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서남의대 폐과로 인한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육부가 서남의대 재학생들의 특별편입학을 전북의대와 원광의대에 맡겨 둔 가운데 늦었지만 최선의 해결을 향해 가는 듯했던 서남의대 사태에 이번에는 전북의대생들이 지난 8일 피켓을 들고 나섰다.

서남의대생도 아닌 전북의대생들이 피켓을 든 연유는 무엇일까.

지난해는 서남의대생들에게 지옥 같은 하루가 반복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서남대 폐교를 둘러싼 온갖 소문과 억측에 의대생들을 비롯한 학부모, 학교 관계자, 정부 관계자들 모두가 휘둘렸다.

무더웠던 여름, 광화문 광장 앞에서 서남의대 학생들은 피켓 시위를 통해 자신들이 바라는 점을 명확하게 교육부와 학교 측에 전달했다.

‘교육부의 빠른 결정’

서남의대생들이 가장 불안해했던 것은 자신들이 혹여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은 아닐까와 확실시 된 결정이 없다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현실이 계속되지는 않을까였다.

‘교육부의 발 빠른 대처가 있었다면 이 정도까지 논란이 있었을까’라는 아쉬움 속에서 서남의대 사태를 마무리 짓기 위한 관계 당국의 플랜은 연말이 되어서야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서남대 폐교를 공식화하자마자 모든 관심은 ‘그렇다면 서남의대 재학생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쏠렸다.

여기서도 다양한 소문과 우려가 발생된 것은 당연지사. 결국 교육부는 전북지역 의대에 서남의대생을 특별편입학 시키기로 결정했다.

이 시점에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문제점이 또 하나 발생한다. 바로 특별편입학을 받아들이는 의과대학 학생들의 반발.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발이다.

정부와 해당 학교가 학생들과 어떤 소통을 하느냐에 따라 전북의대와 원광의대 학생들은 ‘같은 의대생’의 입장에 서서 서남의대생 특별편입학을 ‘쿨하게’ 받아들일 수도 ‘격하게’ 반대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북의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쿨’할 수 없었고 ‘격’할 수밖에 없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남의대생 특별편입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게시물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왔고 전북의대생들은 “서남의대의 특별편입에 재학생 및 학부모들의 의견수렴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즉, 충분한 과정을 거쳤어야 할 의견수렴은 무시한 채 학교 측의 일방적인 이익추구를 위해 서남의대생을 수용하겠다는 계획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

결국 전북대학교는 특별편입에 의한 재학생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이를 믿지 못하는 전북의대생들이 다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전북의대에 대한 서남의대생 특별편입학은 진행됐고, 이것이 차가운 겨울 어느날 전북의대생들이 무더웠던 여름에 피켓을 들었던 서남의대생들과 똑같이 피켓을 들고 전북대학교 정문 앞에 선 이유다.

이날 피켓에는 ‘2010년부터 부실대학으로 지정된 서남대 의대생들이 전북대에서 동일한 교육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 ‘서남대 의대생 편입에 앞서 객관적 지표에 의한 학습 자격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전북대병원 레지던트 선발 비율은 전국 의과대학에서 하위권인데 서남대 학생들이 들어온다면 기존 학생들의 수련 기회는 더욱 줄어들 것’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 같은 피켓 문구가 우려스러운 것은 어른들의 일방적 결정과 불통 때문에 벌어진 일을 두고 전북의대생과 서남의대생들이 자칫 감정싸움에 가까운 비난을 서로 난무하지는 않을까해서다.

이미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 더욱 그렇다.

여름에는 누가 서남의대생들에게 피켓을 쥐어줬고 겨울에는 누가 전북의대생들에게 피켓을 쥐어줬는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확실한 것은 학생들 탓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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