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의학신문·일간보사] 2018년 3월 북한의 핵위협과 전쟁위기감보다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소식이 바로 미투(#Me too) 뉴스이다. 미투 운동은 2017년 미국의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변태적 성폭력과 성희롱 행위를 SNS에 고발하는 사건에서 처음 발단이 되었다. 그 후 성폭력의 피해를 입은 여성이 SNS의 검색 도구인 #(해시 태그, Hash tags)를 붙여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자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피해자들이 ‘나도 당했다’는 뜻으로 #Me too 운동이 시작됐다. 그동안 사회 각층에서 발생되어 왔지만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두려워하여 쉬쉬해 왔던 일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러한 성폭력 사건은 남녀 간에 이루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여-여, 남-남 사이도 벌어지고 있고, 미투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군대 내에서 동성간 성폭력 행위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에 군 기강이 무너질까 걱정이다. 글로 표현하기에 부끄러울 정도의 엽기적인 성추행과 성폭행 행위가 폭로되고 있다. 인간의 가장 추하고 탐욕스러운 모습을 적나라하게 접하고 있다.

인간과 짐승이 다른 이유는 인간은 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격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도 없는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표현하는 개념이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선과 악을 구별하는 도덕성을 추구한다. 이성적 사고와 성찰하는 능력이 있다. 공동의 선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금기(taboo)를 정하고, 동물적인 충동을 제어하는 능력을 통해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지켜 나간다. 이러한 것들을 통틀어 인격주의라 한다. 일부 영리한 동물들도 본성적으로 착한 행동을 하는 동물들이 있지만 이것을 두고 인격이라고 칭하지 않는다. 인격은 매너와 에티켓, 윤리와 도덕, 법을 지켜가며 공동의 선을 이루어간다.

인간의 성생활은 짐승과는 다르다. 짐승의 성생활은 본능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지지만, 인간의 성생활은 인격적이고 도덕적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성윤리를 만들어 정해진 규범 안에서 누리는 성적 만족을 취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만약, 인간이 인격과 도덕적 수준을 무시하고 배설 본능과 동물적 성적 충동에 따르는 쾌락만 추구한다면 짐승과 같은 수준으로 추락하고 만다. 인간의 성관계를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인격의 수준에 놓을 것인지 아니면 그 보다 낮은 수준에 둘 것인지는 인격 자신에게 달려 있다.

500년 전 종교 개혁자 마틴 루터는 이런 말을 했다. “새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새가 자신의 머리에 둥지를 트는 것은 막아야 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인간도 본능적으로 성욕을 가지고 있기에 여러 가지 성적 충동이나 유혹을 받을 수 있고, 그러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짐승과 달리 인격을 가지고 있기에 인격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성적 충동이나 유혹이 있을 때 그런 생각이나 욕망이 행동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절제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인격을 지닌 인간이라고 존중받을 수 있다.

미투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런 성폭력 피해자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용기와 격려를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미투 운동에 찬 물을 끼얹고, 경악하게 하는 몰상식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가해자들의 이해할 수없는 비도덕적인 언행이다. 피해자에게 진솔한 사과와 용서를 빌고 자신의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해 응당한 벌을 받겠다는 말은 고사하고, 서로가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자기변명을 하거나,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소위 커밍아웃을 하면서 자신의 범죄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비겁함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와 국민의 분노가 더 하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의 인격을 포기하는 행위들이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학교에서 중고등학생들에게 콘돔을 나누어주고, 페미니즘 교육을 하자는 황당한 해법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이런 허황된 성해방 교육이 아니다. 성윤리를 기초한 성교육과 남을 배려하는 인격교육이 필요한 때다. 인간의 성윤리가 파괴되면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되고,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질서가 붕괴되어 버린다. 인격을 포기하게 되면 짐승과 다를 바가 없다. 인격주의에 입각한 성윤리교육과 인성교육에 국민적 관심이 요구된다.
<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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