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은 의한정협의체 사실상 해체 전망…의협-한의협 법적공방 이어질수도
단초였던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개정안 국회서 재논의 가능성 높아져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의한정협의체에서 논의된 의료일원화 합의문 초안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엇갈린 입장으로 충돌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의료일원화 합의문 초안에 담긴 기존 면허자에 대해 의한간 해석의 차이가 확연하게 다른데다 특히 논의 과정에서 양측 회장들이 직접적으로 관여했는지에 대한 진실공방 문제도 불거지고 있는 것.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의한정협의체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먼저 의료일원화를 제안했고, 최대집 의협회장이 직접 최혁용 한의협회장과 복지부 관계자와 함께 합의문 초안을 수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협에서는 이러한 한의협의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최대집 회장은 의료일원화 논의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오히려 부정적인 입장만 내비쳤다”고 반박했다.

이같이 양측이 상반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가운데 결국 의한정협의체에서 의료일원화를 함께 논의했던 보건복지부가 정확한 진실에 대한 키를 쥐고 있지만 복지부마저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복지부가 진실을 밝힌다고 하더라도 의협과 한의협이 신뢰가 이미 깨진 상황에서 사실상 의한정협의체의 해체수순이 전망되며, 의료일원화 논의도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의협에서 최혁용 회장의 발언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의지를 표명한데다 한의협에서는 역으로 ‘어서 고소해달라’라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봉합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의료일원화 합의문 초안에 대해 최혁용 회장이나 복지부 관계자 누구와도 직접 논의하거나 제안한 바 없다. 한의협의 주장은 백프로 거짓말”이라며 “오히려 의협 대표로 협의체에 참석한 담당자들에게 면허통합 자체가 논의될 수 없기에 안을 폐기하고, 협의체를 깨자고 제안했다”라고 해명했다.

반면 한의협에서는 최혁용 회장이 최대집 회장을 만나 수차례 의료일원화 합의문에 대해 논의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당시 일정과 장소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의협 관계자는 “앞서 최혁용 회장이 발언한 최대집 회장과 함께 의료일원화 합의문 초안에 대한 수정작업을 거쳤다는 내용은 전부 사실”이라며 “다만 각 회장과 복지부가 만난 일정 등은 당장 공개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같이 의협과 한의협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심화되다보니 관계가 회복되지 못하고, 결국 의한정협의체가 해체된 뒤 협의체의 단초가 됐던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법안 논의가 국회에서 재논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편 의한정협의체는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보류하고, 전문가들이 논의할 기회를 주면서 복지부를 중심으로 의협과 한의협이 참여해 10개월간 7번의 회의를 거친 바 있다.

의한정협의체에서 수차례 수정 끝에 도출한 ‘국민의료 향상을 위한 의한정 협의체 합의문(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민의료 향상을 위한 의한정 협의체 합의문(안)’

우리는 의학과 한의학의 가치와 상호 역할을 서로 존중하면서 국민의 건강증진과 미래 의료발전을 위하여 다음의 사항을 이행하기로 합의한다.

1. 의료와 한방의료의 교육과정의 통합과 이에 따른 면허제도를 통합하는 의료일원화를 2030년까지 한다.

2.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한의학회와 관계기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가칭)의료일원화/의료통합을 위한 의료발전위원회’를 2018년부터 보건복지부 산하에 구성하고 구체적인 추진 로드맵을 2년 내에 마련한다.

3. 상기의 (가칭)의료발전위원회에서는 기존의 면허자에 대한 해결 방안을 논의한다.

4. (가칭)의료발전위원회의 의사결정방식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의 합의에 따른다.

상기 사항에 대하여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한의학회, 보건복지부는 이행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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