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기자] ‘간호인력 부족’, ‘간호사 부족’, ‘간호사 가뭄’ 등등.

이는 2017년 한 해 동안 의료계에서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었던 표현인데도 불구하고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논란과 이견만 지속된 현안 중 하나다.

물론 간호 인력난은 예전부터 식을 줄 모르던 ‘뜨거운 감자’였지만 올해는 정부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정책으로 인해 중소병원계는 물론 일부 대학병원들도 적정 간호 인력을 구하지 못해 병상을 점차 축소 운영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보건의료계의 ‘핫이슈’로 대두됐다.

게다가 새로운 정부가 보건산업분야 일자리를 10만개까지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지원 정책들이 보건의료계의 협력을 기대만큼 이끌어내지 못했고 새 정부의 노선인 ‘비정규직 철폐’와 맞물려 간호인력난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이해 당사자들끼리의 주장이 엇갈려 옥신각신했다.

올해 ‘간호인력’과 관련된 토론회 및 공청회만 셀 수 없이 개최될 정도로 정부와 병원계, 간호계, 노동계 등은 해결 방안에 머리를 맞댔지만 간호인력 대란은 축소되기는커녕 직역 간 갈등까지 초래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자리매김 했다.

우선 병원계의 입장은 확고했다. 간호사가 부족하니 간호사를 늘려야 한다는 것.

병원계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확대와 고령화 등으로 인해 간호사 수요는 더욱 늘어날텐데 간호인력 공급은 너무 제한적이라고 꾸준히 역설해 왔다.

결국 간호인력 부족 현상과 불균형은 간호·간병통합 서비스의 조기 확대 시행으로 이미 예견된 일이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간호대 정원을 증가시키는 등 간호인력 양성 다양화를 꾀해야 한다는 점이 병원계 주장의 핵심.

반면 간호계는 간호사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아님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간호사 부족 현상 및 이직, 휴직의 원인을 열악한 근무환경과 불합리한 처우에서 찾았다.

즉, 간호사들이 병원 현장을 떠나게끔 만드는 환경의 개선, 선택근무제, 공중보건간호사제도, 재취업 활성화 정책 등이 없이는 간호인력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병원계와 간호계의 상반된 주장은 각자 추정하는 적정 간호인력 추계 결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인구 1000명 당 실제 활동하는 간호인력은 6명(간호조무사 포함)으로 OECD 평균인 9.5명보다 적고, 3년 뒤에는 적정 수준보다 간호사 11만 명이 부족 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간호계는 2014년도 국내 간호대학 졸업자 수는 인구 10만 명 당 97.3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간호사 면허 소지자도 OECD 평균인 12.8명을 훌쩍 뛰어넘는 18.4명이기에 이를 공급부족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정확한 간호 인력 수급 추계를 기반으로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2017년 후반기에 들어서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은 간호인력난 문제를 두고 일각에서는 △간호조무사 활용 방안 △준간호사·한지간호사 제도 도입 △간호등급제 한시적 폐지 혹은 개선 △대형병원 예비합격자 제도 개선 △맞춤형 전문교육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 및 현실적인 문제로 갈등만 늘어났다.

이와 관련 정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무리한 확대가 간호인력난을 더욱 부추겼다는 점과 간호 인력 문제에서 수요와 공급이 대타협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점 등 일부 정책적 실패를 인정하기 시작한 2017년이기도 하다.

복지부가 곧 발표할 예정인 ‘간호인력 종합수급대책’에는 이전과 달리 정부의 적극적인 예산 투입이 예고된 만큼 어떤 획기적인 방안과 지원이 보건의료계의 2018년에서 ‘간호인력난’이라는 표현을 없앨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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