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교수, 국회 토론회서 북한 결핵실태의 심각성 강조

[의학신문·일간보사=이종태 기자] 최근 남북관계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보건의료분야 협력이 강조되면서 북한의 보건의료 상태가 최근 많은 조명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말라리아, 결핵, 의료 인프라 등 북한의 다양한 보건의료 실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의 다른 어떤 문제보다 결핵관리 문제가 제일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제내성결핵 환자의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은데다가 열악한 북한의 의료상황까지 겹쳐 현지 결핵환자들이 받는 고통이 심각하다는 것.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인요한 교수(사진)는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남북교류대비 간호교육체계의 과제와 대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인요한 교수는 1997년 북한을 첫 방문한 이후 올해까지 총 29번 북한을 다녀왔으며 이번 토론회에서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발표를 이끌어갔다.

인요한 교수는 “국내에서 우려하고 있는 북한의 말라리아는 방역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수인성전염병 등 의료인프라 역시 투자를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결핵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며 "북한에 결핵약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아 환자들에게 비정기적으로 투여하고 있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다제내성 결핵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다제내성결핵은 보통 결핵 치료제에서 가장 중요한 성분인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피신을 투여해도 결핵균이 죽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보통 약물의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불규칙한 투약, 부적절한 복용 등으로 인한 치료 과정 중 내성 획득 결핵균의 선택적 증식하면서 발병한다.

인요한 교수는 “외신에 어느 정도 노출하는 평양에 비해 지방은 처참한 수준”이라며 "북한 어느 지방의 한 보건소에서 ‘의사의 정성이 명약이다’라는 포스터를 붙여놓은 것을 보고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 교수는 “북한에서는 방사선사들이 방사선을 맞아가면서 환자들의 방사선 사진을 찍어줘 수명이 짧기 때문에 당으로부터 대우가 좋을 정도로 의료 상황이 열악하다”며 “또한 폐결핵을 제외하면 전염성이 없기 때문에 다른 결핵환자들은 약을 쓰지 않고 결핵부위를 그저 수술로 뜯어내는 등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인 교수는 “매번 방북할 때마다 결핵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며 “방문단끼리 통일하면 북한사람들 가슴사진부터 다 찍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나눴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는 최근 공개한 ‘2018년도 결핵 연례보고서’를 통해 2017년 북한의 결핵환자를 13만 1000명으로 추산했다 이 중 다제내성 결핵 환자는 최소 5200명 이상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 WHO는 중앙아프리카 공화국과 함께 북한을 결핵 환자에 대한 정부차원의 사회적 지원책이 필요한 국가로 뽑았다.

인요한 교수는 “한국도 결핵사정은 OECD가운데 1등일 정도로 관리가 시급하지만 북한의 경우는 다제내성결핵이 전염을 통해 바로 감염되는 등 ‘다제내성결핵의 공장’이 되고 있다”며 “향후 통일한다면 보건의료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 중에서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인 교수는 “정치적인 입장을 떠나 현대 과학수준에서 쉽게 치료 가능한 질병들은 인류의 적이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아울러 북한의 질병 퇴치는 통일 대비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정책이기도 하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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