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삐걱'-한의협 '회장 탄핵', 약사회 '고소·고발' 등 내홍
치협·간협도 '선거' 문제로 잡음…복잡한 현안 속 부끄러운 민낯 노정

대한의사협회 등 대표적인 의약단체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듯 ‘집안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교롭게 의협, 한의협, 치과의사협회, 약사회, 간호협회 등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내홍에 빠진 모습이다.

요즘 의약단체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각 단체 주변에서는 ‘회장 임기 말이 되면 찾아오는 레임덕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번과 같이 정책현안이나 회무를 두고 내부 갈등이 한꺼번에 표출된 경우는 보기 드물다"며 어느 단체 할 것 없이 내부 분열에 빠진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 의협 '비대위-집행부' 마찰, 한의협은 초유의 회장 탄핵

우선 대한의사협회의 불협화음이 도마위에 올라 있다.

의협은 지난달 임시대의원 총회에서 추무진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다룬 바 있고 가까스로 불신임안이 부결돼 조용해 지는가 싶었지만 임시기구인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집행부의 갈등이 노정돼 추무진 회장이 휘둘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대위 내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를 내세워 '다시 추무진 회장을 불신임 해야 한다'는 얘기가 스스럼 없이 흘러 나온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의협 집행부와 비대위 간의 기 싸움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내년초로 다가온 새 회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이미 조직과 조직간의 보이지 않는 암투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분위기가 더욱 험악한 곳은 대한한의사협회다.

한의협은 지난 20일 회원 투표에서 김필건 전 회장을 탄핵시키는 초유의 결과를 냈다.

김필건 전 회장의 불명예 퇴진은 '회장으로 책임을 다하지 못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당분간 한의협에 상처로 남아 있을 전망이다.

한의협의 한 관계자는 “김필건 전 회장이 내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해임됐다고는 하나 의약단체들중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전 회원들에 의한 탄핵'은 앞으로 한의사협회에 오점이 될지, 기회가 될지 좀 더 두고 볼 일”이라며 혼란스러워했다.

■ 약사회 '고소-고발전', 치협간호협회는 '선거문제'로 분열상

대한약사회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조찬휘 약사회장은 의협이나 한의사협회보다 앞선 지난 7월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탄핵 위기를 맞았다.

가까스로 탄핵을 피하긴 했지만 여전히 서울분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반대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으며 임원들 간 고소·고발전도 이어져 깊은 내홍에 빠져든 상황이다.

약사회 내분은 조찬휘 회장이 회관 신축 결정 이전에 상가 운영권을 거래해 가계약금으로 1억 원을 받은 의혹과 2014년 약사회 연수교육비 직원 격려금과 실지급액에 차이가 나는 부분 등 불투명한 회무가 발단이 됐다.

약사회 내분을 지켜보는 서울지역의 한 개국 약사는 “대한약사회 핵심 인물들이 약사회 발전보다는 자리 지키기에 혈안이 된 것 같은데 언제까지 임원들끼리 다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다른 의약단체들에 비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한치과의사협회도 첫 직선제 결과를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있다.

치협은 지난 3월 사상 처음으로 직선제 회장을 선출했지만 '온라인 문자 투표 오류' 등 선거의 공정성 시비가 불거져 선거무효소송이 제기됐는가 하면 소송단의 공격에 협회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여전히 시끄럽다.

비교적 조용하던 대한간호협회도 의약단체 내부 분열 대열에 합류했다.

대한간호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직선제 전환 요구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간호계가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서울시간호사회 김소선 회장은 최근 한국간호발전총연합(이하 한간총)을 발족하고 초대 회장에 취임했다.

김소선 회장을 필두로 '한간총'은 간호협회 회장 선거제도의 한계점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임원 선거 제도를 직선제로 촉구하는 10만 서명운동을 주도 중이다.

이에 간호협회는 공식 성명서를 통해 김소선 회장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조목조목 반박했고 또다시 김소선 회장은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간호협회와 한간총의 정면충돌은 당분간 간호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 "집안싸움, 밖에 알려질까 걱정이다" 목소리 비등

이처럼 외부적 요인이 아닌 내부에서부터 갈등을 겪고 있는 의약단체들을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같은 직군에 있는, 동료라고 서로 호칭해야 하는 전문가들끼리 하나로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서로의 위치와 영역을 지키거나 뺏기 위해 다투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각각의 의약단체들이 과연 당당하게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그 목소리가 설득력을 갖출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안싸움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싸움이 길어지고 습관처럼 고착화된다면 결국 화살은 누구에게 돌아갈지 생각해봐야한다”고 지적하고 "집안 싸움에 힘을 빼고 있는 의약단체들의 속내를 정부나 국민들이 들여다 본다면 과연 이들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나 존중이 있을 지 우려스럽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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