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정윤식] 최근 한 병원의 장기자랑에서 신규 간호사들이 근무 시간 외에 춤 연습을 하고 선정적 의상을 강요받아 무대에 올랐다는 사실이 관련 영상과 함께 온라인 상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소위 ‘병원갑질’이 사회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른바 ‘터질 것이 터졌다’는 익명의 내부 제보자부터 ‘해당 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 병원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댓글 그리고 청와대 청원운동까지 한동안 이번 이슈는 지속될 전망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재발 방지를 위해 ‘갑질병원’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터진 문제’를 봉합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 듯하다.

‘갑질’을 당한 간호사들의 대표 단체인 대한간호협회 또한 13일 오전 성명서를 통해 ‘모든 간호사의 소명의식과 자긍심을 한꺼번에 무너뜨린 중대한 사건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간협은 성명서 말미에 ‘간호사 인권센터’를 개설해 간호사에 대한 인권침해를 막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바로 이 부분이 아쉬운 대목이다.

여러 이해관계와 정책적 고려 사항, 성격과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떤 직군의 대표라고 불리는 단체는 기본적으로 회원의 권익을 위해 존재한다.

대한의사협회, 병원협회, 한의사협회 등 보건의료 단체는 물론이거니와 변호사협회, 회계사협회, 세무사협회, 기자협회 등 수많은 직업이나 직능, 지위별로 조직된 각각의 단체는 회원을 위해 운영됨이 기본이다.

그래야만 회원들의 지지를 얻어 외부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

특히 다양하고 복잡한 여러 현안 속에서 그들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최우선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인권’이다.

이번 간호사 장기자랑 논란은 이 ‘인권’이 무너진 사건이며 회원들의 ‘인권’을 지키지 못한 중앙회 또한 해당 병원만큼은 아니지만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건의료인들 중에서 가장 인원이 많고 가장 빠른 성장을 거둬 그 중요성과 소중함이 높아진 간호사.

그들을 지켜야 할 중앙회가 그동안 병원 현장의 간호사 처우개선, 간호사 수급 불균형 해소, 각종 근무형태의 정책 변화, 유휴간호사 재취업 해결 등에만 너무 함몰돼 정작 일선 간호사 회원들의 인권과 소명의식, 자긍심이 어떤 곳에서 침해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면 중앙회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고 알고 있었는데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면 그 또한 반성 할 일이다.

오늘(14일)로 예정된 ‘2017 간호정책 선포식 15개 중점 정책과제’에 간호사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배려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공교롭게도 이번 간호사 장기자랑 논란의 당사자인 간호사들은 가장 힘없는 신규 간호사들이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같은 직군의 선배인 수간호사들조차 ‘해결해 줄 수 없는 일이니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대응했다는 제보자들의 이야기 속에 갓 사회에 발을 붙인 간호사들은 어떤 좌절을 느꼈을까.

‘간호사 인권센터’

간호사를 대표하는 단체라면, 간호사 회원으로 구성된 단체라면, 간호사들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라면 진작부터 운영됐어야 하는 센터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간호협회의 위상과 영향력에 걸맞은 진정한 간호사 인권센터로 거듭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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