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문제는 낮은 확률 렌덤아이템…도박과 다름 없다”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 현대사회에서 ‘게임’은 취미생활 혹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긍정적인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지 오래다.

하지만 게임은 때때로 ‘약’ 아닌 ‘독’이 되기도 한다. 오히려 심각한 중독과 스트레스를 야기시키며 자신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종종있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게임을 알코올이나 도박과 같은 ‘중독’이라는 시각에서 정신의학적 치료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 중독에 가장 대표적인 예가 최근 인기몰이 중인 ‘리니지M’이다. 해당 게임의 경우 단순 게임을 벗어나 사행성까지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결국 리니지M은 게임과 사행성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만큼 기존 게임보다 심각한 중독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리니지M 메인화면과 아이템을 구매하는 상점.

이는 직접 리니지M 유저들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리니지M 사전 예약부터 6개월 동안 사용한 직장인 유저 A씨에 따르면 해당 게임은 ‘돈’과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밤을 새거나 빚을 내서까지 아이템을 구입하는 등의 유저가 많다는 것.

A씨는 “다른 유저들과 경쟁을 위해서 3일간 밤을 샌 적도 있는데 직장에서 졸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었다”며 “특히 아이템 구입으로 수백만 원을 썼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어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유저 B씨는 “변신카드를 수백차례 구매하다가 생활고에 시달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구입하는 방식에 도박 같은 느낌을 받았다”라며 “특히 빠르게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는 ‘아인하사드의 축복’이라는 특수 아이템의 경우 빠른 레벨업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즉 리니지M의 경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하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하며, 아이템을 구입하지 않으면 빠르게 레벨업을 할 수 없는 만큼 결제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선택은 유저들이 하는 것이지만 엔씨소프트가 운영방식에서 이 같은 여지를 줬다는 점에서 ‘즐거움’보다는 ‘고통’을 선사했다는 게 해당 유저들의 주장이다.

확률 공개 없는 렌덤아이템 판매 도박과 같다=이같은 게임은 도박과 같으며, 심각한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입장이다.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사진>는 “우리나라 게임은 대부분 부분적 유료제로 아이템을 파는 형식인데 가장 큰 문제는 낮은 확률의 렌덤아이템”이라며 “이는 게임에 대한 성취도를 떨어뜨려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결국 더 비싼 아이템 구매를 유도해 도박과 같은 중독을 야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즉 도박과 똑같은 프로세스를 가진 게임들은 스트레스와 심한 중독을 일으키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판단이다.

이 교수는 “중국이나 벨기에 등 타 국가에서는 게임과 관련 아이템 당첨률과 업체의 수입률을 공개하고 있고, EU 국가에서도 이러한 게임들은 도박으로의 정의를 검토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게임이라는 하나의 문화와 산업으로 정착하려면 사행성을 방지하기 위해 법적으로 아이템 당첨률이나 수익을 공개하도록 제도를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게임을 하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금액 이상 아이템 구입에 투자하고, 생활에 타격을 입었다면 도박과 같은 중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즉각 병원에 방문해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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