌자도가 단 한 대도 없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대한뇌전증학회 명예회장)는 국내에서 이같은 환자들이 외국으로 검사를 받으러 출국하는 문제가 발생하자 뇌자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뇌자도

뇌자도(MEG : Magnetoencephalography)는 뇌신경세포의 전기적 활동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생체 자기를 초전도 코일을 이용해 측정하고 영상화하는 최신 뇌기능 검사 진단 장비이다.

홍승봉 교수에 따르면 뇌전증 수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발생부위를 정확하게 찾아서 제거해야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뇌파검사의 경우 공간 해상도와 정확도가 낮아서 뇌전증 발생부위를 정확하게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반면 뇌자도는 뇌전증 발생부위를 훨씬 더 정확하게 찾을 수가 있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타국에서는 일본(50대), 미국(90대), 유럽(50대), 중국/타이완(10대) 등이 뇌자도를 보유하고 있다.

홍 교수는 “뇌자도의 국내 수가는 약 50만원이지만 한국에는 단 한 대도 없다”라며 “급여가 된다면 중증 뇌전증 환자는 산정특례가 되므로 5만원이면 뇌자도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뇌자도가 국내에 있다면 5만원이면 받을 수 있는 검사를 일본에 가서 받기 위해 100배인 500만원을 써야하는 셈이다. 게다가 경련발작이 자주 발생하는 환자가 의사도 없이 비행기를 타야하는 것도 문제.

이에 따라 홍 교수는 중증질환인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을 위해 뇌자도 국내 도입을 정부 당국에 요청했다.

홍 교수는 “올해 복지부에서 뇌자도 도입을 검토한 바 있으나 보류됐는데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다”라며 “국립의료원에 마땅한 장소가 없다면 다른 병원에라도 설치하면 되는 것 아니냐. 이 사이 환자는 경련발작으로 다치고 죽어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치료가 필요하지도 않은 경도인지장애의 MRI 급여 비용으로 수천억이 사용되는데 순서가 뒤바뀐 것 같다”라며 “30억원이면 국내에 뇌자도를 한 대 도입할 수 있다. 당장 치료가 필요한 중증 질환 환자들은 시간이 별로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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